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양극화가 고착되고 있다. 명품 등 고가제품과 초저가상품만 잘 팔리는 현상이다. 최근에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계층 양극화도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영유아와 고령층이 소비시장에 큰손으로 등장하며 소비계층 양극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분기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추락하는 등 인구소멸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인구감소는 국내 소비시장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아동 시장이 저출산 여파로 주 소비자수가 크게 줄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유아동 수가 준 만큼 분유 등 영유아 식품시장이 쪼그라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고가 유아동복이나 장난감 등 용품시장은 되레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저출산이 심화되면서 유아동은 귀한 손님이 됐다. 특히 고가 아동복은 날개돋친 듯 팔린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유아동복시장 규모는 1조2016억원으로 2년 전보다 31.3%나 커졌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패션시장이 13.5%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 성장이다.

이는 자녀 한명을 귀하게 키우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돈을 아끼지 않는 ‘VIB(Very Important Baby)족’이 늘어났다. 아이 한명에게 부모는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이모들이 지갑을 연다.

노후에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액티브 시니어’도 유통업계에 큰손으로 부각했다. 유통업계는 국내 실버 이코노미 규모를 2012년 27조3808억원에서 2020년 72조8304억원, 2030년에는 168조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4대 은행 2월 말 기준 만 60세 이상 고객 정기예금 잔액은 147조8119억원으로 전체(301조8783억원) 49.0%에 달한다. 전체 정기예금 잔액 절반가량을 60대 이상 고객이 예치하고 있는 셈이다.

액티브 시니어를 잡기 위한 마케팅은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건설업계 자동차업계 금융업계 등 전방위적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최근 고급형 실버타운 조성 전략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스스로 5~10년 젊게 인식하는 ‘액티브 시니어’는 노후 준비가 잘 돼 있을 뿐 아니라 독립적이며 경제력이 있고, 다양한 취미를 즐긴다. 그런 만큼 이들을 타깃 삼는 상품을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자동차업계도 고급차량 중심으로 액티브 시니어를 공략하고 있다. 이들 소비자 역시 자신을 위한 소비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같은 소비계층 양극화로 인해 양극단 연령층 소비자를 공략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정작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청년과 중장년층은 선뜻 지갑을 열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점이 씁쓸하다.

정석용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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