"시민이 보는 건 정부의 사과 태도" … "모르는 듯해도 국민은 다 알아"

2일 오후 7시 30분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400여m 떨어진 녹사평역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 직장인 13명이 헌화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계속되는 조문2일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데이 압사 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이들은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에 퇴근한 뒤 왔다"면서 "정부가 참사 초동 조치를 못 했는데 책임에서 선을 그으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어른들이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못 해 사회적참사가 발생했다는 생각에 중학생 아들과 시간을 맞춰 왔다는 40대 박 모씨는 "분향하면서 미안함을 달래려고 한다"면서 "사고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고 당시 대처가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무조건 잘못했다고 시인하는 것부터 했어야 한다"며 "오늘 사과한 것은 너무 늦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예전부터 자주 이태원을 찾았다는 30대 법률사무소 직원 박 모씨는 시민들 부주의가 먼저 있었다고 사고 원인을 짚으면서도 "경찰의 초동조치가 부재했다"고 진단했다. 박씨는 "많은 사람이 몰렸으면 경찰은 일방통행 등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덮어놓고 정부 탓을 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면서도 "사람들이 보는 것은 정부의 태도이기 때문에 어찌 됐든 일단 죄송하다고 시작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책잡힐 여지를 만들지 않겠다는 행동을 보여 문제"라고 밝혔다. 박씨는 이어 "모르는 듯해도 국민을 다 안다"고 말했다.

참사 인근에 근무해 여러번 분향소를 찾았다는 60대 김 모씨는 "주변 상황을 잘 아는데 사고 하루 전부터 사람들이 붐비는 조짐을 보였고, 당일에는 상상 이상의 사람들이 몰렸다"며 "밤 9시부터 긴급하게 조치를 먼저 내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파출소는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곳이기 때문에 상부의 조치와 지원 결정이 빨랐어야 했다"며 "결국 관리자가 잘 못한 일이다"고 밝혔다.

현장은 차마 볼 수 없을 것 같아 분향소만 찾았다는 30대 이 모씨는 "젊은이들은 그냥 그 공간에 놀러간 것뿐인데 참담하게 목숨을 잃은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씨는 "국가가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고, 이제는 선진국이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며 "국민 안전이 위태로운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씨는 "지하철 타는 입장으로 이제는 사람이 붐빌 때 압사 사고가 나면 어쩌나 걱정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참사 당일 직전까지 근처에 있었다는 20대 김 모씨는 당시에는 사고 사실을 몰랐는데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분향소를 찾았다고 했다. 김씨는 "그날 워낙 많은 인파가 몰려 참사 원인을 하나로 지적하기에는 분명하지 않다"면서 "책임자 경질에 앞서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 위로나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하는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그런데 지금은 뭔가 책임자를 찾는 느낌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오전부터 합동분향소를 설치한 용산구는 3일 오전 7시 현재 8797명의 참배객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분향소는 오는 5일 밤 11시까지 24시간 닫지 않고 운영된다.

분향소 현장 관계자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며 "새벽에 오는 참배객도 종종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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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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