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단말기 보급 늦었고, 숫자도 적어 … 활용훈련 부족 '기관내부망' 역할 그쳐

1조5000억원을 들여 지난해 구축한 재난안전통신망이 소방의 소극적 태도 때문에 이태원참사 대응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참사 당시 단일 무선통신망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소방과 경찰의 공동 대응을 저해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사고 현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2차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8일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등에 따르면 현재 소방이 보유한 재난안전통신망 단말기는 1만7015개다. 지난해 5월 재난안전통신망 개통 시점 확보한 단말기 숫자가 2000대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숫자다. 하지만 당초 소방이 목표한 단말기 숫자는 2만7000대다. 이와 비교하면 여전히 현장 구조·구급대원들에게까지 완전히 보급되지 못한 상태다.

재난안전통신망 개통 당시 보급된 전체 단말기 숫자는 9만대이고 이 가운데 경찰이 8만대를 구입했다. 소방청은 정창부터 일선 소방서장까지 지휘체계에만 보급했다. 소방이 재난대응 최우선 책임기관인 점을 고려하면 미흡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당시 내일신문은 '재난안전통신망인데… 소방 빠졌다'는 기사를 통해 "단일 재난안전통신망 개통 당시 소방이 빠져 제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내일신문 2021년 5월 17일자 4면 참조>

소방의 단말기 보급이 늦어진 1차적인 이유는 예산이다. 국가 예산을 사용한 경찰과 달리 소방은 시·도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사정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특히 2019년까지 대부분 지자체가 노후 무전기를 대거 교체한 상태여서 새 단말기를 구입하는 게 쉽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소방 내부에서는 재난대응기관들이 단일 단말기를 사용하는 것을 꺼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소방이 단일 단말기 사용을 불편해했고, 오히려 재난대응에서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으면서 단말기 보급에 소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소방에 단말기 보급이 늦어지면서 일선 현장 대원들까지 단일 재난안전통신망 사용 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난대응의 최우선 기관인 소방에 단말기 보급이 안 되면서 경찰 등의 다른 기관의 내부 교신에 주로 활용됐다는 얘기다.

이른바 관련 기관간 '그룹핑'이 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재난대응 기관들이 단일 통신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어느 범위까지 통신망을 열고 교신을 할지 결정돼 있고, 훈련도 되어있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미흡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이태원참사 당일 현장 출동 인력 등을 포함해 소방청 전체에서 재난안전통신망을 사용한 시간은 15초에 불과했고, 경찰 역시 3839초를 사용하는데 그쳤다"며 "재난안전통신망을 통한 소방과 경찰 간 통합대응체계가 사실상 작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이날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재난안전통신망을 사용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결국 이런 상황이 이번 이태원참사 때 재난안전통신망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이유가 됐다. 행안부는 "재난안전통신망은 기관 간 사고 현장의 공동 대응을 목적으로 구축한 것"이라며 "이번 사고발생 시에도 정상 작동했지만 사고현장 초동 대응 시 재난기관 간 활용이 미흡했다"고 해명했다.

재난안전통신망은 경찰, 소방, 군, 지자체, 의료기관 등 재난 관련 기관 8종 총 333곳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전국 단일 통신망이다. 세계 최초로 4세대 무선통신기술(PS-LTE 기반)을 적용했다. 최대 2500개 단말기간 실시간 통신이 가능하고, 통신 사각지대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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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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