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경찰 질타 … 경찰서장·소방서장 등 입건

야당 "꼬리자르기 안돼, 총리·장관·경찰청장 파면"

이태원 참사의 문책이 경찰과 소방서, 구청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참사와 직접 연관된 일선 행정부서의 책임이 크다는 것. 반면 국민 안전을 책임진 총리를 비롯한 내각은 문책에서 한 발 비켜서는 모습이다. "일선 행정부서를 제물 삼아 윗선을 살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8일 정치권 행보와 경찰 수사를 종합해보면 이태원 참사 책임이 경찰과 소방서, 구청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경찰의 문제점을 상세히 짚었다. 발언 대부분이 경찰을 겨냥한 질타였다. 윤 대통령은 경찰 지휘책임이 있는 이상민 행안부장관이나 내각을 총괄하는 한덕수 총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문책 범위가 확대되는 걸 경계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윤 대통령이 '경찰 책임론'에 불을 붙인 가운데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은 7일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류미진 총경(당시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이임재 총경(당시 용산경찰서장) 등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참사의 법적 책임을 일선 행정부서에게만 묻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태원 참사의 문책 범위가 일선 행정부서로 향하면서 총리를 비롯한 내각은 책임선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꼬리자르기는 안된다. 윗선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7일 "총리 사퇴를 포함해서 국정 전면쇄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SNS를 통해 "경찰을 관장하는 업무가 행안부장관에게 이관된 이상 행안부장관도 정치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와 이 행안부장관은 참사 열흘째인 8일까지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버티고 있다. 이 행안부장관은 7일 국회 행안위에서 "현재 위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웃으면서 농담을 해 물의를 빚었던 한 총리는 7일 "저도 필요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사의를 표하지는 않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참사 책임을 경찰선에서 꼬리자르는 것에 대해 경찰 손보기의 기회로 삼으려는 것이 분명하다"며 "이태원 참사는 꼬리자르기로 끝날 수도, 끝나서도 안된다. 윤 대통령은 사과하고 총체적 무능을 보여준 총리와 장관, 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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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박준규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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