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원급등 주도, 6대 세부기술 분야서 미국 압도 … 국내기업중 삼성전자 기술개발 가장 활발

인공지능(AI)이 인간 삶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알파고에서 시작된 미풍이 2022년 말 챗GPT 등장과 함께 광풍으로 변했다. 산업측면에선 일부 첨단 분야를 넘어 모든 영역에 AI가 더해지면서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AI전환(AX)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내일신문은 생성형AI를 비롯한 다양한 AI 기술이 산업 각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 사례를 통해 확인해 보고자 한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의 주인공은 인공지능(AI)이었다. 기조연설 핵심도 AI였다. 세계시장을 이끄는 기업들은 AI기술을 적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았다. 디지털기기와 가전을 비롯해 이동수단, 건강, 교육, 환경 등 모든 산업에서 AI기술의 향연이 펼쳐졌다.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융합과 혁신, AI의 확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CES 2024에서 확인된 AI기술 경쟁은 미래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AI기술 확보가 미래 경제강국의 지표인 셈이다.

세계 주요국가들은 AI기술이 단순 기술을 넘어 사회와 경제전반에 큰 변화를 초래하는 기폭제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AI를 국가안보와 기술패권 기술로 판단하고 정부차원의 AI산업 정책을 강화하고 투자와 인력양성에 나서고 있다.

현재 글로벌 AI경쟁에서 선두는 미국이다. 미국의 AI 연구개발과 투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첨단산업(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하다. 후발주자 중국이 돋보인다. 중국은 국가주도로 AI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2030년까지 AI 핵심산업 1조위안(약 170조원), 연관 산업 10조위안(약 1700조원) 규모의 시장육성을 목표로 세웠다.


각국 정부와 글로벌기업의 AI기술 경쟁으로 투자규모는 급속히 커지는 추세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이 설립한 사람중심 인공지능연구소(HAI)가 2023년 4월에 발표한 'AI 인덱스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기업의 AI투자 총액은 1896억달러다. 지난 10년 동안 AI 관련 투자는 13배 증가했다. 투자 증가는 시장 확대로 이어졌다. 글로벌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은 세계 AI시장 규모가 2023년 1500억달러에서 2030년 1조345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36.8% 성장한다는 이야기다.

마켓앤마켓은 "AI기술은 의료 금융 제조 소매 등 다양한 분야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으며 AI 알고리즘, 컴퓨팅 성능과 데이터 가용성의 발전은 AI시장의 성장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각국 앞다퉈 투자 = 기술경쟁은 특허출원 증가로 확인된다.


23일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20년간(2002~2021년) AI기술에 대한 IP5 국가와 PCT(특허협력조약) 특허출원 누적 수는 39만4589건이다. 특허등록은 10만2625건이다. 출원기업은 5만1683개로 이중 5991개 기업이 출원의 80%를 차지했다.

AI 특허출원은 2002년엔 3904건이었다. 20년 후 2021년에는 8만2692건으로 2002년 대비 21배 증가했다. AI 출원은 2015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5년 이전까지는 연 1만건에 미치지 못했다. 2015년 1만1570건으로 첫 1만건을 돌파했다. 이후 2017년 2만건 돌파한 후 2018년에는 4만건, 2021년 8만건을 넘어섰다.

PCT를 제외한 IP5 국가별 출원은 중국(CNIPA)이 20만5252건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은 2015년 이후 급등세를 보였다. 2015년 4689건에서 2021년 5만7769건으로 6년만에 무려 12배 늘었다. 특히 2017년부터는 매년 평균 1만건씩 증가했다.

미국(USPTO)은 8만6966건으로 중국에 밀렸다. 2017년까지는 앞섰지만 2018년 추월당했다. 한국(KIPO) 2만6187건, 일본(JPO) 2만588건, 유럽(EPO) 1만9759건 순이었다. AI기술 특허출원량은 중국이 대세인 셈이다.

◆주요 세부기술서도 중국이 미국 추월 = AI기술 6대 세부기술에서도 중국 출원량이 압도적이다. 6대 세부기술은 △학습 및 추론 △언어지능 △청각지능 △시각지능 △복합지능 △AI서비스를 칭한다.


'학습 및 추론' 분야 지난 20년간 특허출원은 약 17만건으로 인공지능 관련 6대 세부기술 가운데 가장 많았다. 증가율도 IP5 국가의 최근 5년간 57.6%로 가장 높았다. 중국과 한국은 2016년 이전에 비해 약 23배 늘어났다.

학습과 추론은 딥러닝(Deep Learning) 인공지능의 핵심 요소다. 인간이 학습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추론하듯 AI가 다양한 지식과 정부를 축적해 새로운 정보에 대한 답을 스스로 도출해 내는 과정이다.

2015년까지 미국이 최다 출원량 국가였지만 2016년을 기점으로 중국이 미국을 넘었다. 2021년 기준 학습 및 추론 분야의 중국 특허출원은 미국의 약 4배에 달한다.


'AI 서비스' 분야의 누적 출원량은 11만7000여건으로 두번째였다. 2014년까지 미국이 주도했지만 2015년 이후 중국의 연간 출원량이 미국을 추월했다. 2021년 기준 중국의 출원량은 미국의 4.9배다.

'시각지능' 분야는 약 9만건이다. 한국은 IP5 국가중 출원량이 가장 적었다. 이 분야 역시 2013년 이후 중국이 출원을 이끌고 있다. 2021년 기준 중국 출원은 미국의 약 10배 규모다. '언어지능' 분야(출원량 약 7만8000건) 역시 중국이 미국의 7배를 넘어섰다. 그외 기술분야에서도 출원량은 중국이 미국과 격차를 크게 벌렸다.

한국은 학습 및 추론, AI 서비스, 복합지능 분야에서 중국 미국에 이어 세번째 출원량을 보인 게 최고였다.

지식재산연구원 특허통계센터의 장인호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특허출원에 대해 "중국이 미국과 기술패권 분쟁을 겪으며 자국중심의 첨단기술 축적에 매진한 결과로 보인다"며 "중국은 국가주도로 적극 투자하면서 특허출원이 활발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출원 IBM 1위 = IP5 국가별 AI 특허출원(2017~2021년 누적 집계) 1위 기업은 △미국 IBM △중국 베이징바이두네트콤과학기술회사 △한국 삼성전자 △일본 후지쯔 △유럽 구글이다. 국가별 특허출원량 10위까지 기업은 대부분 자국기업이다.

미국내 출원량 10위까지 기업은 IBM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인텔 어도비 아마존 등으로 대부분 미국기업이다. 삼성전자(2위) LG전자(9위)가 외국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중국의 경우 1~4위까지 기업이고, 나머지는 중국과학원(5위)과 칭화대 등 대학들(6~10위)이다. 한국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 2위를 차지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KAIST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등이다. 현대자동차가 10위였다.

일본도 후지쯔 히타치 캐논 도요타 등 모두 일본기업이다. 외국기업으로 중국의 베이징바이두네트콤과학기술회사(6위)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유럽은 매우 특이하다. 특허출원량 10위권 내에 독일기업 지멘스(6위)와 보쉬(10위)만이 포함됐다. 나머지는 모두 외국기업이다.

한국기업 중 해외특허 출원에 가장 활발한 곳은 삼성전자로 미국 2위, 유럽 3위를 기록했다.

◆디지털헬스케어 AI기술 융합 활발 = 한국내 AI기술 융합은 디지털헬스케어 분야가 제일 활발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10년간(2013~2022년) AI와 디지털헬스케어 융합 특허출원은 총 3892건이다. 2013년(18건)에 불과했지만 10년 후에 1156건을 출원해 64배 증가했다. 2017년 처음으로 100건을 넘은 이후 급등세를 보였다. 2019년 360건, 2029년 795건에 이어 2021년 1116건으로 최초로 1000건을 넘어섰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기술융합도 활발했다. AI와 빅데이터 융합특허는 10년간 3262건이다. 사물인터넷과는 1736건이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과의 융합특허 출원은 2018년부터 크게 늘었다. 2018년 231건이던 빅데이터 융합특허는 2022 714건으로 5년만에 3배 증가했다. 사물인터넷 의 경우 같은기간 82건에서 450건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장인호 선임연구원은 "AI기술은 디지털헬스케어 사물인터넷 등에서 가장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며 "이는 AI서비스 기술분야 특허출원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 선임연구원은 "디지털전환과 맞물려 AI서비스 관련 특허출원은 갈수록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내 AI 특허출원은 중소기업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20년간 누적 출원량을 기업유형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이 1만1248건을 출원해 전체의 36.05%였다. △대학과 공공연 29.53%(9213건) △대기업 12.22%(4157건) △기타 11.34%(3538건) 순이었다. 외국법인은 7.86%(2452건)였다.

등록도 중소기업 비중(35.81%)로 가장 높았다. 출원건 순서대로 대학·공공기관, 대기업 순으로 집계됐다.

■IP5 = 한국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선진 5개국 특허청간 협의체로 2007년 출범했다. 전세계 특허출원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특허협력조약(PCT) = 1970년 6월 19일에 체결된 조약이다. 하나의 발명을 다수국에 출원하는 데 국가간 편의를 도모하도록 조처로 국제출원으로 불린다.

["성큼 다가온 AX(AI 전환) 시대" 연재기사]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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