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경제사업활성화 투자액 산출 계획

회원수협과 어선 빌려주는 사업 검토

노량진시장 개발은 시장상황보며 판단

취임 2년차에 접어든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회원 조합과 조합원들에게 도움이 될 경제사업활성화 투자계획을 가다듬고 있었다.

사진 이의종

투자를 기다리는 곳은 ●기후변화 등 변화하고 있는 어업환경에 대응하며 조합원들이 살고 있는 연안·어촌에 지속가능한 경제생태계를 만드는 일 ●낡고 영세한 어선을 친환경 복지 안전을 강화한 어선으로 현대화하는 일 ●산지위판장의 위생수준을 높이고 가공처리능력을 강화하는 일 ●수요확대를 위해 식품사업을 강화하는 일 ●수출시장 개척을 위한 지원 등 많지만 수협중앙회가 주도해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고 투자금액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인터뷰는 지난 12일 서울 수협중앙회 본사 회장실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동해안 오징어 자원량 감소로 어업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도 자원량 변화에 맞게 어선을 감척하려고 하지만 잘 안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적정 규모로 어선수를 줄여 어업인들이 생존할 수 있게 하려면 감척은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하면 안된다. 어선을 없앨 때 정부가 주는 폐업지원금은 현재 평년 수익액의 3년 분을 주는데, 이 돈으로는 빚을 갚기도 어려워 어업인의 참여가 저조하다. 보상기준을 높이거나 지원금에 붙는 세금을 줄이고 어선을 없앤 어업인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출구전략을 마련해 줘야 한다. 감척하고 어촌에서 작은 일이라도 하는 어업인들에게 일당을 줄 수 있게 수협과 공공기관들이 공동출연해 1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노인들이 연안 바닷가를 매일 청소하면 바다도 깨끗해지고 건강하게 생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선수를 줄이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지난해 오징어 어가들이 겪었던 상황이 계속 반복될 수 있다.

●어선을 친환경·복지·안전어선으로 현대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많고, 정부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디다. 어선주들 투자도 부진하다. 해법이 있을까.

어촌뉴딜, 어촌신활력사업 등에 들어가는 조 단위 예산을 과감하게 어선감척과 현대화에 투입해야 한다. 경영이 어려워 감척하려는 배 중에는 좋은 배도 많다. 그런 배는 수협이 구입해 어민에게 빌려주는 ‘어선주사업’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산업법 개정 때 이런 내용도 넣어야 한다.

어선은 작업공간이면서 어업인들의 생활공간 휴식공간이다. 그런데 연근해 어선 대부분은 1980년대 모델이다. 장기간 어선에 대한 투자가 없었고, 선령 20년을 초과하는 노후어선 비중도 곧 50%에 이른다. 연료사용량도 많고 각종 사고에 노출돼 있는데다 어선내 환경이 열악하니 배를 안타려고 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소규모예산지원방식을 벗어나 기금을 신설해 과감하고 신속하게 지원해야 한다.

●최근 어선사고로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사고재발을 막기 위해 좀 더 집중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어업인 스스로 능동적으로 사고예방활동을 생활화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 5년간 899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33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 어구에 의한 신체가격이나 줄감김으로 인한 해상추락 등 어로작업 중 안전사고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60%(203명)에 달했다. 배를 탈 때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하는 것도 습관화해야 한다. 어선은 항상 위치발신장치를 작동해 놔야 사고가 났을 때 구조세력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수협중앙회는 전국 해안가 20곳에 어선안전을 담당하는 어선안전조업국을 통해 연간 400~700명의 인명을 구조하고 있다. 하지만 준공된 지 20~30년 지난 곳이 많아 통신환경 악화로 안전사각지대가 생길 우려가 있다. 어선안전조업국을 전파환경이 좋은 곳으로 옮기거나 시설을 현대화해 신속한 사고대응을 갖춰야 한다. 최근 조업 중인 어선에서 위치발신장치가 중단된 것을 감지하고 즉시 사고 선박 여부를 관측해 승선원 전원을 구조하기도 했다.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요구하는 이유는

예외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준비할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 어선에는 선장 등 한 두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외국인들이 타고 있다. 안전교육을 시키고 홍보도 해야 한다. 대부분 따뜻한 나라에서 온 이들은 선상에서 두터운 작업복 입는 것을 거추장스러워 하고, 동작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구명조끼까지 착용해야 한다.

우리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적으로 확대 시행되기 전에 어선어업 전국 68개 조합의 어업인 1200여명을 대상으로 사전 교육도 진행했고, 38개 업종에 대해 위험성 평가를 실시해 재해 감소 방안도 마련했다. 어업인을 대상으로 실습형 현장교육과 교육 동영상도 제공했다.

올해는 회원조합을 방문해 권역별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중대재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세부사항이 육상사업장 중심의 산업안전보건법과 그 시행령 기준을 따라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는 것도 시급하다.

●산지위판장 시설을 개선하고 운영을 활성화하는 것은 해양수산부가 진행하는 연안·어촌활성화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나.

해수부가 100개 어촌에 대한 인프라 개선사업을 하고 있는데 수산물 특화 직매장 건립과 산지거점유통센터(FPC) 활성화 등 산지유통시설 확충도 함께 하면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91개 조합 중 33개 조합만 직매장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각 지역에서 생산된 수산물을 팔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줘야 어촌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속초 제주 등 9개소에 800억원을 투입해 건립한 FPC도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는데 활성화 투자가 필요하다.

●식품기업이 수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비율과 양을 늘릴 수 있게 하는 노력은

국내산 수산물은 수입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대다수 식품기업은 수입산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까지 겹쳐 수산물 무역수지는 2001년 적자로 전환된 후 계속 적자를 보고 있다. 정부가 국내산 수산물을 사용해 식품을 만드는 기업에게 세금 감면과 같은 혜택을 주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저가 수입수산물이 계속 국내에 공급되면 국내 수산물 가격도 하락하게 되고, 어업경영에 채산성을 맞추지 못해 출어를 포기하는 어업인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큰 식품회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수산식품 시장을 개척해가려 한다. 수입산보다 국내산이 주로 사용될 수 있게 하는 진흥책을 서둘러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적정 가격에 수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유통단계에서 개선해야 할 것은

요즘은 각종 신선식품도 당일에 산지에서 집으로 바로 받아볼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고 있다. 온라인 직거래를 더욱 많이 구축해야 하고, 어획물을 한 곳에 모은 후 상품화해서 바로 발송하는 유통시설이 전국 주요 거점에 포진할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

●서울 노량진시장이나 부산공동어시장 투자는 어떻게 진행 중인가.

노량진시장 유휴 부지는 인천공항을 이용하기도 편리하고 전국을 잇는 철도 요충지일 뿐만 아니라 규모도 축구장 7개 면적에 이른다. 서울에서 몇 남지 않은 개발 잠재력이 큰 곳이다. 서울시도 여의도와 한강을 연계한 노량진수변복합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개발가치가 크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부동산시장이 크게 얼어붙어 있어 서둘러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보다 부동산이나 금융시장 상황을 보고 최적 시점에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준비하려 한다.

자갈치시장에 인접한 부산공동어시장은 현재 실시설계가 진행 중이다. 이 절차가 마무리되면 시공업체를 선정하고 착공할 예정이다. 해수부와 공동어시장 출자 5개 수협이 올해 상반기 착공에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수협중앙회도 계획대로 공동어시장에 대한 신규 출자 요청이 들어오면 230억원 규모 지분을 매입해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비를 지원할 것이다.

●수출확대를 위한 지원활동은

지난달 미국 보스턴 국제수산물박람회에 직접 가서 1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김 가격이 더 올라서 올해 목표 8억달러를 넘어 10억달러까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을 외국인들이 선호할 수 있게 생산하고 가공하고 포장해서 수출을 확대한 것처럼 다른 수산물에도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홍콩에 가니까 해외에서 간장게장같은 젓갈류도 먹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와 협의해서 수출수산물에 대한 항공물류비 할인도 협의하고 있다. 일본이 베트남에서 가공해 중국시장으로 수출하고 있다. 우리도 다양한 접근방식을 찾아야 한다. 프랑스에 한식당이 400곳 있다는데 식당마다 식재료를 공급하려면 물류창고가 필요하다.

세계 7개국에 포진된 10개의 무역지원센터와 연계해 현지홍보 바이어발굴 시장조사 등도 밀착지원하고 있다.중앙회 자회사 중 수출업무를 전담하는 위해수협은 중국에 거점을 두고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정연근 범현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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