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참패 후 인적쇄신 방안을 고심 중인 가운데 국무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등 요직에 야권 인사들이 연이어 거론되는 등 하마평이 확산일로다.

17일 TV조선, YTN 등 일부 매체는 윤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임에 문재인정부 시절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박영선 전 의원을, 비서실장에 문재인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정무특임장관’을 신설, 임명하는 것으로 거론됐다. 박 전 의원에 대해서는 여의도 정치와 행정에 밝고, 민주당 출신 여성 국무총리라는 상징성이 있다는 평가가 곁들여졌다. 양 전 원장과 김 공동대표에 대해서는 야당과의 협치를 이룰 적임자라는 평가다.

용산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여러 반응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언론공지를 통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박영선 전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인선은 검토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SNS를 통해 “임기초에는 MB계열 뉴라이트만 쓰면서 ‘MB아바타’ 소리 듣더니 이제는 ‘문재인 아바타’”라며 “끔찍한 혼종”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이제야 왜 취임 초기부터 보수 계열 인사들을 당내에서 그렇게 탄압해오고 내쫓았는지 알겠다”고 비꼬았다. 김진애 전 민주당 의원은 “김한길(국민통합위원장) 냄새가 심하게 난다”며 “그런 공작이 있을 개연성을 생각했는데 손바닥을 못 벗어난다”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17일 오전 현재 박 전 의원과 양 전 원장은 해당 보도에 공식적인 반응을 내지 않고 있다. 김 공동대표는 언론취재에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비서실장과 함께 인적 쇄신 대상 ‘1호’로 꼽혔던 한덕수 국무총리는 일각에서 유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새로운 인사로 야권의 동의를 받는 일이 부담스럽다는 현실, ‘중동 리스크’ 로 인한 경제위기 우려가 급격히 커진 만큼 경제전문가가 더 버텨줘야 한다는 명분이 거론된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16일 원·달러 환율은 역대 4번째로 장중 1400원을 넘어섰다. 같은 날 코스피 역시 이 영향으로 2% 넘게 하락, 종가가 전 거래일보다 60.80p 내린 2609.63으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의 인사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16일 “인사가 왜 이루어지고 이 시점에서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그런 부분들을 많이 언론에서도 지적하고, 또 인사를 준비하는 분들도 그런 점을 많이 감안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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