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 회계학 전공과목 교육방식 전수조사

개설 강좌 1920개 중 참여형 수업 비중 11%

“발표와 토론, 실습 및 프로젝트 등 전환 필요”

인공지능(AI) 기술이 회계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현재 국내 대학의 회계교육방식이 인공지능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회계분야의 직무가 AI에 의해 대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면서도 현재 교육방식으로는 인공지능시대에 회계전문가에게 필요한 자질을 키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회계학회가 1일 발간한 회계저널 6월호에 실린 논문 ‘인공지능시대 회계교육의 현황과 미래’에 따르면 국내 4년제 대학에서 개설된 회계교육방식을 전수 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준 ‘참여형 수업’ 비중은 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욱 대전대 회계학과 교수는 2021년과 2023년 전국 135개 4년제 대학 전체를 대상으로 개설 회계학 전공수업을 조사했다. 2021년 2177개 강좌에 강의식 수업은 1894개로 87%를 차지했다. 실습과 발표·토론, 프로젝트는 각각 201개(9%), 71개(3%), 13개(1%)로 참여형 수업비중은 13%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1920개 강좌 중 강의식 수업이 1704개로 비중이 89%로 높아졌다. 실습과 발표·토론, 프로젝트는 각각 161개(8%), 16개(1%), 39개(2%) 등 참여형 수업비중은 11%로 더 낮아졌다.

◆회계학과 없는 대학, 참여형 비중 더 낮아 = 회계전공과목이 개설된 대학 중 단독으로 회계학과 또는 회계전공이 독립적으로 설치된 학교는 55개이고, 회계학과 없이 경영학과 등의 형태로 운영돼 회계전공 수업이 개설된 대학은 80곳이다. 회계학과가 있는 대학의 참여형 수업 비중은 14%, 그렇지 않은 대학의 참여형 수업 비중은 6%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고 정 교수는 분석했다. 인공지능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회계전문가 교육에 있어서 회계학과가 설치되지 않은 대학은 불리한 환경에 있고, 회계학과(전공) 체제로의 독립적 교과과정 운영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미래의 회계전문가인 학생들이 자기주도 학습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고력과 판단력 및 창의력을 키워 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며 문제 발견과 대안을 제시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을 증진하는데 도움이 되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이와 같은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참여형 수업으로서 발표와 토론, 실습 및 프로젝트 등의 다양한 참여형태의 교육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 회계전문가의 필요 자질로 △새로운 현상이나 문제에 대한 인식 및 분석 능력 △복잡한 요인들이 결합된 영향의 분석 능력 △추상적 개념을 적용한 판단 능력 △결과에 대한 해석과 설명 및 대안제시 능력 △사회적 능력 등을 꼽았다.

◆“단순 반복업무는 AI가 대체, 원칙 중심 판단은 어려워” = 정 교수는 회계분야가 AI로 대체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첫 번째 이유는 국제회계기준인 IFRS 도입에 따라 규정중심 회계기준이 원칙중심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예를 들어 과거 규정중심 회계기준에서는 ‘주주총회 의결권이 50% 이상이거나 임의로 피투자 기업의 경영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최대 주주인 경우 지배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의결권 50% 등 판단에 있어서 명확한 경계선이 있는 경우여서 AI가 지배권을 판단하는 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원칙중심 회계기준은 실질적인 힘을 지배권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투자자가 피투자자에 대한 힘이 있는지, 피투자자에게 관여함에 따라 변동이익에 노출되거나 변동이익에 대한 권리가 있는지, 그리고 투자자의 이익금액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피투자자에 대한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능력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고 판단해야 한다.

정 교수는 “고도의 판단이 필요하지 않는 반복적 단순 거래의 인식이나 단순 정보의 입출력 등 단순 반복 작업만 요구되는 경우에는 인공지능이 그 업무를 신속히 대체할 것”이라며 “그러나 단순하게 계량적인 기준의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업무가 아닌 원칙이 제시되고 그 원칙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는 회계업무는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기 어려운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밝혔다.

또 기존에 없었던 거래의 인식이나 경영자의 전략적 의사결정, 회계감사 업무, 조세전략 등은 무한한 의사결정 상황이기에 인공지능의 대체가 불가능한 업무라고 설명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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