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지연 등으로 본청약 수년씩 늦어져

사전청약 때 본청약 지킨 곳 ‘양주회천’ 뿐

민간에 이어 공공분양 아파트 사전청약 제도가 폐지된다. 토지보상 지연, 공사 중단 등 각종 이유로 사업이 늦어지고 분양가가 오르면서 자금조달 계획이 꼬이게 된 피해 사례가 속출하면서다.

사전청약을 받을 때 약속했던 본청약 시기가 길게는 3년 이상 대거 뒤로 밀리며 ‘희망고문’을 한다는 지적이 일자 국토교통부는 사전청약 제도를 더 이상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사전청약은 통상 아파트 착공 때 진행하는 청약 접수를 1~2년 정도 앞당겨 지구단위계획 승인 이후부터 신청받는 제도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보금자리주택에 처음 적용됐으나 본청약까지 수년이 걸려 상처만 남긴 채 폐지됐다. 입주가 3~4년씩 늦어지면서 기다림에 지쳐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고, 입주까지 11년이 걸린 곳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사전청약 제도를 재도입했지만, 본청약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현 정부 들어서도 총 4차례에 걸쳐 1만여 가구(LH 공공분양 기준)가 공급됐다.

경기 군포대야미 A2 블록 신혼희망타운은 ‘패닉 바잉’ 시기였던 2021년 10월 952가구를 대상으로 사전청약을 받았다. 하지만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본청약이 2027년 상반기로 3년 미뤄진다는 통보를 받은 것은 예정된 본청약일을 불과 2주 앞두고서였다.

사전청약이 재도입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공공에서 진행한 사전청약 물량은 99개 단지 5만2000가구 규모다. 이 중 13개 단지 6915가구만 본청약이 완료됐고 본청약 시기를 지킨 곳은 양주회천 A24 단지(825가구) 단 한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86개 단지 4만5000가구의 본청약 시기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이들 단지의 본청약이 대거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LH) 본청약 예정일이 한두 달 앞으로 임박해서야 지연 사실을 통보하면서 본청약에 맞춰 계약금 중도금 등 자금 마련 계획과 전월세 계약을 맺었던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사전청약 시행을 중단한 뒤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을 고쳐 사전청약 제도를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긍정적 효과보다 본청약 지연으로 사전청약 당첨자가 보는 피해가 커 이 제도 자체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사전청약 당첨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본청약 때 계약금 비율을 10%에서 5%로 낮춰 나머지는 잔금으로 납부하도록 하고, 중도금 납부 횟수는 2회에서 1회로 조정한다. 본청약 지연 단지가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선철 기자 sc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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