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

2023년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2월 1일 118일째다. 전쟁 직후부터 국제사회는 유엔 차원의 종전 노력을 기울였다. 10월 27일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은 120개국 찬성으로(반대 14, 기권 45), 12월 12일 제2차 가자지구 즉각 휴전결의안은 153개국이 찬성해(반대 10, 기권 23) 통과됐다. 우리나라는 1차에서 기권했으나, 2차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미국은 두차례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사실 유엔에 국제문제 해결 능력을 기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압도적인 찬성률이라고 해도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여론압박용 카드로서의 의미는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압박하면 가능하다. 그러나 바이든행정부가 11월 5일 대선을 앞두고 표를 잃지 않으려고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면서 오히려 유엔에서 압도적인 다수국가가 선택한 길을 외면, 국제적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지난해 12월 29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다’고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치로 전쟁중단 임시조치 명령을 요청했다. 수년이 걸릴 집단학살 판결에 앞서 국제사법재판소는 1월 26일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서 피해를 억제하라”며 임시조치 명령을 내렸다. 전쟁을 그만두라는 판결은 내리지 못했지만 이스라엘이 요청한 집단학살 혐의 소송 기각을 받아들이지 않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저지른 일 중 일부는 집단학살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이지만 유엔총회 의결과 마찬가지로 구속력은 없다.

일시적 휴전이냐, 종전이냐 의견차 여전

그런데 이스라엘이 유엔 팔레스타인난민 구호사업기구(UNRWA, United Nations Relief and Works Agency for Palestine Refugees in the Near East) 직원 12명이 하마스 공격에 연루됐다고 폭로하면서 ‘돈의 반격’이 시작됐다. 유엔의 가자지구 활동 직원수는 1만3000명에 이르는데 그중 0.0923%에 불과한 12명을 문제 삼아 기금 지원 중단을 선언한 나라는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모두 16개국이다.

이들 국가가 부담한 금액은 2022년 기준 전체 기부금의 78.34%에 달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기부금이 21.66%로 줄어들면서 난민의 삶이 더욱 피폐해질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유엔은 기부액이 큰 유럽국 중 노르웨이 덴마크 스페인 벨기에가 기부금 중단 대열에 동참하지 않은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길 정도다.

여론과 돈이 부딪히는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 전쟁을 멈추기 위한 노력이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 카타르 이집트가 중재국으로 나서 ‘완전한 종전’을 원하는 하마스와 ‘일시 휴전’을 요구하는 이스라엘의 의견을 절충하는 중이다. 지난해 11월 하마스가 253명의 인질 중 105명을 풀어주고 이스라엘도 구류 중인 팔레스타인 사람을 석방하면서 1주일 간 휴전한 바 있다.

하마스가 끌고 간 이스라엘 사람 중 사망자 28명을 제외하면 여전히 130여명이 인질로 잡혀 있다. 이번 휴전협상에서 이스라엘은 인질 모두를 되돌려 받길 원하지만 다 풀려난다고 해도 하마스를 완전히 소탕하기 전에는 전쟁을 멈출 마음은 없다. 물론 하마스는 인질을 풀어주는 대가로 이스라엘이 붙잡고 있는 약 5000~60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석방하라면서 휴전이 아닌 ‘완전한 종전’을 요구한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양측의 의견을 절충해 3단계 협상안이 마련됐다고 한다. 1단계는 일단 교전을 중지하고 하마스가 노인 여성 어린이 인질을 석방한다. 그러면 식품 의료품 등 인도적 지원을 개시한다. 2단계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여군 인질을 푸는 조건으로 이스라엘은 더 많은 양의 구호품 반입과 연료나 물 공급 서비스를 허용하고 하마스 남성 신입대원을 석방한다. 3단계는 이스라엘 군인 시신과 팔레스타인 죄수를 맞바꾼다. 얼마나 많은 죄수를 풀어줄 것인지는 여전히 협상이 필요하다. 3단계 협상의 최종 목표는 결국 이스라엘 감옥에 잡혀 있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추가 석방하는 대가로 전쟁을 종식하고 하마스 포로가 된 이스라엘 군인을 석방하는 것이다.

애초 평화적 해법 관심없는 네타냐후

협상안을 두고 미국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압박을 가하지만 순조롭게 타결될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태도가 강경하다. 하마스는 전쟁 중단과 이스라엘에 수감 중인 수천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의 석방을 원하지만 완벽한 승전을 이야기하는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말도 안되는 요구다. 전쟁을 끝내려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하는데 네타냐후는 군을 가자지구에서 뺄 생각이 조금도 없다고 한다.

더구나 네타냐후정부에 참가하고 있는 극우파 정당은 조금이라도 양보한다면 연정을 무너뜨리겠다며 위협한다. 연정이 깨지면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자국민 보호를 소홀히 한 대가로 네타냐후 총리 지지도가 바닥을 치는 상황이라 극우파의 위협을 무시하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사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할 마음이 애초부터 없던 사람이다. 지난해 12월 16일 네타냐후 총리는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가 맺은 오슬로협정을 실수라고 하면서 “원하지 않은 협정을 물려받았지만 가자지구의 작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본 오늘날 모든 사람이 팔레스타인국가가 무엇이었을지 이해하게 됐기에 팔레스타인국가 건설을 막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네타냐후 총리는 요르단강 서안을 히브리 성서에 따라 유대와 사마리아라고 부르면서 “만약 우리가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해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외곽의 유대와 사마리아에 그런 국가를 허용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모두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행스럽게 파리협상이 잘 풀려 휴전 정전 종전으로 이어지더라도 전쟁 후 국제사회의 화두로 떠오를 팔레스타인국가 건설 문제가 평화롭게 마무리되리라 기대하기는 사실상 더욱 어렵다. 바이든행정부를 비롯해 국제사회 대다수 국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을 이야기하지만 이스라엘은 고개를 젓는다.

당장 전쟁이 끝난 후 가자지구를 누가 다스리는가를 두고도 의견 차이가 크다. 이스라엘은 이집트를 최선으로 여긴다. 실제로는 이집트가 가자지구 주민을 모두 데려가길 원한다. 극우파는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노래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기를 바라는 미국이나 아랍국가 생각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스라엘 ‘두 국가 해법’에 콧방귀

팔레스타인국가를 건설하려면 1967년 6일 전쟁에서 뺏은 요르단강 서안지구 점령지에 세운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불법 정착촌을 철거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2019년 당시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르단강 서안에서 단 한명의 이스라엘 정착민도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게다가 하마스 공격이 있기 훨씬 전인 2023년 초에는 팔레스타인국가 건설 야망을 부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이야기하려면 다음의 말을 누가 했는지 먼저 깊이 살펴야 한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분리된 상태를 유지하면 팔레스타인국가 수립을 막을 수 있다. 팔레스타인국가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은 가자지구에 자금이 전달되는 것을 지지해야 한다.” 이 발언의 주인공은 하마스 돈줄을 막아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한 네타냐후 총리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 구호기금은 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