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대상인 정부에게 셀프조사 맡겨선 안 돼"

여당 반대하면 정의당과 일방처리 시도 예상

한덕수 총리 경질 요구 시사 … 여론추이 관심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발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본격적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질의하는 전용기 의원 ㅣ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속된 운영위원회의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차 관련 자료를 들고 표현의 자유 문제를 지적하며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정부에 의한 '셀프 조사'를 거부하면서 국회에 주어진 국정조사권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보였다. 이와 함께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파면을 요구했다.

3일 박홍근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조속히 제출하겠다"며 "신속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반드시 내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요구서를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진정한 추모는 참사의 진상을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밝히는 데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당이 반대할 경우 정의당 등과 함께 다음주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안일한 경찰인력 배치, 112신고 부실대응, 늑장 보고, 민간사찰 등 지금까지 나온 의혹만으로 국정조사 사유는 차고 넘친다"며 "성역 없는 국정조사로 국가가 국민을 내팽개친 1분 1초까지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진상규명엔 찬성하면서도 국정조사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민주당이 국정조사서를 제출하면 무엇을 조사하자는 것인지 내용을 보고, 그리고 현재 검찰과 경찰이 합동으로 조사중인데 그 진행상황도 보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일"이라면서 "이미 윤 대통령께서 철저한 진상조사와 투명한 공개, 그리고 책임자 처벌을 약속하셨는데 당도 그 부분에 대해선 생각이 같다. 다만 만약 이미 제대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면 그 부분도 살펴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책임자에 대한 파면도 요구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구한다"며 "국정조사, 경찰수사와 무관하게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책임이 분명해진 만큼 즉각 파면하기 바란다"고 했다. "그것이 참사수습을 위한 최소한의 최우선적 조치"라고도 했다.

◆셀프 조사는 안 된다 = 민주당은 경찰 특별수사본부에 의한 '셀프조사'나 국민의힘이 제안한 특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 놨다.

경찰청이 특별수사본부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경찰의 초동조치, 일선에 대한 우선 징계, 시민단체 사찰 등을 보면 경찰의 조사 과정과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경찰에서 시작해 행안부-대통령실로 연결되는 책임 문제를 밝히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팔이 안으로 굽을 가능성'을 배제한 객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진석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애도기간이 끝나는 즉시 여야와 정부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이태원 사고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부정적이다. 김교흥 국회 행정안전위 야당 간사는 "국민안전TF는 나중에 만들기는 해야겠지만 지금 시점에 만들겠다는 건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TF"라며 "일단 진상규명을 하고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했다.

오영환 민주당 대변인은 "(조사대상자인) 정부 관계자들이 같이 모여서 진상을 규명한다고 하면 그 결과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겠나"면서 "국정조사를 여당이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예견된 참사의 전조를 무시한 채 무대응으로 일관했고 사고발생후 보고체계는 뒤죽박죽이었으며 골든타임이 지난 후 뒷북대응으로 초동대처에 실패한 참사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조사대상인 정부에게 셀프조사를 맡기기엔 국민 공분이 임계점을 넘었다. 수사의 대상이 수사를 담당하고 심판 받아야 할 자들이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 사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했다.

◆"국정운영 전반, 시스템 부실" = '이태원 참사'가 윤석열정부의 전반적인 국정운영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민주당은 판단하고 있다. 위기관리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전반적인 시스템을 바꾸고 대폭적인 인사를 요구할 예정이다.

오 대변인은 "국가 참사에 대해 외신과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전 세계가 보고 있는 데 총리가 웃으며 농담을 하는 것은 현 사태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을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총리 사퇴는 당연한 수순이 됐다"고 했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대참사가 나오면 우선 정치적, 도의적 책임으로 총리부터 사의를 표명하고 나서야 국민들의 마음을 만져줄 수 있는 것"이라며 "현 정부는 조사결과 위법행위가 확인되어야 처벌하거나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자세였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의 대응이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평가다. 참사 발생 직후 대통령실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주최자가 없었다', '규정이 없었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일관되게 내보냈다. 또 '조사한 후에 법적 위반이 확인되면 책임을 묻겠다'며 '무죄 추정주의'와 '증거주의'를 내세우기도 했다.

오 대변인은 "정부의 참사 대응을 보면 전반적인 국정시스템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 같다"며 "이번 기회에 전반적인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당국의 무능한 조치와 책임회피성 거짓말은 반드시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해 한덕수 총리 사퇴까지 요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30% 깨지나 = 이태원 참사 이후 나오는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관심이 민주당과 대통령실 중 어느 쪽에 힘을 실어줄지 주목된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응이 늦어질수록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책임의 범위도 넓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주와 다음주에 나오는 여론조사에 따라 개각 범위나 윤 대통령의 사과 담화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면접조사로 진행하는 NBS(전국지표조사)와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태원 참사' 여론이 반영된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30%대'를 유지할지, '20%대'로 내려앉을 지가 주요 관심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이번주초반에 나온 여론조사는 '이태원 참사' 이후 실시하기는 했지만 정확하게 참사의 책임 등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으로 참사 여론은 일부만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며 "면접조사로 실시하는 여론조사에서 책임론과 관련한 여론이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30~31일 실시한 리서치뷰 정기조사에서는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률이 35%로 전달보다 2%p 올랐다.

["이태원 참사" 관련기사]

박준규 김형선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