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 종합독서율, 미국의 절반 수준 … 독서율 높이기 위한 정책적 개입, 반드시 필요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 종합독서율(1년에 1권 이상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을 읽은 사람의 비율)은 43.0%로 나타났다. 종이책으로 한정하면 32.3%로 떨어진다. 종합독서율은 2013년 72.2%를 기록한 이래 67.4%(2015년), 62.3%(2017년), 55.7%(2019년), 47.5%(2021년) 등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 이대로 괜찮을까.

문화체육관광부는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24~2028)’을 발표해 비독자를 독자로 끌어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독서 분야 예산이 대폭 삭감됐고 내년에도 예산 확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가능하겠느냐는 목소리가 높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를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나 급격한 독서율 하락 및 읽지 않는 사회에 대한 우려와 함께 왜 읽어야 하며 정부는 어떻게 개입하면 좋을지 들었다.

백 대표는 30년 가까이 출판 독서 분야 평론가로 활동해 왔다. 2015년 책과사회연구소를 창립하고 출판 서점 도서관 독서 등 책 생태계 발전을 위한 조사연구 보고서 발간 등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문체부가 국민 독서실태 조사를 시작한 이래, 2021년까지 1차례를 제외하고 국민 독서실태 조사 책임연구원 혹은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현 국립중앙도서관 한국문헌번호운영위원/도서관자료심의위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세종도서사업운영위원, 전 서울도서관네트워크 위원장, 경기도 지역서점위원장, 고양시 독서문화진흥위원장, 한국출판학회 부회장. 사진 이의종

●2023년 종합독서율이 43.0%를 기록했다. 지속적으로 급감하고 있는데 너무 낮은 수치 아닌가. 해외는 어떤가.

미국의 경우 2011년부터 10여년 동안 70%대에서 큰 변화가 없다. 미국의 경우 종이책 독서율이 60%대가 유지되고 전자책 독서율이 올라가다가 주춤한 상태이며 오디오북 독서율이 올라가고 있다. 유럽도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60~70%대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 성인 종합독서율은 미국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2013년 이래 독서율이 뚝뚝 떨어지는 것은 우리나라만 겪는 상황이다. 이는 스마트폰의 확산과 대중화 이후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서뿐 아니라 지식정보 습득 체계도 변화하고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경우 스마트폰을 통해 무제한으로 뉴스를 읽을 수 있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더라도 어느 정도 읽다가 유료로 읽는 체계를 갖췄다. 이렇게 뉴스를 무제한으로 읽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20대의 경우 전자책 독서율이 종이책 독서율을 앞섰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이 등장하는 등 매체들은 다양화했지만 여전히 핵심적 매체는 종이책이다. 그런데 이번에 20대의 경우 종이책 보다 전자책을 더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롭게 발견된 현상이다.

젊은 세대의 책에 대한 감각이 종이책이 아니라 전자책을 향하고 있다. 대학에 가보면 학생들이 전자책 파일을 구해서 노트북이나 디지털패드에 띄워놓고 강의를 듣는다. 학생들이 직접 책을 사서 스캔을 하거나 온라인으로 전자책 파일을 사고팔거나 공유한다.

20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경제적 문제가 크다. 책을 사는 게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밀리의 서재’ 등 가성비가 좋은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를 20대들이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이들은 책을 보관할 공간이 없다고 한다. 요즘 1인 가구가 많기 때문에 책을 둘 공간이 부족하다. 20대가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론 30대, 40대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독서 문화의 변화에 맞춰 출판시장도 변화해야 한다. 대학가 불법복제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학생들이 전자책을 선호하는데도 보안 우려로 아직까지 전자책을 공급하지 않는 출판사들이 상당수다. 보안 관련 안정성을 강화하는 한편, 수요자들이 원하는 형태로 책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

●독서의 범위를 읽기로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사람들이 실제로 다양한 매체 이용 행위를 하고 있고 이런 이용 행위들이 경시되거나 무시되어선 안 된다는 관점이 지난 10여년 동안 있었다.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로 선택에 의해 정보들을 입수할 수가 있다는 관점이다. 읽기는 사람들의 생존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대다수가 어떤 방식으로든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인터넷에서 단순하게 정보를 검색해서 찾아보는 것까지 독서라고 부르기는 쉽지 않다. 독서는 여러 읽기 행위 중에서도 책에 국한된, 지식 정보 교양의 상징으로 우리 사회가 인정해 왔다.

국민 독서실태 조사의 경우, 1993년 ‘책의 해’를 시작하면서 출판계 등의 요청으로 시작된 조사다. 그렇지만 사회가 변화하면서 이런 틀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좀 더 유연하게 읽기 실태 조사로 변화할 수도 있다고 본다.

●꼭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독서율 감소는 출생률 감소 문제와 비슷하다. 우리 사회에는 아이를 낳을 수 없게 하는 환경이 존재한다. 경제적 문제, 경력 단절,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 부족, 엄청난 사교육 등이 그것이다. 책을 손에 잡게 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 채 수동적 형태인 영상 매체 소비 위주로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보낸다.

그렇다면 안 읽어도 아무 문제가 없을까. 책읽기는 언어를 자기 안으로 끌어들이는 행위다. 사람은 언어로 생각을 하고 사유의 체계를 만들어간다. 그 사유의 체계를 넓혀줄 수 있는 도구가 책이다. 독서는 굉장히 능동적인 자기 개입과 노력이 필요한 매체 이용 방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창의력이 중요하다. 인공지능이 등장을 하면서 사람의 고유한 영역이 없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창의력은 뭔가 안에 쌓여 있는 지식과 생각이 있어야 발휘될 수 있다.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좀 더 창의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볼 때, 독서는 사회적·국가적으로도 중요하다. 책 읽는 사회에 미래가 있다고 본다면, 독서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개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체부가 최근 발표한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24~2028)을 평가한다면.

국가 단위 독서진흥 기본계획으로 갖춰야 할 격과 내용 둘 다 부족하다. 국가에서 지금 여건은 어렵지만 대한민국의 독서문화 비전을 만들어가기 위해 행정적·재정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이 그 계획을 보면 희망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계획을 보면 정책 메뉴들만 나열돼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에서 각 정책들을 선택해 추진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하는데 국가 단위 계획과 지자체 단위 계획은 달라야 한다. 예컨대, 문체부가 주도하는 독서경영 인증제도와 관련해 200여개의 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인증을 받았는데 몇 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언급이 없다.

예산의 경우, 올해 독서문화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됐다. 문체부는 내년에 예산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가능할지 알 수 없다.

●우리나라 독서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독서 관련 업무는 문체부 내 출판인쇄독서진흥과에서 2명이 담당하고 있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내 5명 정도가 관련 업무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독서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문체부 내에 가칭 독서진흥과가 만들어져야 한다. 직제를 신설하는 것은 정책적 의지의 표현이다. 그리고 한국독서문화진흥원을 만들어 독서 사업들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독서진흥원을 신설 분리하는 방안도 출판계 및 이해관계자들이 동의하면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독서문화진흥원이 만들어지면 독서진흥 컨트롤타워로서 독서 생태계의 조사연구와 독자개발 사업 추진, 사회적 독서환경 조성 노력 등 다양한 사업을 활발히 펼칠 수 있다. 관련 기관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더 이상 책 읽지 않는 사회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또한 출판단체들에 독서를 담당하는 임원이 있긴 하지만 하는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다. 독서 인구를 늘리는 것은 출판 생태계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출판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해외의 경우 대형 출판사나 출판단체에서 새로운 독자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 독서운동 단체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시민 눈높이에 맞는 세련된 캠페인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