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경찰·무허가 건물 시공자 등 처벌 가능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경사진 골목에 무허가 건물을 설계한 관련자들, 경사로 아래로 사람들을 밀어 사고를 유발시킨 사람들 모두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과 성수대교 붕괴 사건 판결에 비추어 이번 참사 관련자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의 공동정범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주장이다.

두 사건은 대표적인 대형 붕괴 사고로 안전불감증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1995년 서울의 삼풍백화점이 붕괴해 사상자 약1500명이 발생했다. 부실공사가 원인으로 밝혀졌고, 전국적인 건축물 안전실태 조사와 건축법 강화 계기가 됐다.

대법원은 건물 붕괴의 원인이 건축계획의 수립, 건축설계, 건축공사공정, 건물 완공 후의 유지 관리 등에 있어서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있다고 봐 각 단계별 관련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시공 과정과 경영 전반에 책임이 있는 삼풍백화점 이준 회장 등은 업무상과실치상죄의 공동정범이 인정돼 중형을 받았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1994년 10월 한강에 위치한 성수대교 중간 부분이 갑자기 무너져내리며 현장을 지나던 시내버스와 차량들이 그대로 추락하면서 32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교량 건설회사의 트러스 제작 책임자, 교량공사 현장감독, 발주 관청의 공사감독 공무원 등은 업무상과실치상, 업무상과실일반교통방해, 업무상과실자동차추락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됐다.

대법원은 "성수대교와 같은 교량이 그 수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설업자의 완벽한 시공, 감독 공무원들의 철저한 제작시공상의 감독 및 유지·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철저한 유지·관리라는 조건이 합치되야 하는 것"이라며 "각 단계에서의 과실만으로 붕괴 원인이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합쳐지면 교량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각 단계에 관여한 자는 전혀 과실이 없다거나 과실이 있다고 해도 교량붕괴의 원인이 되지 않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붕괴에 대한 공동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건물 설계부터 시공·관리에 이르기까지 관련자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이라는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봤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동정범은 고의범뿐만 아니라 과실범의 경우에도 성립하는데, 고의 행위이건 과실행위이건 범행을 공동으로 할 의사이면 족하다고 본다. 위 두 사고에서 관련자들 모두에게 과실행위(업무상과실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에 대한 공동의사를 인정해 업무상과실치사상의 공동정범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사 도중 발생한 사고라는 논리로 관련자 대부분이 형사책임을 부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고를 받고도 사고를 막지 못한 경찰의 과실과 10만명이 인파가 몰리는 게 예상되는 데도 적극적 사전 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서울시와 용산구의 과실, 좁은 경사로에 무허가 건물을 설계·건축한 사람들, 사람들을 밀어 사고를 유발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의 복합적인 과실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김운용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3일 "경찰과 서울시 용산구 등 지방자치단체가 사고에 과실이 있다는 점이 입증되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등의 공동정범 성립이 가능해보이지만, 누구까지 형사책임을 져야 할지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양태정 변호사(법무법인 광야)는 "참사와 관련해 관련자들의 과실을 명확히 입증할 수 있다면 업무상과실치사상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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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열 기자/변호사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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