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상가 부분 영업 재개

"진상규명·근본대책" 목소리

6일 오후 국가 애도기간이 끝나고 영업이 재개됐지만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상가 골목은 한산했다.

이어지는 추모│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닫힌 상점이 더 많은 세계음식거리에서 가게를 정리하던 30대 김 모씨는 "다시 영업 하는 게 조심스럽다"며 "문을 열까 말까 고민했지만 계속 닫아두면 음식 재료 정리도 힘들 것 같아 일단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참사 당일 업소 앞에서 심폐소생술 하는 광경을 목격했고 부상자들이 안에서 대기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김씨는 "도로가 뚫려 있으면 바로 병원에 이송됐을 텐데 통제가 안 됐다"며 "항상 말로만 안전에 대해 국가가 무한책임을 진다고 하는데 상황이 발생하면 가지치기하듯 책임자를 처벌하고 상황이 마무리되면 또 잊힌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일 현장에서 사람들을 통제하다 자신도 갇혀 있었다는 60대 한 식당 업주는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는 젊은이들을 빼낼 수가 없어 그 죄책감이 너무 크다"며 "그날 워낙 사람들이 몰려 통제가 불가능했는데 관계 당국이 미리 통제해주었다면 사태가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의류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코로나19 이후 거리두기가 풀려 어마어마한 인구가 몰릴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는데 구청과 경찰이 어느 정도 대비를 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상권이 안 좋았는데 젊음의 거리·관광특구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너무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 음식점 사장은 "당시 바쁘고 바깥 음악 소리로 너무 시끄러워 많은 상인이 처음 20여 분간은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그 뒤 부상자들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통제하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광경이 아직도 생각난다"고 말했다.

20여 년간 이태원에서 구두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60대 상인은 "집에 있자니 답답해서 나왔다"며 "언제 일을 시작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용산구는 전철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광장에 5일까지 운영하던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로 명칭을 바꾸고 12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24시간 운영하던 시간을 오전 8시에서 밤 10시까지로 변경했다.

앞서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는 정부가 용산구 일대를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하고 5일까지를 국가 애도기간으로 지정하자 자발적으로 영업 중단과 행사 자제를 실시한 바 있다.

관광특구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영업 재개는 자율적으로 하도록 했고 문을 열더라도 음악 등은 틀지 않도록 유도했다"고 밝혔다.

참사 골목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50대 정 모씨는 "5년간 이곳에서 핼러윈을 겪었는데 예전에는 버스를 우회시키고 교통통제도 했다"며 "올해는 이게 잘 안돼 너무 아쉬웠다"고 밝혔다. 정씨는 "분위기가 어떨지 몰라 문 여는 것을 망설였는데 예전처럼 장사할 수 없을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정씨는 "소방 경찰 행정당국 모든 시스템이 방관자였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방관이 참사를 낳았다"며 "진상조사를 명확히 하고 책임자를 처벌해 이런 참사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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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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