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올해는 금리인하 없다" … 반도체 등 제조업 수출업황도 '흐림'

올해 우리 경제가 상반기에 경기 침체가 집중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정부와 한국은행 등의 전망이 그렇다. 하반기쯤에는 경기침체의 정점을 지나 회복세로 반전될 것이란 기대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리인상에 따른 대내외 경기둔화와 수출 부진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저'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우려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에는 금리인하가 없다"고 못박은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세계경제 침체의 배경에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있는 만큼, 미국의 금리가 정상화된 이후에나 경기흐름의 반전 계기가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다.


◆"상반기 가장 어렵다" = 이런 흐름을 반영해 최근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도 더 어두워졌다. 10일 KDI에 따르면 전날 발표한 '2023년 1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한국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심화되면서 경기둔화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경기둔화 가능성'을 경고하던 것에서 사실상 '경기침체 본격화'로 전망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다.

앞서 국내 주요 경제기관장들은 올해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일제히 전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마지막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우리 경제 대내외 여건은 여전히 매우 어렵고 특히 대외여건 악화 등으로 내년 상반기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년사에서도 "상고하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신년사에서 "내년 경기는 특히 상반기에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 만큼 침체로 가느냐 아니냐 하는 보더라인(경계선)에 있다"고 했다.

경제기관 수장들의 이런 전망은 "최악의 상반기를 지나면 단계적으로나마 경기흐름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깔려 있다.


◆냉담한 시장반응 = 하지만 시장이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좀 더 신중하다. 하반기라고 특별히 나아질만한 '확실한 지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하반기에도 경기침체를 우려할 요인이 첩첩산중이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미국의 기준금리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이 상반기에 멈추면 하반기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심리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인상을 멈추더라도 상당기간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더 많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2월 0.5%포인트(p)가 인상돼 4.25~4.5%가 됐다. 이 정도는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이다.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여부다. 연준이 예측한 최종 기준금리 전망치는 5.1%였다. 결국 연준이 앞으로도 0.75%p의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적어도 2023년에 금리를 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금리 인하는 2023년의 경제전망에 들어있지 않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연준이 2023년에 0.25%p씩 두 번 기준금리를 인상해 최종금리는 4.75~5.00%가 될 것으로 예측하면서 최종금리가 적어도 1년은 유지될 것으로 봤다.

◆올해도 고금리 불가피 = 한은의 기준금리 역시 연준의 움직임을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모양새가 될 전망이다.

주요 기관들은 한은이 이번주 현재 3.25%인 기준금리를 0.25%p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기준금리 3.25%는 2012년 7월(3.2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5%대의 높은 물가를 감안하면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금리 인상분에 따른 여파가 남은 상황에서 추가 금리인상은 하반기 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통상 금리인상 여파는 3개분기(9개월) 이후를 전후해 실물 경제에 나타난다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사상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밟은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도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바 있다.

◆하반기까지 수출부진 가능성 = 반도체 등 제조업 중심의 수출 부진도 불안한 요인이다. KDI에 따르면 12월 수출은 전월(-14.0%)에 비해 폭이 다소 줄었지만 마이너스(-)9.5% 증가율을 보여 여전히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물량지수는 지난해 9월 20.8%에서 10월(15.0%), 11월(-1.4%) 등으로 계속 감소했다.

중국발 코로나19 재확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도 하반기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중국이 3년여간 이어 온 고강도 방역 조치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난해 말 폐지했지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국경을 다시 걸어 잠글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하반기 경기를 낙관할 지표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부양 정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성장률이 1.4%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LG경영연구원은 "세계경제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한국 경제성장률은 2022년 2.5%에서 2023년 1.4%로 낮아질 전망"이라며 "2024년부터 회복이 예상되나 경기 반등의 강도는 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적어도 올해 1년 간은 매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란 관측인 셈이다.

["2023년 경제전망" 연재기사]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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