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한양대 교수 정치외교학, 유럽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유엔에 따르면 지구촌에서 매일 4만4000여명 이상이 분쟁과 박해 등으로 피난을 떠나며 대부분의 난민이 아프리카대륙에서 발생한다. 또 세계은행은 현재의 기후위기가 지속될 경우 2050년까지 전세계 기후난민이 2억1600만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8600만명이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단일 난민법을 제정하고 시행한 국가다. 7월 1일은 우리나라가 난민법을 시행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난민법은 난민의 지위와 처우개선을 목적으로 유엔(UN) 난민협약 및 의정서에 입각해 만들어졌다. 그에 앞서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World Refugee Day)이었다. 2000년 유엔총회 당시 아프리카연합(AU)의 전신인 아프리카단결기구(OAU)와 논의해 결정한 날이다. 난민협약의 의미와 가치를 세계적으로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와의 연대가 필수임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아프리카가 난민위기의 원인인 이유

왜 아프리카일까? 현대 아프리카 난민위기의 원인은 1957~1962년 아프리카 24개국이 유럽의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한 것과 관련돼 있다. 유럽열강들은 1884년 베를린회의(Berlin Conference)를 통해 아프리카 내부의 자치적 통치범위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익에 준해 국경을 자로 잰 듯이 설정했다.

식민통치 기간 아프리카 내부의 사회적 갈등은 강제력에 의해 통제됐지만 독립과 동시에 폭발하고 말았다. 유엔에 따르면 지구촌에서 매일 4만4000여명 이상이 분쟁과 박해 등으로 피난을 떠나며 대부분 난민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발생한다.

1950년 설립된 유엔난민기구(UNHCR)는 1951년부터 난민 통계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지난 70여년간 적어도 매년 16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으며, 1982년 이후 유엔난민기구에 등록된 난민의 수는 매년 1000만명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고 한다. 2023년 6월 기준으로 보면 강제로 집을 떠나 지내고 있는 인구는 총 8930만명, 이 가운데 2710만명이 난민이다.

난민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일반적으로 기아 빈곤 전쟁 천재지변 등으로 이주하게 된 이재민들을 지칭했지만 인권침해와 박해로 인한 난민들도 포함된다. 유엔난민기구는 아울러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증가로 2008~2016년 매년 2000만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은행은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50년까지 전세계 기후난민이 2억1600만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8600만명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분쟁, 민족문제, 기후 등 원인 다양

정치적 분쟁으로 인해 최근 난민사태의 중심에 놓인 곳이 수단이다. 지난 2019년 30년간 집권한 알 바시르(Omar al-Bashir) 대통령이 쿠데타에 의해 축출됐다. 경제위기로 인한 대중시위가 확산하자 군부가 선제적으로 움직인 결과였다. 이후 함독(Abdalla Hamdok) 총리 체제로 알 바시르 정권 전복을 이끌어낸 군부와 민간 인사들이 분점정부를 구성했다. 그러나 군부는 2021년 재차 쿠데타를 일으켜 민간 인사들을 내쫓았다.

2023년 위기는 군부 내 갈등이 무력충돌로 격화하면서 발생했다. 수도 하르툼(Khartoum)에서는 지난달 25일 도시 내 머무르던 난민 28명이 군벌 간 무력충돌로 인해 희생됐다. 정부군 세력과 신속대응군(RSF) 간 무력분쟁 지속으로 난민 숫자도 급증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6월 기준 280만명에 가까운 피난민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215만명은 국내 실향민이고, 64만5000명은 인접국으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난민 문제는 역설적이게도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휩쓴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에 의해 촉발됐다. 2011년 2월 가다피(Muammar Gaddafi)정권에 대한 반정부시위가 시작되면서 1차 리비아 내전이 발생했다. 이 기간 가다피정권의 무차별 학살을 피해 다른 국가로 탈출을 시도하는 난민이 하루 8000명에 이르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 정권이 몰락한 후 민병대가 권력장악을 위해 무력분쟁을 일으키면서 실향민과 난민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2014년 시작된 2차 내전이 2020년 종전됐지만, 이로 인해 공공서비스가 무너지고 사회적 혼란이 지속되면서 인신매매 무기밀수 등과 같은 불법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민족갈등으로 인해 난민문제가 야기된 경우도 존재한다. 콩고민주공화국은 다이아몬드 금 구리 우라늄 콜타르 등을 풍부하게 보유한 광물자원의 수혜지다. 하지만 방대한 자원을 둘러싼 부족 간 내전이 지속됐고 결국 '자원의 저주'를 표상하는 지역이 됐다. 특히 반군세력인 투치족 주축의 무장조직(M23)이 정부 및 르완다 출신 후투족과 오랜 기간 대립관계를 지속했다. 이 지역의 난민들도 식량부족, 위생 및 안전문제, 성범죄 등에 노출돼 있다. 2018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난민이 가장 많이 거주하던 동부의 이투리주와 북키부주에서 가장 많은 감염이 발생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콩고민주공화국 내 실향민 숫자는 550만명, 국경을 넘어 우간다 부룬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르완다 남수단 등 주변국으로 피신한 난민 숫자는 110만명에 달했다.

기후난민의 상황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기후변화가 아프리카의 식량과 물 안보, 그리고 사회경제적 발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세계 가뭄의 1/3이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에티오피아와 케냐는 최근 40년 사이 가장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티오피아의 경우 티그라이(Tigray) 지역분쟁에 따른 난민 발생에 더해 기상 악재가 대규모의 식량 손실을 유발하고 기후난민을 양산했다. 국제이주기구는 이들 난민이 아프리카대륙 내 주변국으로 이동하는 것을 넘어 예멘을 지나 사우디아라비아로까지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뭄 홍수 열대성폭우 증가 외에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문제도 있다. 아비장(Abidjan), 아크라(Accra), 다레살람(Dar-es-Salaam), 라고스(Lagos) 등이 특히 해수면 상승에 따른 홍수 피해에 취약한 지역이다.

아프리카 난민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는 다양한 지원활동을 전개해왔다. 유엔난민기구,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국제기구들은 난민들의 국제적 보호신청이 공정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망명신청을 거부하는 행위나 강제송환 방침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선진국이면서 난민에 폐쇄적인 한국

지난 4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카메룬 출신 난민아동 문제를 다룬 '토리와 로키타'가 개막작으로 선보였다. 우리 사회에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그러나 난민에 대한 우리 국민의 정서를 포용적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식량이나 물자를 지원하거나 분쟁지역에서 자국민을 대피하는 일에는 적극적이나, 2018년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처럼 난민들이 한국사회 내로 들어오는 것에는 다소 폐쇄적인 모습을 보인다.

제도적으로도 까다롭다. 우리나라에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근 10년간 난민 신청자 8만5105명 가운데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987명에 불과하다. 유엔난민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7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의 난민 인정률은 24.8%, 보호율은 63%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은 2.1%로 세계 평균의 1/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보호율 역시 8%로 최하위권이다. 난민신청 후 보호소에 구금된 이들이 인권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한민국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국가의 역량이 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 또한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난민에 대해 전향적 사고를 할 때가 됐다. 보편적 인권보장 원칙에 따라 행정절차를 정비하고, 공존과 다름을 인정하는 교육정책을 구비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6.25전쟁 피란민들을 보살폈듯, 우리 스스로 인도주의적 대응절차를 보완하고 국제사회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보자.

김성수 한양대 교수 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