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한양대 교수 정치외교학, 유럽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정보통신기술(ICT)은 지난 10년간 아프리카의 산업을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역사상 아프리카 대륙이 오늘날처럼 연결된 적은 없었다." 2012년 당시 세계은행(World Bank)의 보고서 내용이다. 이후 1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까지, 아프리카의 디지털 산업은 해마다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은 디지털 시장과 동떨어져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아프리카의 주요 국가들은 2009년 이후 디지털 산업 육성에 상당한 투자를 진행했다. 아프리카연합(AU)은 모든 회원국의 디지털화를 장려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진행되는 디지털 혁신은 스타트업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스타트업 펀딩을 받는 분야는 화폐의 디지털화인 핀테크 기업이다. 2022년 기준으로 약 14억달러의 펀딩을 기록했다. 이는 아프리카 전체 펀딩의 절반 가까운 비중이다. 펀딩을 받은 아프리카의 633개 스타트업 중에서 핀테크 관련 기업은 32.4%인 205개였다.

케냐 남아공 나이지리아 이집트가 주도

스타트업을 주도하는 아프리카 국가는 '빅 4'로 불리는 케냐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이집트다. 이들 '빅 4' 국가는 아프리카 전체 스타트업의 약 77%를 차지한다.

케냐는 스타트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모바일 결제 솔루션 분야의 대표 국가로 자리잡았다.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남아공 케이프타운과 요하네스버그 프리토리아 포트엘리자베스에 각각의 테크허브가 조성돼 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내에서 가장 많은 3360개의 스타트업을 보유한 국가다. 2022년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등극한 아프리카 7개 스타트업 중 5개가 나이지리아 기업이었다. 이집트는 수도 카이로를 중심으로 스타트업이 다수 형성돼 있으며, 1억1500만 인구에 기반한 내수시장이 강점으로 꼽힌다.

스타트업은 오늘날 아프리카의 저발전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기반의 '혁신'을 선도한다. 아프리카의 여러 정부들도 이 점에 주목하면서 선진 스타트업 활동을 확대할 수 있는 '무대'를 정책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아프리카 스타트업 기업의 발전에 주목하고 있다. 2022년 전세계 스타트업 투자가 30% 이상 감소한 상황에서도 아프리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증가했다. 2015년 1억8500만달러였던 아프리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2022년 33억달러 이상으로 7년 동안 약 17배 상승했다.

아프리카 국가의 스타트업 투자환경이 아직 충분하지는 않다.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지수(Global Startup Ecosystem Index)에 따르면 아프리카 주요 국가들의 순위는 50위권 밖이다. 남아공 53위, 모리셔스 61위, 케냐 62위, 나이지리아 64위, 이집트 67위 등이다.

하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모리셔스(71위→61위), 세네갈(92→82위) 등의 국가들이 투자환경을 신속하게 개선하고 있다. 아프리카 스타트업의 성장에 주목하는 구글 메타(옛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비자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일찌감치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해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컴퓨터 건너뛰고 바로 모바일 환경 구축

아프리카 디지털 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모바일로의 급속한 이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프리카는 모바일폰의 보급을 통해 컴퓨터 중심의 인터넷 기술을 건너뛰고 곧바로 '모바일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오늘날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에서 인터넷 접근성 격차가 좁혀졌다고 발표했다.

현재 아프리카 인구의 90% 이상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인구도 절반에 이른다. 개선된 모바일 환경을 바탕으로 구축된 아프리카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347억달러에 달한다. 연평균 17.1%라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아프리카의 3대 스마트폰 시장으로 불리는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에서는 공공과 민간 부문 모두에서 디지털화가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관련된 애플리케이션의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국제금융공사(IFC)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인터넷 이용자수는 4억6000만명을 돌파했다. IFC는 모바일 인터넷 이용률이 10% 증가한다면 아프리카의 1인당 GDP가 2.5% 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인터넷 이용률이 75%까지 증가한다면 아프리카에서 약 44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아프리카 디지털 산업의 가속화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오랜 난제였던 교육 부문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식자율이 2010년 58%에서 2019년 67%로 급증한 것도 디지털 산업의 효과였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아프리카 국가의 절반 이상이 디지털 리터러시 정책을 추진해 큰 효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발 빠른 디지털 전환에 주목한 선진국들은 미개척된 디지털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아프리카 진출과 투자를 경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아프리카의 디지털 사업에 약 3억5000만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3년부터 '아프리카 기술발전을 위한 무역동맹(Africa Tech for Trade Alliance)'을 통해 아프리카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도 최근 ICT 관련 인프라 구축 사업에 집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 결과 아프리카 모바일 광대역 네트워크의 절반 이상을 중국이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역시 아프리카에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중심으로 현지 스타트업 지원, 디지털 관련 교육 등 다양한 전략을 발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아프리카 디지털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그림자도 부각되고 있다. 여전히 취약한 교육 시스템, 정치적 문제, 스타트업 기업의 활동을 저해하는 여러 규제, 도시와 농촌의 불균등한 인프라 격차, 사이버 보안 문제 등의 난제도 많다. 아프리카 국가 간에 디지털 격차가 크다는 점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우선과제로 꼽힌다.

아프리카는 총인구의 60%가 25세 이하인 젊은 대륙이다. 청년들은 디지털로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했지만 정작 일자리 창출은 제한적이다. 여전히 높은 청년 실업률이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의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현실에서 지속가능한 디지털 산업으로의 전환은 요원한 실정이다.

한국과 아프리카, 산업화 경험 중첩 많아

한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아프리카의 디지털 환경 및 스타트업 생태계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분야다. 디지털화와 산업 발전 경험에서 많은 부분이 중첩돼 있다는 점은 한국과 아프리카의 협업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국 스타트업의 아프리카 진출과 기존 공적개발원조(ODA)를 결합한 한·아프리카 파트너십을 통해 아프리카의 혁신과 한국의 국익을 동시에 실현할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특히 통신 및 인터넷 환경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아프리카의 특성상 첨단기술이 아닌 아프리카 각국 상황에 맞는 '적절한' 수준의 기술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들이 각광받고 있다. 따라서 지역사회와의 상생, 청년 일자리 창출 등 ICT 분야에서 여러 포용적 성과를 달성한 한국의 노하우는 아프리카라는 새로운 시장 진출에 큰 자산이 될 것이다.

현재진행형인 아프리카의 급속한 디지털화는 교류와 협력의 장을 열게 될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담'과 더불어 한국에게는 다시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 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