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새마을금고가 상가건물 분양을 위해 300억원을 지급했다가 전액 손실처리한 사건이 발생했다. 내일신문이 자금 집행과정에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는 제보를 받아 취재를 벌인 결과, 해당 금고가 이미 횡령·배임 문제로 새마을금고중앙회로부터 고발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300억원 손실 부분은 고발 내용에서 빠졌지만 자금이 실제로 건물 분양에 들어갔다가 손실이 난 것인지, 손실을 가장한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수사기관의 자금 추적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계약서를 체결하기도 전에 수십억원의 계약금이 먼저 지급됐고, 이사회에도 뒤늦게 보고가 이뤄졌다. 공사 진척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부동산PF 사업장에 분양대금을 납부한 것도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다.

해당 부동산PF 사업장은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한 시행사가 무너지면서 공매로 넘어갔고, 공매 대금 대부분은 선순위권자인 대주단이 회수했다.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유형자산 구입과 관련한 거래의 정당성에 대한 충분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감사의견 거절’을 내는 등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주민들이 회원으로 출자해 운영되는 지역 새마을금고에서 대출 연체로 인한 부실이 아니라 경영진의 결정으로 3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감사 과정에서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금추적 권한이 없어 손실 이면에 숨겨진 의혹이 있는지 따져 보지 못한 상태다.

상당수 새마을금고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감시·감독에서 벗어나 있었던 일선 금고에서 어떤 부실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는 우려가 큰 것 또한 현실이다. 새마을금고 전반에 대한 정밀검사가 필요한 이유다.

외부감사마저 느슨하다. 현재 자산 500억원 이상 금고는 2년 주기로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신협의 경우 자산 300억원 이상 조합이 매년 외부감사를 받는 것과 차이가 크다. 다만 규모가 작은 새마을금고는 수익이 적어 외부감사 비용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중앙회 차원의 지원 등을 통해서라도 외부감사 비용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이달 처음 새마을금고에 대한 공동검사를 실시했다. 금융당국의 공동검사가 새마을금고의 건전성 제고와 투명성 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철저한 검사를 통해 환부를 도려내야 하지만 일부 금고에 국한되는 ‘공동검사’라는 제한된 수술로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상호금융권에 대해 동일한 잣대로 금융감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감독권한을 행정안전부에서 금융위원회로 이관하는 법개정 논의를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경기 재정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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