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6월 그린북에서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내수회복 조짐 가세”

‘나홀로 자영업자’ 11만명 급감하고 폐업도 급증…내수침체 ‘경고등’

고물가 장기화에서 자영업 매출 줄고 영세 자영업자 한계상황 몰려

정부의 내수경기 진단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최근 내수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진단한 반면,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어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내수가 부진하다’고 상반된 경기진단을 내놨다.

현실은 더 어렵다. 지난 1년 만에 내수의 지표인 ‘1인 자영업자’가 11만명 급감했다. 고물가 장기화에 자영업자는 매출이 줄고 영세 자영업자들은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정부의 경기 인식이 현실을 외면하고 대기업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반도체 업황과 수출 대기업의 형편이 조금 나아지자 전체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오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금리가 이어지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내수회복세라는 정부 진단 = 정부는 두 달째 내수가 회복하는 조짐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14일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상승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방한 관광객 증가·서비스업 개선 등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고 있다”며 “경기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내수 회복 조짐을 언급하기 시작한 건 지난달부터다. 정부는 앞서 수출 회복세를 내수가 따라가지 못하는 등 ’경제 부문별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다‘고 봤는데 점차 내수도 살아나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근거는 내수지표 개선이다. 국내총생산(GDP) 잠정치에 따르면 1분기(1~3월) 민간소비는 전분기보다 0.7%, 작년 같은 분기보다 1.0% 증가했다.

4월에는 소매판매가 내구재를 중심으로 전월보다 1.2% 감소했으나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업(1.7%) 등에서 증가해 0.3% 늘었다. 5월 소비에는 카드 승인액과 방한 관광객 증가세, 온라인 매출액, 고속도로 통행량 증가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반면 소비자심리지수 하락,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 감소,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 하락 등은 부정 요인으로 꼽았다.

정부는 지난달 말 ‘4월 산업활동동향’ 발표 당시에도 “내수와 관련해 항상 긴장하고 있지만 점점 살아나고 있어 나쁜 상황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국책연구원까지 다른 진단 = 하지만 정부가 출자한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정부와 반대되는 경제 진단을 내놨다. 내수를 놓고 정부는 “회복 조짐이 보인다”고 했지만, KDI는 “내수가 부진하다”고 부정적 의견을 냈다.

KDI는 지난 11일 ‘6월 경제동향’을 통해 “높은 수출 증가세에 따라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고금리 기조가 유지됨에 따라 내수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못하고 부진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KDI가 내수부진 판단의 근거로 삼은 것은 소매판매와 서비스업생산 지표다. 4월 소매판매(계절조정지수)는 전월보다 1.2%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2.6%가 줄었다. 전월 대비 소매판매지수는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전년 같은 달 대비로 하면 지난해 7월 이후로 올해 2월을 제외하곤 매달 감소세다.

업태별로 보면 온라인 판매를 반영하는 무점포소매 판매액은 1년 전보다 9% 증가했지만, 백화점(-9.9%), 대형마트(-6%) 등 오프라인 판매는 부진했다. 서비스업 소비와 관련 있는 숙박·음식점업 생산(-2.4%)과 교육서비스업 생산(-1.1%)도 역시 감소세를 이어갔다.

KDI는 이런 현상에 대해 “고금리 영향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소비여력이 떨어진 중산층과 서민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자 부담으로 인해 집마다 쓸 돈이 부족하다는 게 내수 부진의 본질적인 이유로 꼽힌다. 지난 1분기 가계 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04만6000원으로, 1년 전(399만1000원)보다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가 영향을 고려한 실질 처분가능소득으로 따지면 1.6% 감소했다. 또 가구 평균 이자비용은 2021년 3분기(8만6611원)부터 최근까지 58.9%가 급증했다. 지난 1분기 가구 평균 이자비용은 13만7598원으로 역대 최대다. 이자를 내고 나면 쓸 돈이 없다는 얘기다.

◆자영업자 고용지표 ‘비상’ = 내수경기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영세자영업자들의 상황도 말이 아니다.

통계청의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직원 없이 홀로 일하는 ’나홀로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11만4000명 급감했다. 1인 자영업자는 대부분 ‘영세자영업자’에 속한다.

자영업자 고용상황이 흔들리면서 전체 고용상황도 나빠지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는 2891만5000명으로 작년 5월 대비 8만명 증가에 그쳤다. 코로나19 여파가 미친 2021년 2월(-47만3000명) 후 3년3개월 만의 최저 상승폭이다.

특히 내수 관련성이 높은 산업에서 고용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내수의 대명사인 대형마트, 편의점 등 도소매업에서 취업자가 7만3000명 줄었다. 전달 감소폭(3만9000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의 정책 지원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간신히 넘긴 영세 자영업자들은 상황이 더 악회되는 추세다. 나홀로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11만4000명 급감했다. 2018년 9월(-11만7000명) 후 5년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여기에 4월말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2014년 11월말 이후 최고치인 0.61%로 뛰어올랐다. 이때문에 올 들어 4월까지 자영업 폐업률이 10%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자영업 대출이 1112조원으로 4년 전보다 51%나 급증하는 등 심각한 부채의 늪에 빠진 것이 치명타였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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