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후 2016년 '112-119' 통합

버튼만 누르면 신고정보 즉시 공유

정작 이태원참사땐 활용 안해

정부가 세월호참사 이후 거액의 예산을 들여 긴급신고전화 통합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정작 이태원참사 때는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원참사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 가운데 하나가 112와 119로 접수된 신고내용이 경찰과 소방 간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이었지만 정부는 이 같은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가 부실 대응이라는 지적을 회피하기 위해 감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6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세월호참사를 계기로 2016년 10월부터 긴급신고전화 통합서비스를 시작했다. 각종 기관이 운영하는 57개 상황실 신고정보를 3개 번호(112, 119, 110)로 통합하고 한 번의 클릭만으로 통합시스템을 통해 공유되도록 했다.

예를 들어 119상황실이 신고전화를 듣다가 경찰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공유' 버튼만 누르면 112상황실에도 팝업창이 떠 동시에 신고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월호참사 당시 신고과정에서 반복설명 등으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자 행안부가 주도해 진행한 사업이다.

정부는 이 시스템을 만들고 지난해 10월 시행 5년 성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5년간 긴급신고전화 통합서비스를 시행한 결과 신고는 평균 69초 단축(169초→100초)되고, 경찰·소방·해경 등의 공동대응 출동은 평균 3분 43초 단축(7준 46초→4분 3초)됐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행안부와 경찰·소방·해경·국민권익위가 정보공유와 협업을 통해 신속히 대응한 결과"라며 "향후 음성인식기술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지능형 신고접수 시스템을 구축해 신고접수 대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 시스템은 이렇게 안착한 것처럼 보였다. 지난해 1년 동안 이 통합서비스를 통해 경찰과 소방이 공동으로 대응한 신고는 모두 70만997건이나 된다. 하루 평균 1920건의 신고를 공유한 것이다. 경찰로 들어온 신고를 소방과 공유한 것이 28만103건, 소방으로 들어온 신고를 경찰과 공유한 것이 42만894건이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해 사고대응에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6월 16일 오후 11시 56분쯤 경기 화성시에 있는 한 아파트 5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경기소방(119)으로 접수됐다. 화재신고를 받은 소방은 신속히 경기경찰에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당시 인근을 순찰 중이던 경찰은 소방대보다 먼저 화재현장에 도착해 불이 난 아파트 내부로 진입, 일가족 4명을 무사히 구조했다.

앞서 2019년 9월 28일 오전 10시 51분 울산 염포부두에 정박 중이던 석유제품운반선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이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했다. 신고를 접수한 울산소방은 즉시 해양경찰·경찰에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이 불을 끄는 동안 해경은 경비정 등을 출동시켜 바다로 탈출한 선원 6명을 구조했다. 경찰도 순찰차량을 현장에 급파해 주변을 통제하고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관계기관 상황전파와 출동지령이 신속하게 이뤄져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을 위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시스템은 이태원참사 현장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하루 동안 서울경찰과 서울소방이 공동으로 대응한 신고가 무려 456건이나 되지만, 이태원참사와 관련해서는 전혀 힘을 합치지 못했다.

경찰이 오후 6시 34분부터 참사 직전까지 현장 주변의 긴박한 상황을 알린 112신고 11건을 접수하면서 공유 버튼만 눌렀다면 119로 상황 공유가 가능했다. 이 11건의 신고 중 2건을 소방에 전달했다고 했지만 이 통합시스템을 활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소방도 마찬가지다. 참사 관련 첫 신고(오후 10시 15분)보다 3분 이른 10시 12분 참사현장에서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119 신고가 접수됐지만, 소방은 이 신고에 대해 경찰(112)로 전달하는 공유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행안부 관계자는 "사고 당시 이 긴급신고 통합서비스를 왜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는지 확인해 봐야 정확안 상황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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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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