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모빌리티용 저궤도평판안테나’ 개발·양산

13년간 연평균 성장률 25%, 매출 95% 해외서 올려

원천기술로 세계 주요 100개 글로벌 통신사와 협력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도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에 저성장까지 복합위기에 빠졌다. 미국-중국의 경제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한 가운데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기업의 도전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사)밥일꿈과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 기업인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인텔리안테크는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우주발사체 회수실험에 파트너로 참여했다. 스페이스X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저궤도위성 평판안테나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르면 이번달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모빌리티용 저궤도위성 평판안테나’ 개발은 세계 최초다.

정보동맹체 파이브아이즈(Five Eyes) 통신에 사용되는 광대역국제위성(WGS) 안테나를 올 하반기부터 미군에 납품한다. 모든 게 순수 대한민국 기술로 이룩한 업적이다.

20여년전 고등학교 친구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인텔리안테크(대표 성상엽)의 도전이 꽃을 피우고 있다. 최근 저궤도위성통신시대가 열리면서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요즘 글로벌 위성통신사업자들이 먼저 협력의 손을 내밀고 있다.

인텔리안테크는 해상위성통신용 안테나(VSAT)시장 세계 1위다. 요트 크루즈 상선 군함 등에 달려있는 위성안테나 대부분엔 ‘인텔리안’(Intellian) 로고가 선명하게 붙어 있다.

지난해 매출은 3050억원이다. 이중 95%가 해외에서 발생한 수출기업이다. 13년간 연평균 25%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저궤도위성통신 확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7일 성사엽 대표가 인텔리안테크 평택제2사업장 옥상에서 위성안테나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모든 궤도 위성통신 가능 = 지난달 27일 방문한 인텔리안테크 평택제2사업장 옥상 곳곳에는 흰색 위성안테나가 가득하다. 인텔리안테크가 개발해 판매하는 제품들이다.

위성통신은 장점이 많다. 바다와 사막, 남극과 북극 등에서 지리적 장애와 자연재해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번에 많은 이들에게 정보를 전송할 수 있다. 최근 위성통신이 고정궤도(적도 상공 3만6000㎞)에서 저궤도(500~2000㎞), 중궤도(1만㎞) 군집위성을 활용한 통신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인텔리안테크 성장도 기대된다.

인텔리안데크는 지금까지 각 궤도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안테나를 개발했다. 종류만 70개에 달한다.

위성통신은 아직까지 정해진 표준이 없어 통신사마다 양식이 다 다르다. 통신사 요구에 맞춰 개발해야 한다. 기술력이 없이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모든 궤도의 안테나를 개발하다보니 글로벌 위성통신기업과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성상엽 대표는 “인텔리안은 다양한 방식을 지원해 전 세계 톱(Top) 100개 회사 대다수를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면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를 제외하고 대부분 글로벌 위성통신기업과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텔리안테크는 경쟁업체보다 수준이 다른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해양용위성통신안테나는 배가 항해하면서 송수신을 해야 한다. 정확한 계측기술이 필요하다. 배의 진동에 맞춰 자동으로 안테나를 조정해 인공위성 전파를 수신해야 한다.

안테나와 인공위성 간의 방향이 조금만 틀어져도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거나 끊긴다.

성 대표는 “인텔리안 안테나는 자동진동제어시스템은 물론 인공위성이 쏘는 전파를 추적하는 기능을 강화해 방향이 다소 틀어져도 인터넷이 끊기거나 느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기술력으로 미군 뚫어 = 기술력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다는 미군까지 뚫었다.

성 회장은 “최근 미 해군으로부터 주문을 받은 안테나가 3년 만에 모든 인증을 통과해 올해부터 해군 항공모함, 구축함 등에 설치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시험만 1년이 걸렸다. 이 제품이 특별한 건 파이브 아이즈가 사용하는 광대역 국제위성(WGS)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안테나로 저궤도 중궤도 정지궤도 위성의 신호를 모두 받을 수 있게 만든 이유다.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저궤도위성통신시장에도 진출했다. 2021년 스타링크와 경쟁하는 영국의 원웹과 총 1460억원 규모의 안테나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접시형(파라볼릭)안테나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제품으로 꼽히는 전자식 평판안테나(Flat panel)를 스타링크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양산에 들어간다. 평평한 네모(크기 56×45㎝) 모양의 안테나로 두께는 12㎝에 불과하다. 저렴한 가격과 작은 사이즈로 최대 수백 Mbps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이다.

특히 세계 처음으로 모빌리티용 저궤도 평판안테나를 개발했다.

모빌리티용 제품인 만큼 극한의 환경을 견뎌야 한다. 뜨거운 사막이나 추운 극지방에서도 안테나가 제기능을 다하도록 내열·내한 온도는 55℃~-45℃ 수준이다. 극심한 흔들림이나 빠르게 이동해도 위성신호 끊김현상이 없다. 이달부터 원웹에 공급한다. 현재 하루 최소 100대를 생산할 수 있으며 수율은 99% 이상이다.

내년에는 해상용, 군용, 재해방지용, 무인기 및 드론용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노트북 크기의 휴대용단말기도 내년 4분기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처음부터 세계시장 겨냥 = 성 대표는 첫번째 직장인 컨설팅회사를 나와 2000년 정보기술(IT) 바람을 타고 창업했다. IT솔루션을 다루는 인텔리안시스템즈였다. 2024년 두번째 창업에 도전했다. 남들과 같은 길보다는 새로운 길을 가고 싶은 욕망이 컸다. 국내기술로 세계시장에서 보람을 찾고 싶었다.

두번째 도전은 고교 절친의 위성안테나 제안에서 시작됐다. 5명을 모았다. 성 대표는 사업경험과 자본을 대고 다른 이들은 기술개발에 전념했다. 당시 선박용 위성안테나시장이 극도로 작았기에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노렸다.

처음엔 미국기업에 TV수신안테나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납품했다. 점차 데이터통신 안테나로 확장해 나갔다.

2010년에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세계 1위 위성통신 기업인 영국 인마샛(Inmarsat)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 이 과정에서 기존에 없던 해양위성통신안테나를 개발했다. 인터넷 속도는 100배 이상 빨라졌고 가격은 절반 이하로 낮췄다. 인마샛 프로젝트는 인텔리안테크의 디딤돌이 됐다.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우주발사체 회수실험에 파트너로 참여하기도 했다. 우주발사체가 목표지점으로 정확히 떨어지게 만드는 데이터송수신제품을 납품했다. 스페이스X의 우주발사체 회수 실험에 성공에는 인텔리안테크 기술이 도움을 준 셈이다.

지금은 원웹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면 인공위성 신호를 받는 안테나는 인텔리안이 개발해 공급한다.

인텔리안테크의 꿈은 더 커졌다. 성 대표는 벤처기업협회장을 역임하며 벤처·스타트업계를 이끌고 있다.

“글로벌시장이 더 커졌다. 인텔리안테크에게는 기회다.”

성상엽 대표의 세계시장을 향한 발걸음이 가볍다.

평택=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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