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탓했지만 "입장 없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경찰의 '셀프 수사' 논란이 나오면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특별검사 발동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동훈 장관이 최근 이태원 참사의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면서도 대형 참사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검찰 수사의 한계를 지적한 상황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한동훈 장관의 결심만으로 특검 발동이 가능하지만 특검의 칼끝이 결국 윤석열정부를 겨눌 수밖에 없어 가능성이 높지 않다.

야당에서는 장관이 발동 가능한 상설특검이 아니라 국회가 특검법(일반특검)을 통해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4일 법무부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특검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지에 대해 "지금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특검의 첫번째 수사 대상은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이다. 특검의 두번째 수사 대상은 '법무부 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이다. 경찰의 '셀프 수사'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한동훈 장관이 결정만 하면 특검이 발동된다.

한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하기에 앞서 취재진들을 만나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면서도 "법 개정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부분에서 대형참사가 빠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경찰이 아닌 검찰이 이태원 참사 수사에 뛰어들기 어려운 제도적 난점이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이다.

검찰도 직접 수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개정된 검찰청법에 반발한 법무부가 지난 9월 시행령 개정으로 직접수사 범위를 확대했지만, '대형참사' 자체는 포함되지 않는다. 검찰은 경찰공무원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무원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경찰의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에 대해선 검찰이 직무유기죄나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해 수사할 여지가 있었지만 현재는 어려워졌다. 형사소송법상 경찰이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해 검찰보다 먼저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사건은 경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은 경찰이 1차 수사를 한 뒤 송치를 받으면, 경찰의 직무유기와 부실·늑장 대응 '부패범죄' 분야에 대해서만 보완수사를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특검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셀프 수사'가 경찰 고위직 간부들의 책임까지 물을 수 있을지 미덥지 못하기 때문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일 "112신고 대처가 미흡했다"고 발언하자 하위직 경찰관들에게 책임을 돌려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다만 한 장관이 특검을 도입하면 윤석열정부에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 국가 재난 대응 체계의 총체적 난맥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터라 조사 대상이 경찰을 넘어, 행안부, 대통령실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 장관이 특검 발동을 결심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야당에서는 국정조사와 함께 '한동훈 특검'이 아닌 '국회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나오고 있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 진상조사단 단장은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수사주체인 경찰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것에 대해 "경찰청장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뼈아프게 꾸리겠다해서 꾸린 것이지만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상규명을 해 주는 것이 진정한 추모가 될 것"이라며 "국정조사로 가서 객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에도 국정조사와 함께 특검을 했던 경우가 있기에 국정조사를 진행을 하면서 특검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라며 국정조사가 미진하거나 수사필요성을 느꼈을 경우 특검을 동원하는 것이 순리에 맞다고 했다.

다만 "특검은 한동훈 장관이 얘기한 특검이 아니라 국회에서 의결해서, 국회가 만든 특검이 돼야 된다"며 법무부 장관이 발동주체인 상설특검이 아닌 국회가 가동하는 특검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이유에 대해 김 단장은 "한동훈 장관이 얘기하는 특검은 윤석열 대통령 방탄특검이 될 수 있는 의혹도 있을 수 있다"라는 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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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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