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외국인·기관 쌍끌이 순매도에 1%대 하락 출발

글로벌 3대 신평기관 미국은행시스템·지역은행 신용 강등

작년부터 파산 위기설이 끊이지 않던 스위스 제2대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파산 공포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국내증시도 16일 오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쌍끌이 매도에 1%대 이상 하락 출발했다. 달러 강세에 원달러 환율은 10원 이상 급등세로 장을 시작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위기가 유럽 대형 은행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유럽의 CS의 주가 폭락 사태는 미국의 SVB 사태와는 달리, 중앙은행의 긴축 충격에서 직접적으로 기인하지는 않았지만 SVB 사태 여진이 가시지 않은 상황 속에서 SVB 보다 상징성이 큰 유럽의 대형은행인 CS 발 위기가 불거졌다는 점이 은행권의 유동성 불안 또는 시스템 리스크 우려를 한층 더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스위스 제네바의 한 건물에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의 간판이 보인다. AFP=연합뉴스


◆개인만 나홀로 순매수 = 이날 오전 9시 21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6.80포인트(1.13%) 떨어진 2352.92를 나타내고 있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1.74포인트(0.91%) 내린 2357.98로 출발해 낙폭을 키우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23억원, 382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개인 홀로 1108억원 어치를 순매수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1.21포인트(1.44%) 떨어진 769.96이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64포인트(0.08%) 내린 780.53으로 출발한 뒤 하락 폭을 더 키우며 770대로 내려앉았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개인 홀로 2556억원어치를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979억원, 497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견인 중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3원 오른 1314.0원에 개장한 뒤 1310원대 중후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SVB 사태에 이어 유럽 대형 은행의 위기설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안심리를 자극한 데 국내 증시도 악영향을 받았다.

전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리스크가 불거지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0.87%)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0.70%)는 하락,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05%) 상승 마감했다.

◆크레디트스위스 유동성 위기 발생 = 크레디트스위스는 전날 연례 보고서를 통해 작년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해 고객 자금 유출을 아직 막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대 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이 추가 재정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불안감이 확산했다. 다만 장 초반에는 낙폭이 더 컸으나 장중 스위스 당국의 유동성 지원 발표 소식이 전해지자 하락분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CS 사태의 배경을 살펴보면, 2021년 초 미국 밈 주식 열풍이 빚어낸 헤지펀드 아르케고스캐피탈의 파산에 따른 손실 포함 자체적인 고유 리스크가 누적이 됐다. CS는 작년에도 여러 차례 위기설이 부각된 은행이었다. 그 가운데, 최근 연례보고서에서 내부통제와 관련해 중대한 문제가 발견됐으며 동시에 지난해 연말 지분을 매각했던 사우디국립은행이 추가적인 지분 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주가 폭락사태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스위스중앙은행(SNB)가 필요시 CS에게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결정하면서 CS 발 불안이 다른 은행들을 포함한 전반적인 금융시장으로 불안이 전이되는 것을 제한시켰다는 점은 안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긴장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크레디트스위스 사태는 어느 정도 일단락됐지만 추후에도 누적된 긴축 효과가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고, 기타 은행들에서 유동성 불안이 발생하는 과정에 주식시장이 수시로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준보다 매파적인 ECB 어떤 결정할까 = 16일(현지시간) 저녁으로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보다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 결과도 시장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다. 지난달 예고했던 대로 ECB가 0.5%p 인상을 단행할지, 또 이번 은행권 위기에 대한 ECB의 진단과 잠재적인 대응방식을 추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원은 "블랙아웃 기간(FOMC 이전 대외 발언이 금지되는 기간)에 돌입한 연준이 SVB 나 CS 사태를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대 신용평가기관 미국은행시스템 전반 또는 개별 지역은행 강등 = 한편 3대 신용평가기관들인 S&P 글로벌과 피치는 파산한 실리콘밸리 은행 지역에 있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내렸다. 또 다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미국 은행 시스템 전체에 대한 신용평가 등급을 안전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무디스는 특히 "미국 내 은행들에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손실들이 상당하고 보험에 들어있지 않은 예금들도 많아 위험이 여전하다"고 강력 경고했다.

무디스는 위험 있는 각 개별 은행들에 대해 신용을 평가하고 있다면서 머지않아 은행시스템 전반에 이어 각 개별 은행들의 신용도 강등을 결정할 것으로 시사했다.

무디스가 현재 점검하고 있는 개별 은행들로는 주가폭락과 반등을 겪고 있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시온스 뱅크콥, 인트러스트 파이낸셜, UMB 은행, 웨스턴 얼라이언스, 코메리카 등이 있는 것으로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파산한 실리콘밸리 은행의 2090억달러, 시그니쳐 은행의 1100억달러의 예금전액을 보장하겠다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미국의 은행시스템은 안전하다고 강조하며 불끄기에 나서 조기 진화하는 것으로 보였으나 거센 불길이 다시 번지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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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 워싱턴 한면택 특파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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