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부정신호 엇갈려, 시장흐름 '업황개선'

미중 반도체 난타전 … 경기반등에 악영향

하반기 반도체 업황 회복 여부에 한국경제의 운명이 걸렸다. 정부가 '상저하고' 경기전망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하반기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깔려 있다. 26일 현재 하반기 반도체 경기 회복여부에 대해선 긍정과 부정 신호가 엇갈린다.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가 살아나지 않으면 장기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우선 시장 흐름은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26일 10시 45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1400원(2.03%) 오른 7만2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SK하이닉스도 4500원(4.35%) 오른 10만8000원으로 거래 중이다.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AI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24.37% 급등한 379.80달러(50만5134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동안 반도체 기업에 보수적 입장이었던 모건스탠리는 지난 22일 보고서에서 반도체 주식 비중확대 의견을 냈다. 이런 추세로 보면 하반기 반도체 시장전망은 맑다.

업계와 정부·전문가들도 긍적적이다. 챗GPT 등 초거대 인공지능(AI) 확산 바람을 타고 필수품목인 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새 학기가 시작되는 9월 이후 노트북 등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수요도 회복될 것"이라며 "반도체 재고상황도 2분기 이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상저하고 경기전망은 유효하다"면서 첫 배경으로 '반도체 업황'을 손꼽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하반기 경기전망에서 '2분기 이후 반도체 업황 개선'을 전망했다.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당장 미중 기술패권 경쟁 확산이 최대 위험요소다.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맞서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금지하면서 불똥이 우리나라에도 튈 수 있다. 미국은 노골적으로 한국이 미국편에 설 것을 강요하고 있고, 중국의 압박도 만만찮다.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23일(현지시간) "한국 기업이 마이크론의 빈자리 채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더 악화돼 미국이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을 강화하게 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더욱 어려움이 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중국 반입 규제를 내놓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에 대해선 1년간 규제를 유예했다. 현재 두 회사는 중국에서 낸드 D램 등을 생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심해지지 않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갈등상황이 더 첨예해지면 하반기 반도체 경기 반등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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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수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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