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스마트기업 연쇄 부도 가능성 … 신용위기 우려

추경호 "시장영향 제한적이나 향후 여파 불확실성 커"

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이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폭풍에 전 세계 금융권과 기업들이 충격을 받았다. 또 다른 미국 은행 시그니처은행의 폐쇄 소식이 들리면서 연쇄 은행 부도 가능성도 제기됐다. 벤처 및 스마트기업의 연쇄 도산 리스크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총 자산 280조원으로 미국에서 16번째 규모인 SVB가 자금부족을 발표한 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폐쇄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12일에는 SVB에 이어 총 자산 117조원 규모의 시그니처은행이 폐쇄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SVB은 주로 스타트업 대출에 특화된 은행으로 대규모 채권 투자 손실과 뱅크런이 겹치면서 순식간에 파산이 결정됐다. 향후 뱅크런 등 금융 시장 혼란, 신용 경색 가능성, 유사한 규모의 중견은행 연쇄 파산, 스타트업 줄도산 등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관건은 SVB 사태가 과거처럼 시스템리스크로 번지는지 여부다. 시장 전문가들 대부분은 은행 전체 시스템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시스템리스크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시중 대형은행들로 유동성 위기가 전염되어야 하지만 지난 2008년 위기 이후 대형 은행들의 재정건전성이 강화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형은행들은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예금 기반이 다각화되어 있고, 재무상태도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의도치 않은 자금경색 현상을 촉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SVB 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진 미 국채투자손실은 SVB 한 은행에만 국한되지 않아 대규모 은행인출(뱅크런) 발생이 이어질 수 있다"며 "금리 영향으로 업황 부진 및 자금난에 직면한 실리콘밸리 내 벤처캐피탈 및 스마트기업의 연쇄부도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벤처 및 스마트기업의 연쇄 도산 리스크도 우려되며 신용위기 도화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다.

한편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SVB 파산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현시점에서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수출투자책임관 회의를 열고 "미국 재무부 등 관련 당국이 SVB 예금 전액 보호조치를 발표하는 등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며 "아직은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금융·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향후 여파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우리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 합동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SVB 사태" 연재기사]

김영숙 성홍식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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