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휴진 철회, 필수의료 중단 금지법” 촉구 … 긴장 고조 속 ‘계속 진료’ 선언도 늘어

다음주 초 서울대병원 비대위 교수 등과 의사협회의 집단휴진이 예고된 가운데 휴진을 철회하고 대화로 사태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14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협회는 정부 입장에 전향적인 변화가 없다면 18일로 예정된 휴진을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의협은 전날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서울의대 비대위 대표자 등과 함께 연석회의를 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연석회의에서는 교수 등 모든 직역이 의협 중심의 단일창구를 만들겠다고 뜻을 모았다”면서 “18일까지 한 번 더 정부의 입장을 기다려 보고 거기에 맞춰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전 의사협회 주도의 동네의원 집단휴진 사례를 보면 대개 참여율이 한자리 수이거나 많으면 20%대 초반 정도였다. 지역 ‘고객’ 진료를 이번 사안으로 하지 않는 것은 환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기에 개원의의 집단 휴진 참여엔 어려움이 있다. 이번 전공의 이탈 장기화로 인한 의료공백에 따른 환자 피로도가 높은 가운데 추가 휴진 규모가 얼마나 될지 주목된다. 참여규모 정도에 따라 향후 장기전으로 갈지 올해 마지막 집단행동일지 점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휴진 움직임을 불법 행위로 보고 엄정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의료법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칙을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가 아니라 의사가 ‘노쇼’ 하면 안 되지 않겠나”라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비상진료체계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불법행위에는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협이 휴진을 예고한 18일 당일에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집단행동에 따른 것인지 등을 포함해 휴진 여부를 전화로 확인한 뒤 시군 단위로 휴진율이 30%를 넘으면 업무개시명령도 내리고, 명령 불이행 시 행정처분 및 처벌에 들어간다.

한편 서울대 의대 병원들의 ‘무기한 집단휴진’을 앞두고 진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환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장은 집단휴진을 불허하고 병원노조가 집단휴진을 반대하며 휴진 관련 업무를 거부하고 있다. 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대 병원 집단휴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진료를 볼 수 있을지, 취소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27일부터 무기한 휴진하겠다는 세브란스 병원의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한 인터넷 암환우 카페에는 “항암(치료)도 안한다는 거냐”, “아직 결정난 것이 없는 것 같은데, 진짜 답답하고 눈물만 난다”등 환자와 보호자의 호소가 쏟아졌다. 서울지역 ‘빅5’ 소속 교수들이 18일 의협의 전면 휴진에 실제 참여할 경우 이들 병원에서만 4만3000여명에 달하는 외래진료가 밀릴 것이라 추정도 나온다.

의사단체의 집단휴진 움직임에 환자단체들은 “휴진 철회와 필수의료분야 진료중단 금지법 마련”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12일 서울대병원 앞에서 중증질환자연합회 등 회원들은 전공의들의 복귀와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휴진 철회를 요구했다. 한국췌장암 환우회는 “의사들이 지켜야 할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우리의 목숨이 헌신짝처럼 버려질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라고 물었다. 연합회는 “정부 의료계 환자단체 협의체를 구성해 전공의 사직을 논의하자”고 밝혔다.

또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들은 13일 국회 앞에서 “넉 달간의 의료공백 기간 어떻게든 버티며 적응했던 환자들에게 의료진의 연이은 집단 휴진·무기한 휴진 결의는 절망적인 소식”이라며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휴진 결의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필수의료 영역에서 “진료를 계속 하겠다”고 밝히는 의료계안의 움직임도 늘고 있다. 분만병의원협회가 휴진 불참을 밝힌데 이어 전국 아동병원도 18일 의협의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고 정상 진료하기로 했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의협의 휴진 투쟁에 공감하고는 있지만 아동병원의 상황이 워낙 좋지 않은 데다 하루만 안 봐도 위험한 중증 환자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전국 대학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위원장 홍승봉 교수)도 18일 단체 휴진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홍 교수는 “의료계는 먼저 아픈 환자들을 살리고 전세계 정보 수집, 전문가 토론회 및 과학적 분석을 통해 2026년 의대정원을 재조정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전국민의 공분을 피할 수 없고, 나아가 전 세계 의료인과 주민들의 비난을 받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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