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출범 계기로 관심 높아져

정부 미적거린 탓 오히려 혼선 우려

11월 1차 성과평가 이후로 늦어질듯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싼 지자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2대 국회 출범을 계기로 유치전이 불붙으면서 지자체들의 본격적인 구애가 시작됐다. 정부가 구체적인 이전시기와 방법에 대해 결정을 미루면서 지자체간 불필요한 경쟁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 유치전 벌써부터 과열 = 지자체들의 유치전은 이미 불이 붙었다. 정부가 구체적인 이전계획을 확정하지 않고 미적거리는 사이 지자체들은 이미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공공기관을 추려 유치전에 나섰다.

강원도는 금융·관광·국방·건강 등과 관련된 32개 공공기관을 유치 대상으로 정했다.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대한체육회 등이 대상이다. 부산시는 KDB한국산업은행 본사 이전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은 도로교통·물류·에너지 분야 등 30여개 기관 유치를 목표로 잡았고, 제주도는 한국공항공사 한국마사회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등 24개 기관을 유치 대상으로 정했다.

광주시는 에너지·인공지능 산업 관련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유치전에 나섰다. 광주·전남 혁신도시에 우선 유치하되, 필요한 경우 광주 도심 유치도 검토하고 있다. 전남도는 농·수협 중앙회 등 59개 기관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전북도는 한국마사회 한국투자공사 농협중앙회 등 50개 기관 유치가 목표다.

세종시 건설을 이유로 1차 혁신도시 지정에서 제외됐던 충남도와 대전시는 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 ‘우선 선택권’을 요구하고 있다. 경남도와 울산시처럼 타 지자체 눈치를 살피며 유치 대상 공공기관을 공개하지 않는 곳도 있다.

◆혁신도시-주변도시 갈등 확산 = 유치 열기가 높아지면서 지역간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기존 혁신도시가 있는 지자체들은 미완성인 혁신도시의 성공을 위해 2차 공공기관 이전도 혁신도시에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전국 11개 시·군·구 단체장으로 구성된 전국혁신도시협의회는 2차 이전기관을 기존 혁신도시로 우선 배치해 달라는 내용의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이들 지자체들은 “혁신도시 건설의 목적에 맞게 2차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성공적인 안착을 도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혁신도시 주변지역 지자체들은 지역간 형평을 고려해 ‘낙후지역 우선 배려’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전북 남원장수임실순창이 지역구인 박희승 의원은 지난 5일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지를 인구감소지역으로 확대’하자는 내용의 혁신도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반면 전주갑이 지역구인 김윤덕 의원은 같은 날 박 의원과 정반대 법안을 냈다. 전북으로 추가 이전하는 공공기관을 기존 혁신도시 인근 원도심에 배치하는 내용의 전북도특별법 개정안을 낸 것이다. 뿐만 아니다. 군산과 익산 등도 제2 혁신도시를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군산시의회는 지난달 13일 새만금을 중심으로 군산·김제·부안을 통합하고 추가 이전 공공기관도 집적화해 달라는 내용의 이른바 새만금 매가시티 조성안을 새만금개발청에 공개 제안했다. 앞서 김관영 전북지사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익산에 제2혁신도시를 조성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 같은 일은 비단 전북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강원 충북 경북 대부분 지역에서 혁신도시와 그 외 지역간 갈등이 불거진 상태다.

◆결정 빠를수록 혼선·갈등 방지 = 지자체들이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과거 문재인정부 당시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하고 정권을 마감한 상황과 비슷하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은 노무현정부 때 추진됐다. 전국에 10개 혁신도시를 조성하고 수도권에 있던 111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며 마무리됐다. 이후 2차 공공기관 이전을 계획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에 이르기까지 대상기관과 이전시기를 확정하지 못하면서 차일피일 미뤄졌다.

지방시대를 표방한 윤석열정부도 출범과 동시에 국토균형발전을 목표로 2차 공공기관 이전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는 등 강한 추진의지를 보였지만 실상 집권 2년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그나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기대한 만큼 (1차)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맞춤형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이 공식 발표의 전부다.

일각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진행 중인 ‘1차 공공기관 이전 성과평가’ 용역이 마무리되는 11월 이후에나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구체적인 이전 시기와 방법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불필요한 경쟁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대통령 결심을 받아 이전계획을 확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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