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어린이도서관 '서비스 표준' 제시 노력 … 학년별 권장도서 등 다양한 큐레이션·4차 산업혁명 시대 창의학습 공간 '온꿈누리'

"1979년은 세계 어린이의 해였습니다. 어린이에 대한 관심과 함께 어린이도서관 설립에 얘기가 모아져 그해 우리나라 첫 어린이 전용 공공도서관으로 개관을 했습니다. 시내 한복판에 어린이도서관이 생기니 부모들의 관심이 대단했습니다. 이후 어린이 서비스 표준을 제시하고자 '어린이도서관의 도서관'으로 노력해왔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어린이들의 창의학습을 지원하는 '온꿈누리'. 사진 이의종


◆어린이 서비스 표준 제시 노력 = 6월 30일 만난 이미정 서울시교육청어린이도서관장의 일성이다. 서울 종로구 사직동 서울시교육청어린이도서관은 1979년 개관한 우리나라 첫 어린이도서관이다. 공공도서관이 별로 없던 시절에 어린이들을 위한 전용 도서관이 생겼으니 그 관심은 상당했다. 서울 전역에서 부모들이 승합차를 타고 방문해 다양한 어린이책을 여행가방에 가득 싣고 빌려가곤 했다.

서울시교육청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 독서문화를 확산하고자 방학 때면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열고 책읽기와 관련해 독후감 등 각종 독서증진대회를 만들어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어린이도서관이 주최하는 독서증진대회는 인기가 높아 각 학교별로 학교장 추천을 받은 어린이만 참가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미정 서울시교육청어린이도서관장. 사진 이의종

이외에도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널리 확산하려면 어린이들에게 이를 가르칠 독서지도자들을 양성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독서리더 양성과정'을 운영했다. 각 지역 공공도서관들은 어린이서비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도서를 추천해야 할 것인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어린이도서관을 견학해 참고하곤 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와 독서'라는 제목의 어린이 독서문화 잡지를 1980년부터 해마다 발행하고 있다. 독서증진대회 수상작은 물론 해마다 교육공동체의 화두를 다루는 특집논단을 실어 전국 어린이 독서교육 기관에 배포한다. 40여년 동안 꾸준히 발행하다 보니 원격수업을 하는 그림 등 표지만 봐도 당대의 시대상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이 관장은 "개관 때부터 수집된 '새벗' 등 희귀 어린이잡지도 서울시교육청어린이도서관이 유일하게 소장하고 있다"면서 "국립중앙도서관이 추진하는 기억의 도서관-코리안메모리 사업에 참여해 디지털 아카이빙 중"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독서문화 잡지 '어린이와 독서'. 사진 이의종


◆하루 10분 책읽기 습관 들이기 = 최근 서울시교육청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들의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독서챌린지 2.0'이 그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어린이들의 영상 미디어 이용이 늘어나면서 문해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어린이들이 독서를 습관화할 수 있도록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어린이들이 하루 10분 책을 읽고 독서통장에 기록해 30일 50일 100일 등 자신이 원하는 기간을 신청해 완주하면 기념품을 제공한다. 인근 매동초등학교 등 각 초등학교들이 전교생 또는 학급 단위로 참여하고 있으며 여름방학 숙제로 활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호응이 높다.

이 관장은 "어린이들의 문해력과 기초학력이 너무 낮아져 사회적 현안이 되고 있어 어린이들이 책읽기 습관을 들이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서 "인근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방문해 프로그램을 호평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교육청어린이도서관은 서울 시내 공공도서관 중 가장 많은 어린이책을 보유한 도서관으로 30만권에 가까운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많은 책들이 독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의 권장 도서 목록을 제공하는 것이 장점이다. 교육청 소속 도서관답게 학교 교육과 연계해 '학년별 권장 도서 목록'을 제공한다. 여름방학, 가정의 달, 겨울방학 등 1년에 3차례 사서들로 구성된 권장 도서 선정위원회를 꾸려 학년별로 20종의 책을 선정한다. 이 목록은 도서관이 구입한 신간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목록을 배포하고 선정된 책 표지는 원하는 초등학교에 순회 전시한다.

이와 별도로 초등학교 교과서와 연계된 학년별 과목별 추천도서를 매달 6종씩 선정해 소개하고 발달단계와 교육과정을 연계한 20종의 주제별 북큐레이션을 운영한다. 최근엔 국립생태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자연을 읽는 생태서가'도 운영하고 있다.

50권의 책꾸러미를 대출해주는 '몽땅 드림북스'도 인기다. 30일 동안 다양하게 구성된 책 50권을 장기 대출해주는 서비스다. 한달에 선착순 10가족을 대상으로 하며 반응이 좋아 대상을 보다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6%가 문해력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어린이도서관 어린이날 행사. 사진 서울시교육청어린이도서관 제공


◆직접 또래 친구에게 책 추천 = 서울시교육청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 참여 프로그램들도 다양하게 갖췄다. 그중 하나가 어린이날 행사다. 도서관 개관일이 5월 4일로 어린이날 하루 전날이기에 개관일과 어린이날을 기념해 어린이날 행사를 대규모로 준비한다. 올해는 도서관 앞마당까지 활용해 다양한 놀이기구와 마술공연 강연 북큐레이션 등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종합선물세트'를 펼쳤다. 일주일 동안 4000명 가까이 다녀갔다.

또 어린이들은 직접 또래 어린이 이용자들에게 책을 추천한다. 어린이 참여 중심 독서문화프로그램인 '아빠와 함께하는 어린이 북큐레이터'가 그것이다. 어린이들은 아버지 어머니 혹은 그 외 보호자와 함께 도서 추천에 대한 강의를 4차시에 걸쳐 들은 다음 자신들이 추천하고 싶은 책들을 또래 이용자들에게 추천한다.

단순히 책만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북큐레이션 전시에도 의견을 낸다. 어린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전시를 열기 위해 사서들은 분주하게 소품들을 준비한다. 지난해 참여한 이용자들은 "북큐레이터 너무 재미있다" "아이들이 즐거워한다" 등의 소감을 남겼다.

3D프린터 등이 갖춰진 모습. 사진 이의종


◆"지식정보사회에서 누락되지 않게"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서울시교육청어린이도서관은 3층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해 어린이들의 창의학습을 지원하는 '온꿈누리'를 개관했다. 이곳에 들어서면 다양한 보드게임과 어린이용 텐트 등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어린이들은 3D프린터 3D펜 등을 활용한 창의학습에 참여할 수 있다. 미디어랩을 갖춰 원하는 어린이들은 동영상을 편집하는 등 미디어 관련 작업도 할 수 있다. 3D프린터와 코딩프로그램 미디어프로그램들은 대상별 단계별로 운영하며 어린이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아울러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8월에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

이 관장은 "도서관은 사회와 같이 성장하며 도서관 서비스와 프로그램들은 사회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면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독서활동을 지원하는 온꿈누리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국립생태원과 함께하는 서가 등이 그런 서비스"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회 소외된 이웃들이 지식정보사회에서 누락되지 않게 지켜내고 꿈꾸는 아이들을 응원해 건강한 미래를 키우는 것이 도서관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어린이 도서관" 연재기사]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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