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름세 둔화하겠지만 '고금리' 추세 유지

내년 우리 경제가 잠재수준을 밑도는 경기둔화 국면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결정적 배경은 세계적 경기침체 장기화와 수출 감소다. 고금리와 공공요금 인상으로 반짝 회복세를 보이던 내수마저 동력을 잃을 것이란 점도 또 다른 요인이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크게 낮췄다. 통상 민간연구기관보다 다소 높게 전망치를 내놓던 관행을 벗어나 주목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대해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있는 그대로 국민들께 전망치를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이라며 "최근 전 세계 경제상황을 솔직하게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정부도 내년 경제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마저 역성장 전망 = 내년 저성장 전망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수출 감소가 손꼽힌다.

27일 기재부에 따르면 OECD는 내년 세계 경제가 2.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2.2%의 성장률은 오일쇼크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 등을 제외하고는 197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계경제와 직접 맞물려 있는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이미 지난 하반기부터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수출(통관 기준)은 1년 전보다 5.8% 감소했다. 11월(-14.0%)에도 뒷걸음질 쳤다. 이달 들어 20일까지도 8.8% 줄어 3개월 연속 감소가 예고된 상황이다.

정부도 내년 수출이 4.5%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수출의 역성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수출 감소는 생산 활동의 위축으로 직결된다.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제조업 지수(계절조정 기준)는 110.5(2015년=100)로 전월보다 3.6% 감소했다. 감소 폭으로는 2020년 5월(-7.5%) 이후 가장 크다. 또 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1.5% 줄었다. 2020년 4월(-1.8%)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물가 오름세는 멈칫하겠지만 = 올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물가는 내년에 상승세가 다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물가 상승세가 올해 5.1%에서 내년 3.5%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5.1%→3.6%)이나 KDI(5.1%→3.2%) 등도 비슷한 전망을 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수요 둔화 등이 하방 압력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3%대 물가는 여전히 한국은행이 목표로 하는 물가 안정 목표 2%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올해 정도의 급격한 물가상승은 아니더라도 2023년 한해도 '고물가 상황'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인 셈이다.

고물가가 장기화하면 한국은행도 3%를 넘어선 기준금리를 쉽게 내리기 어렵다. 이런 상황은 결국 민간 소비의 둔화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가계의 저축 여력 등으로 큰 회복세를 보였던 민간소비는 내년 금리 상승과 자산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정부는 민간 소비가 올해 4.6% 증가에서 내년 2.5% 증가로 증가 폭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4.7% 증가에서 내년 2.7% 증가로 둔화할 것으로 봤다. 세계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투자 또한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2023년 경제전망" 연재기사]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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