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불리하고 불공정한 점들을 개선해달라는 겁니다. 우리에게만 적용되는 규제 등으로 경쟁자체가 안됩니다.” 욕실자재를 생산하는 와토스코리아 송공석 대표의 하소연이다. 수도꼭지 제품의 국내 공장도 가격이 3만5000원하는데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서 1만5000원이하에서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51년 된 이 회사는 지난해 중국 온라인 쇼핑플랫폼(C커머스) 공세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처럼 국내 중소기업과 중소 쇼핑업체들이 C커머스 공습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다.

C커머스의 우리나라 온라인시장 잠식 속도가 놀랍다. 이른바 ‘알테쉬’로 불리는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은 해외직구 형태로 말도 안되는 값싼 가격으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저가상품에 소비자 몰려

BC카드에 따르면 알테쉬는 지난해 10월 국내에 상륙해 6개월 만에 결제금액은 138.8%, 결제 건수는 130.6%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K커머스) 결제금액이 2.5%, 결제건수가 1.1%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금액대별 결제건수를 보면 C커머스는 3만원 미만 결제건수가 전체 78%를 차지했다. 67%인 K커머스와 달리 저가상품 쏠림 현상이 보인다. 이는 중국내 생산된 제품가격 자체가 낮기도 하지만 C커머스 업체들이 한국시장 공략을 위해 초저가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플랫폼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봐도 C커머스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알리와 테무의 2월 MAU는 818만명, 581만명이다. 지난해 같은달 대비 각각 463만명과 581만명이 증가했다. 쿠팡이 3010만명으로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으나 같은 기간 57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11번가와 지마켓이 3위와 5위를 차지했으나 이용자수는 이 기간 도리어 줄었다.

이처럼 C커머스가 급속하게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곳곳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인천세관은 최근 알리 테무에서 판매하는 초저가 장신구 24%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카드뮴과 납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국내 안전기준치보다 최대 700배 용량이 나왔다. 카드뮴과 납은 국제암연구소에서 지정한 ‘인체 발암 가능물질’이다. 상표법 위반 가품과 국내 유통이 제한된 멜라토닌이나 도수안경 부탄가스라이터도 판매물품목록에 있다. 청소년이 접촉해서는 안되는 물품 등도 검색된다.

특히 국가인증통합(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 알리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알테쉬 등 중국 해외 직구 플랫폼 활성화로 무인증·무관세제품이 국내 소비재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국내판매업자들이 KC인증을 받아 중국에서 수입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다. 예를 들어 절수형 수도꼭지를 판매하려면 KC인증과 절수등급을 반드시 표시하게 돼 있으나 C커머스를 통해 들어오는 제품의 대다수는 표시돼 있지 않다.

이처럼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다보니 국내 업체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중소제조업뿐 아니라 패션 잡화 가전 공산품 등 초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국내 소상공인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동대문 의류 온라인 쇼핑플랫폼 스타트업 링크샵스도 중국 패션 플랫폼의 초저가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 폐업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국은 해외직구에 대해 연간 480만원의 누적 면세한도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1회 구매당 150달러 면세 한도 제한만 있을 뿐 연간 누적 면세한도가 없다. 국내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 대량 유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아달라”에 제대로 된 답 내놓아야

최근 고물가 시대에 초저가 제품 수입은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킨다. 소비자들은 다량 구매해 그중 일부만 쓸만해도 만족한다. C커머스가 온라인 유통 주도권을 잡게 되면 또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가격을 올리고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무선이어폰 등 일부 전자제품은 초기 우리나라에 진입할 때보다 가격을 올린 게 대표적 사례다. 플랫폼의 특성상 초기 투자확대로 시장장악을 하고 이후 독점적 이익을 소비자에게 요구한다. 이때는 대응할 만한 국내 업체가 고사한 뒤일 것이다.

중국 이커머스 부작용이 드러나자 정부도 감시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C커머스 국내진출 상황 대처 전담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중국기업의 거짓 과장광고나 소비자 기만 혐의를 조사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달라”는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목소리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아야 한다.

범현주 산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