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가상현실 활용한 'AR책카드'·'VR로 떠나는 토론 캠프' 호평 … "도서관 경험이 어린이·청소년 성장에 도움되도록 노력"

"얘들아, 신나는 동물원에 가고 싶어? 그러면 우리 같이 주문을 외워보자. 와, 동물 친구들이 나타났네. 누가 있나 한번 볼까? 동물들을 위해 이렇게 음악을 연주해주면 어때요?"

23일 오전 방문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2층. 우리누리어린이집 3~4세 어린이들 10여명이 동화구연 선생님과 함께 '체험형 동화구연'에 몰입한 모습이었다.

이날 어린이들이 만난 체험형 동화구연은 그림책 '세상에서 가장 큰 도서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어린이들은 마치 미디어 전시관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동화구연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순식간에 바뀌는 4개 벽면과 바닥까지 5개 면의 영상들을 보며 신기해했다.

23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체험형 동화구연을 즐기는 어린이들. 사진 이의종


어린이들은 스크린에 동물이 나타나면 저마다 뛰어가 터치하고 음악을 연주하기 위한 악기들이 나타나자 건반을 손가락으로 터치하며 직접 소리를 만들었다. 특히 이날 어린이들은 공간의 4개 벽과 바닥까지 5개의 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공간에서 충분한 몰입감을 느끼며 벽을 두드리고 발을 구르는 등 즐거워했다.

이날 어린이들을 인솔한 어린이집 교사 신다은씨는 "동화구연 선생님이 아이들의 수준에 맞춰 흥미유발을 잘해주고 다양한 영상콘텐츠들을 활용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한다"면서 "체험형 동화구연에 참여하면서 아이들이 책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5개 면 활용한 체험형 동화구연 = 최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다양한 신기술들을 독서에 접목한 새로운 콘텐츠의 개발과 보급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이날 만난 체험형 동화구연은 그중 하나다.

체험형 동화구연이란 대형 스크린의 동화 속 배경을 바탕으로 체험하고 참여할 수 있는 독서 진흥 콘텐츠다. 2009년부터 제작했으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협력해 핵심기술을 개발했다.

유형은 2가지로 단면형의 경우 실시간으로 어린이의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해 기존 콘텐츠에 합성하는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다. 어린이가 주인공이 되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어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다. 또 다른 유형은 5면 실감형이다.

이날 어린이들이 즐긴 방식으로 4개 벽면과 바닥 등 5개 면을 대형 스크린으로 활용해 어린이들이 움직임을 통해 영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다. 올해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토끼의 재판' 등 4종의 새 단면형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등에 단면형 위주로 보급한다. 이날 체험형 동화구연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문화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도 콘텐츠를 보급해 도서관 이용자들이 직접 체험형 동화구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첨단기술 체험관. 사진 이의종


◆블록코딩으로 자율주행 체험 = 지난달 개관한 '첨단기술 체험관'도 방문했다. 첨단기술 체험관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1층 '미꿈소'(미래꿈희망창작소) 안에 마련됐다.

미꿈소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융합적인 사고력 향상을 위해 독서와 창작활동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창작소다. 3D프린터 레이저커팅기 MS홀로렌즈 코딩로봇 자율주행로봇 머그프레스 등 800여점의 장비와 물품을 갖추고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도서관이 운영하는 장점을 살려 도서 선정 자문위원회를 꾸려 책을 선정하고 책을 기반으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도서관형 메이킹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608회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3571명의 어린이와 청소년, 부모들이 참여했다.

첨단기술 체험관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미꿈소의 운영 역량을 기반으로 새롭게 조성한 곳이다.

로봇 자율주행, 드론 체험 등 첨단기술에 보다 주목했다. 로봇 자율주행과 드론 체험이 가능한 체험공간과 로봇 체험을 할 수 있는 로봇플레이공간, 첨단기술 전시공간으로 구성하고 1일 2회씩 관련 프로그램들을 운영한다. 전문가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보다 즐겁게 첨단기술을 체험할 수 있다.

어린이들은 가상으로 드론 조작 방법을 교육받은 이후 실제로 드론을 조종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 안전하게 드론을 날릴 수 있도록 별도로 내부에 체험공간을 마련했다. 드론은 안전 고도를 유지하게 돼있으며 드론이 링을 통과하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봇인 로보마스터의 주행도 체험공간에서 가능하다. 로보마스터는 어린이들이 블록코딩을 활용해 지시한 대로 움직이게 된다. 나아가 파이썬을 통한 조작도 가능하다.

내부 공간에는 로보마스터가 움직일 수 있는 길이 표시돼 있어 길을 따라 이동하도록 조작할 수 있다. 로보마스터는 특정 표식을 인식해 주행을 할 수 있으며 사람을 인식하게 할 수도 있다. 안전거리를 확보한 가운데 사람을 따라 주행하게 된다.

첨단기술 체험관 관계자는 "방향 속도 빛 등을 블록코딩을 통해 조작할 수 있다"면서 "자율주행은 학습에 의해 자유롭게 주행하게 되는 것으로 어떻게 코딩을 하느냐에 따라 로보마스터가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증강현실(AR)과 VR을 활용한 'AR 책카드'와 'VR로 떠나는 토론 캠프'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AR 책카드는 초등학생 대상의 AR 기반 독후 활동 콘텐츠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사서 추천도서를 기반으로 AR 콘텐츠를 제작했다.

AR 책카드 앱을 설치하고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배포한 활동지를 활용하거나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홈페이지(www.nlcy.go.kr)에서 활동지를 다운로드받아 활용하면 된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AR책카드. 사진 이의종


◆증강현실로 책읽기 = 활동지에 앱을 비추면 AR 콘텐츠가 나타나 어린이들이 즐겁게 독후 활동을 할 수 있다. 가정 학교 도서관 등 어떤 공간에서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활용해 누구나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2022년 'AR 책카드1'을 보급했으며 높은 호응을 기반으로 'AR 책카드2'를 추가 개발했다. 'AR큐브'는 어린이들이 직접 활동지를 오려 정육면체 큐브를 조립한 후 다양한 각도에서 AR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AR 책카드1을 전국 공공도서관 초등학교 작은도서관을 대상으로 5만부 배포했다. 올해 AR 책카드2와 AR큐브를 배포할 예정이다.

VR로 떠나는 토론 캠프는 VR과 토론을 접목한 프로그램이다. 청소년들은 VR 기기를 착용하고 마치 게임처럼 VR 콘텐츠를 체험한 이후 친구들과 함께 해당 상황에 대한 토론을 벌인다. 환경 과학윤리 등 6개 주제의 VR 콘텐츠들이 마련돼 있으며 토론을 진행할 수 있도록 강사를 파견한다.

아울러 토론 주제와 관련된 도서를 제시해 학생들이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올해 시범 운영 중이며 16개 학교가 선정됐다. 향후 대상을 확대하고 VR 콘텐츠를 공개 배포할 계획이다.

박주옥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장은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첨단기술을 어린이청소년 서비스에 적극 도입하고 독서활동과 연계한 다양한 활동을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제공함으로써 도서관에서 한 경험들이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역할"이라면서 "더불어 이러한 경험을 전국의 도서관들과 공유하는 것이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임무"라고 말했다.

["어린이 도서관" 연재기사]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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