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 등급 위주 선별적 투자 … 장기물 국고채 주목

최종 금리 수준 및 인상 종료 시점 보수적 설정 필요

2023년 재테크 키워드는 주식보다 채권이 더 주목받을 전망이다.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로 안전자산인 채권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주식보다 채권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편이다. 다만 경기둔화에도 주요국이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하는 점은 단기간내에 통화정책 경로를 수정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보여준다. 채권전문가들은 아직 금리 상방 리스크 요소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특정 재료에 시장이 지나치게 쏠리는 부분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년 개인 순매수 20.6조원 … 전년대비 4.5배 증가 =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2년 장외채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액은 20조6113억원에 달한다. 전년 4조5675억원의 4.5배가 넘으며 연간 순매수액으로 사상최대 금액이다.

지난해 채권 투자가 큰 관심을 받은 이유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사 기조로 채권 금리가 빠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3.78%와 3.81%로 1년 전보다 1.83%, 2.32%보다 각각 1.93%p, 1.49%p 상승했다. 채권금리가 4.54%로 최고점을 기록하던 작년 10월에는 지난해 연초보다 금리가 두 배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3년물 AA-급 회사채 금리도 연 5.736%로 올랐다.

1월 국고채 금리 범위는 3년물 3.55∼3.85%, 10년물 3.60∼3.88%로 예상된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통화정책에 대한 경계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고채 금리 3.8~4.0% 수준에서 채권을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며 "다만 아직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울 때는 아니고, 당분간 금리하락에 대한 베팅보다는 일정 레인지 내에서 트레이딩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하락한 채권금리, 되돌림 가능성 열어놔야 = 국내외 시장금리는 12월 중반까지 강세 흐름이 이어진 이후 최근 다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전일 국고채 금리는 작년 마지막날 보다 일제히 상승하며 3년물은 연 3.78%로 전 거래일보다 6.0bp(1bp=0.01%포인트) 올랐다.

10년물 금리는 연 3.81%로 8.1bp 상승했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6.6bp 상승,4.5bp 상승으로 연 3.81%, 연 3.85%에 마감했다. 20년물은 연 3.75%로 6.1bp 올랐다.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5.0bp 상승, 4.8bp 상승으로 연 3.73%, 연 3.74%를 기록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1개월간 빠르게 하락한 채권금리가 올해 1~2월에는 단기 급락에 따른 되돌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침체로 인한 채권금리 추세적인 하락세는 유효하지만 과도했던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할 경우 단기 되돌림은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백 연구원은 "현재 채권시장에는 그동안 핵심적인 시장금리의 변동 요인으로 인식했던 물가에서 경기로 이슈가 전환하고 경기 침체, 급격한 경기 하강에 대한 기대가 강하게 반영,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 추가적인 금리인상 제한적이라는 심리가 반영됐다"며 "하지만 연준의 통화긴축 속도 조절을 당장 기존의 통화정책 경로가 수정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 피벗(pivot, 방향전환)은 이르다는 설명이다.

이어 백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제어를 위한 통화긴축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올해 1분기까지 기준금리를 5.00% 수준으로 인상한 후 연내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0.25%p 인상하고 최종적으로 국내 기준 금리를 3.75%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지난 금통위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 속도조절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대내외 여건들을 고려했을 때, 통화긴축 속도 조절을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가 임박한 것으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며 "지난 금통위가 제시한 수정경제전망을 보면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는 시장의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지만,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소폭 하향 조정에 그쳐, 경기둔화 우려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의 경직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시사함과 동시에 인플레이션 제어를 위한 통화정책 대응 기간이 단기간내에 종료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최종 금리수준과 금리인상 종료 시점을 좀 더 보수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채권 순매수 열풍 상반기까지 지속 = 한편 올해도 채권 매수 열풍은 이어질 전망이다. 작년엔 고강도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채권수익률(금리)이 급격히 뛰면서 이자 수익을 쏠쏠히 얻을 수 있는 단기채가 인기를 끌었다. 반면 올해는 만기까지 기간이 길어 가격이 많이 떨어진 장기채를 선점해 미래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자 전략이 떠오르고 있다. 이미 발빠른 투자자들은 여유자금을 장기채에 묻어두고 있다.

장기채의 경우 고금리 이자수익과 매매차익 두가지를 동시에 노려볼 수 있다. 우량한 채권의 경우 은행 예금보다 금리가 높아 상당히 매력적이며 향후 채권 매매차익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금리가 하락세로 전환해 채권 가격이 상승한다면 그만큼 큰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다.

절세효과도 노릴 수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2년간 유예되면서 채권 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유지된 점도 절세효과에 도움이 된다.

올해는 경기둔화와 시중 유동성 축소 등으로 펀더멘털 우려가 높은 가운데 상위등급으로의 투자 쏠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사채와 은행채의 경우에도 여전히 투자 매력이 높다. AA급 이상 회사채와 금융지주가 발행한 여신전문채권(여전채) 등도 추천 매수 대상에 포함됐다. 하위등급 회사채의 경우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양호하고 그룹 산하에 있어 지원 가능성이 높은 기업만 채권 발행이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익률이 다소 낮아도 신용등급을 높여 투자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공사채와 은행채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회사채·여전채에 비해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는 △양호한 펀더멘털로 향후 경기 침체 및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고 △투자 수요가 타 채권 대비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투자등급 채권 △신흥국 중에서는 현재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고 신용 이벤트 발생 가능성이 낮은 KP(한국물)와 중남미 에너지 관련 외화표시 채권에 대한 비중 확대 등이 제안됐다.

글로벌 크레딧채권은 경기둔화 속에 실적 저하와 부도율 상승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채권전문가들은 경기침체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하이일드채권보다는 펀더멘털이 강한 우량 회사채 중심으로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첨단 기술력과 안정된 수요를 바탕으로 장기간 견고한 실적을 시현해 온 미국 방산업체가 발행한 채권을 추천한다"며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글로벌 세력 균형이 흔들리며 방위비 증가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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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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