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오래갈 것 같아"

용산구 등 분향소 연장운영

6일 오후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공간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이 추모공간은 자원봉사자들이 지키고 있다. 정부가 정한 국가애도기간은 지난 5일 자정 종료됐지만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참사현장을 찾는 시민들 행렬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도로 한편이 하얀 국화꽃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등의 추모 메시지로 채워졌다. 참사가 났던 골목길 주변과 추모공간을 둘러보다 멈춰 서서 묵념을 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국가애도기간이 끝난 6일 참사 현장 인근인 이태원역 1번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꽃다발과 손편지가 가득 차있다. 사진 이제형 기자


참사 후 꽃다운 젊은이들 생명이 안타까워 현장을 찾았다가 추모공간 운영 자원봉사에 참여하게 됐다는 박 모씨는 "국가애도기간과 무관하게 추모공간을 찾아 글을 남기는 시민들이 계속 오고 있다"며 "정부든 경찰이든 이 공간을 강제로 치우려 했다간 시민들의 더 큰 반발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지켜보던 전양자(가명) 할머니는 "내일이나 모레쯤 비가 온다던데 그럼 여기 꽃과 편지들이 다 훼손될 것"이라며 "이럴 때 정부나 서울시가 덮개라도 마련해 시민들이 충분히 추모할 수 있도록 해주면 얼마나 좋겠냐"고 말했다.

참사 현장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한다는 김 모씨는 "애도기간도 끝났는데 경찰버스를 8대나 세워놓고 불필요하게 많은 인원이 질서유지에 투입됐다"며 "정작 관리하라는 핼러윈 행사는 방치하더니 오히려 추모 열기를 관리하는 모습"이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추모 열기가 계속되자 일부 지자체는 합동분향소 운영을 연장하기로 했다. 서울 용산구는 이태원 인근 녹사평역에 설치한 합동분향소를 오는 12일까지 연장 운영한다.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5일 자정까지 서울광장과 25개 자치구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11만7600여명으로 집계됐다.

경기도도 도민의 피해가 크고 미처 조문을 하지 못한 도민을 위해 수원 광교신청사와 의정부 북부청사에 설치한 합동분향소를 6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식 잃은 부모 마음 앞에 충분한 위로라는 것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경기도는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더라도 당분간 합동분향소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주시는 애도를 바라는 시민 염원을 담아 분향소 자리에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희생자 영정 사진 대신 흰 국화 사진과 '추모의 마음은 이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안전은 꼼꼼히 챙기겠습니다'라고 적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광주시 누리집에 온라인 추모관도 열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이태원 참사 피해신고 기간을 오는 15일까지로 연장하고 부상자들의 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참사 당시 유실물을 아직 찾지 못한 시민들이 많은 점을 고려해 용산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유실물 보관소도 오는 13일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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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영 이제형 방국진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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