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지진 피해 277건 접수 학교·국가유산 신고 잇따라

12일 오전에 발생한 지진을 직접 겪은 부안 주민들은 여진 피해 등으로 마음을 졸이느라 밤잠을 제대로 못잤다고 호소했다.

지진으로 교실 빠져나온 부안지역 고교생들 12일 전북 부안군에서 4.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자 부안 모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을 빠져나와 운동장에 나와 있다. 부안 연합뉴스

부안군청 행안면 주민센터 관계자는 13일 “어르신들 안부를 묻는 전화를 돌렸는데 밤잠을 못잤다는 분들이 많았다”면서 “며칠은 마을회관에서 지내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전북도와 부안군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한 채 읍·면별로 안전 취약계층을 마을회관이나 공공건물로 대피하도록 당부하고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부안군 행안면 행산문화마을 회관으로 나온 김 모(80대) 할머니는 “쿵 소리가 나더니 2~3초간 흔들려 보일러가 터졌나 싶었다. 살다가 처음 듣는 소리였다. 전주에 있는 아들이 전화가 와서 자기 집도 흔들렸다고, 별 일 없느냐고 묻더라. 걱정이 돼 밤에도 잠을 자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부안읍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이 모(57)씨는 “오전에 전주에서 일을 보다가 흔들리는 느낌이 있어서 뉴스를 봤더니 지진이 발생했다고 하더라. 오후에 부안읍 사무실에 왔는데 굉음과 함께 사무실이 흔들렸다. 군에서 대포 쏠 때 나는 소리와 진동이었다”고 말했다.

진앙지로 지목된 부안군 행안면에서 50여㎞ 떨어진 전북 최서단 섬 왕등도에서도 흔들림이 느껴졌다. 최성일 태성수산 대표는 “물속에 들어가 작업을 하던 해녀들이 시간이 안됐는데 올라오더라. 바닷물 속에서도 진동이 느껴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12일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진앙이 위치한 전북지역에 집중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파악한 피해는 13일 오전 6시 기준 277건이다. 전날 밤 집계(159건)보다 100건이 넘게 늘었다. 이 가운데 광주시 1건을 제외한 276건이 모두 전북에서 신고한 피해다. 특히 부안군에 피해가 많았다. 화장실 타일이 깨지거나 유리창이 깨지고 벽에 금이 갔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건물이 틀어져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신고도 있었다. 이 밖에도 익산에서는 단독주택 담이 기울었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등 전북 전역에서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 익산 3건, 군산 4건, 정읍 19건, 순창 2건, 고창 5건, 김제 2건, 전주 2건 등이다.

학교 시설피해가 특히 많았다. 부안 동진초와 별설유치원은 출입구와 급식실 천장이 떨어지는 등 시설 피해가 확인됐다. 하서초와 개화중은 건물 일부에 금이 갔고, 상서중은 숙직실 일부가 파산됐다.

보물로 지정된 내소사와 개암사 등 부안지역 국가유산(문화재) 훼손도 확인됐다. 전북도에 따르면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보물 제291호)의 지붕 구조물이 훼손되고 사찰 옹벽 석축 일부가 파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개암사 대웅전(보물 제292호)에서도 보관 중이던 석가여래삼존불상 장식물이 떨어지고 담장 기와가 어긋나는 피해를 입었다. 청동시대 유물인 구암리 지석묘군에서도 담장 기와 일부가 훼손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아직까지 확인된 인명피해는 없다. 다만 놀라고 불안해하는 주민들을 위해 부안군청 앞에 심리부스를 설치하고, 마음안심버스도 운영 중이다. 전북도재산심리회복지원센터 등 전문 상담사 9명이 현장에서 주민들을 심리적 안정을 돕고 있다.

지진 발생 이후 정부는 중대본 비상 1단계를 가동했다. 비상 1단계는 내륙에서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나거나 국내외 지진으로 우리나라에서 최대 진도 5 이상이 발생할 경우 가동한다.

한편 이번 지진은 12일 오전 8시 26분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역에서 발생했다. 규모는 4.8로 올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크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김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