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난도에 수시·정시 빨간불 … ‘학습 부담 완화’ 절대평가 도입 취지 훼손

영어 1등급 1.47%. 7월 1일 발표된 6월 모의평가(모평)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수능 영어 영역은 지난 2018학년 절대평가로 전환됐다. 다른 학생의 성적과 비교해 등급이 정해지는 상대평가와 달리 본인의 성취 수준에 따라 등급이 결정된다. 시행 첫해에는 1등급 비율이 10.03%를 기록했으며, 3등급까지 누적 비율은 50%에 달했다. 한데 그 이후 해마다 등급별 비율이 높게 요동쳤다. 특히 2024학년 수능에서 1등급 비율이 4.71 %로 절대평가 시행 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지난 6월 모평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1 %대로 급락하는 등 최근 ‘불’ 영어 추세가 강화되며 수험생의 하소연이 커지는 모양새다. 수능 영어는 수시에서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충족할 때 전략 과목으로 활용되며, 정시에서도 대학별 반영 비율·방식에 따라 영향력을 발휘하는 과목이다. 절대평가이면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수능 영어, 그 이유와 대비법을 짚어봤다.

최근 치러진 6월 모평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시험 직후 체감 난도가 매우 높았던 영어의 1등급 비율이 1.47%에 그쳤기 때문이다. 2018학년 절대평가로 전환된 이후 가장 어려웠다는 2024학년 수능의 1등급 비율(4.71%)을 훌쩍 뛰어넘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6월 모평은 등급별 누적 비율도 지난 수능 대비 낮았다. 2등급 8%, 3등급 19.35% 등 3등급까지 누적 비율이 28.82%에 그쳤다. 절대평가 전환 후 수능에서 영어 1~3등급 누적 비율은 평균 47.99%였다. 학생들에게 매우 어려웠던 시험이다. 이는 오답률로도 확인된다. 2024학년 수능에서 오답률이 80%가 넘는 문항은 하나였지만 이번 모평에서는 오답률이 높은 5개 문항 모두 80%가 넘었다.

◆절대평가 취지 흔드는 ‘불’영어 = 교육부는 2014년 12월 2018학년 수능부터 영어 영역에 절대평가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밝힌 도입 취지는 ‘학생의 과도한 학습 부담을 줄이고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함’이었다. 외국어의 특성상 해외 체류 경험이 있거나 관련 사교육을 꾸준히 받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실력 차이가 비교적 크게 발생하는 데다 세계화로 영어 수요가 많아지면서 당시 영어 유치원 등 영어 조기 교육 바람이 거세지는 등 부작용이 컸다. 실제 절대평가 도입 이후 수학이나 국어 탐구 등 다른 영역에 비해 학습 비중이 줄었다.

하지만 1등급 비율은 해마다 요동쳤고 최근 들어 학생의 체감 난도는 상승하는 추세라 절대평가란 이름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크다. 같은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의 성적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상대평가와 달리 절대평가는 개인의 실력이 곧 성적으로 직결된다. 따라서 결과를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해마다 수험생의 영어 역량이 다르기에 일정한 난도를 유지하기 어렵지만 현재 수능 영어 난도는 해마다 지나치게 오락가락하는 데다 그 폭도 커 결과를 가늠하기가 어려워졌다. 예측 가능성이 낮은 시험은 수험생의 불안을 키우고 학습 부담을 가중해 사교육 의존도를 높인다.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절대평가 취지에 맞는 1등급 비율을 10% 내외로 평가한다. 영어 절대평가 도입 추진 당시 1등급 비율을 상대평가 체제 안에서 1~2등급을 받던 학생 비율 수준으로 구성하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9등급 상대평가에서 1~2등급은 상위 11% 이상이다. 원점수 기준 절대평가 영어 1등급 컷인 90점은 이전의 상대평가 체제 안에서 2등급 컷에 해당하는 점수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입 변별력을 고려하면 7~8%가 적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 주요 대학 입학 정원이 전체 수험생의 10%선이다 보니 영어 1등급이 10%를 넘으면 변별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기 쉽다. 때문에 출제진 입장에서는 상대평가 체제에서 1등급인 4%보다는 여유 있고 2등급대인 10%보다는 적은 7~8%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2023학년 수능영어 난도가 적절했다. 그렇다면 최근 영어는 왜 어려워지고 있을까? 우선 영어 학습 전문가들은 체감 난도의 상승을 지목한다. 절대평가 전환 이후 고등학생의 절대적인 영어 학습량이 확연히 감소한 상태에서 지난해 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에 따라 소위 ‘매력적인 오답’이 다수 출제되며 수험생이 어렵게 느꼈다는 설명이다.

김상근 서울 덕원여고 교사는 “2024학년 수능 영어는 수험생은 영어에서 초고난도 문항 2~3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문항을 맞혀 90점을 얻는 전략을 구사했다”며 “지난 수능에선 중상 난도 문항의 선지에 함정이 숨어 있거나 헷갈리는 내용이 포함돼 모의고사 성적보다 한두 개 더 틀린 학생이 늘면서 1등급을 얻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수험생 집단의 실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과 이로 인한 변별력 확보에 대한 부담이 어려운 수능 영어를 견인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월 인원까지 고려하면 학생 선호도가 높은 서울 소재 대학의 정시 선발 비율은 50%가 넘는다. 여기에 상위권 재수생의 유입이 갈수록 늘고 있는 데다 특히 올해는 의대 증원과 무전공 확대로 대입 전반에서 수능의 변별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어 역시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어렵게 출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학생이 영어 역량을 제대로 갖추는 데 난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수능의 영향력과 영어 난도는 결국 문제 풀이 학습에 치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과정, 즉 학교 수업은 말하기와 쓰기의 비중을 높여 균형적인 학습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과거에도 문제가 됐던 읽기와 듣기 위주 학습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크다.

◆‘불’영어, 어떻게 대비할까? = 수능 영어 절대평가는 듣기와 읽기를 포함해 45문항이며 내용의 중요도나 난도에 따라 문항별로 2점 또는 3점이 배정된다. 듣기 영역은 17문항으로 듣기 12문항과 간접 말하기 5문항, 읽기 영역은 28문항으로 읽기 21문항과 간접 쓰기 7문항으로 구성된다. 시험 시간은 70분으로 듣기는 25분, 읽기는 45분이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의 등급은 원점수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10점 간격의 9개 등급으로 구분된다. 예를 들어 수험생이 90점이면 1등급, 89점이면 2등급을 받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는 영어가 상대평가였던 2018학년 이전부터 크게 변하지 않았다. 반복되는 출제 유형에 주목하면서 자신의 취약 부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능 영어 성적은 정시에서 등급별 환산 점수를 산출해 반영하거나 총점에 등급별 가산점 또는 감산점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반영 방법이 제각각이라 영향력 또한 대학별로 상이하다. 등급별 점수를 산출하고 비율을 적용하여 반영하는 대학은 등급 간 점수 차이를 살펴야 하고 가감점 적용 대학에서는 등급별 점수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능 성적 환산 시 영어를 반영하는 비율은 동국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한국외대(인문 일부)는 각 20%, 건국대 경희대 서울시립대(인문) 한국외대 홍익대는 각 15%, 서울시립대(자연) 한양대는 각 10%다. 단, 반영 비율이 같아도 대학마다 등급별로 부여하는 점수가 다르다. 반영 비율만으로 유불리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각 대학 점수 산출 방식에 따라 환산해 총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확인해야 한다.

한편 가톨릭대 서강대 성균관대 중앙대는 등급별 가산점을, 고려대 서울대는 등급별 감점을 총점에 반영한다. 서울대는 2등급은 0.5점, 3등급은 2점, 4등급은 4점 등 차등 감점한다. 반면, 고려대는 각등급 간 감점 폭이 3점씩이다. 서강대와 중앙대는 둘 다 가산점을 적용하지만 서강대는 등급별로 1점씩, 중앙대는 2점씩 차이가 난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영어 성적이 예상보다 낮게 나온 수험생이 같은 군에 속하는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를 고민할 경우, 총점의 10%를 반영하는 성균관대와 한양대보다는 등급 간 가점을 활용해 반영 점수가 낮은 서강대를 지원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편 수시에서는 주로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충족하는 전략 과목으로 활용된다. 때문에 영어 난도에 따라 대학의 수시 충족률이 크게 달라진다. 지난해 수시 이월 인원이 역대급으로 많았던 이유다. 2025학년엔 2등급까지 1등급으로 반영하는 대학은 중앙대뿐이다.

◆내 성적에 맞는 전략 세우기 = 학생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서 공부해야 할까? 고3은 고난도 문제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현재까지의 수능 영어 등급을 기반으로 학습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한상준 강남인강 강사는 문항별 대응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하위권 학생은 45문항 중 17문항을 차지하는 듣기평가에 집중해야 한다. 듣기 평가는 3등급까지는 거의 만점을 받고 5등급 학생이 보통 17문항 중 4문제 정도 틀린다. EBS 영어 듣기를 통해 꾸준히 연습해서 실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아울러 독해 18~20번과 도표, 실용문 등 쉬운 지문을 100% 맞히기를 목표로 해야 한다. 중위권 학생은 고난도 문항이 집중된 31~40번 문항보다는 나머지 문항의 정답률을 끌어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40번 이후에 배치된 장문 독해 문제를 꾸준히 풀며 점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이다. 한편, 최상위권을 목표로 하는 학생은 무엇보다 31~40번이 관건이다. 시험 난도에 따라 당황하지 않고 시간을 배분하는 요령도 반드시 익혀야 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고1·2라면 변덕스러운 난도에 흔들리지 않을 영어 실력을 다져야 한다.

한편 평소 자신이 어떤 유형에 약점을 보이는지, 어떤 소재에서 많이 틀리는지 파악해서 해당 소재 문제를 더 찾아 풀어보거나 해당 분야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 표현을 보완해야 한다. 지문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취약 소재를 많이 접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매력적 오답’을 걸러내는 능력도 길러야 한다. 류 교사는 “선지를 까다롭게 출제하려면 어휘나 표현을 어렵게 내거나, 지문의 일부 내용에는 부합하지만 전체 맥락에서는 어긋나게 만드는 방법 등이 있다. 어휘 공부는 물론이고 청킹(chunking, 의미 단위로 끊어서 이해하기) 능력을 길러 빨리 읽고, 글의 맥락과 논리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선지가 까다로울수록 지문의 중심 생각과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기수 기자·이도연 내일교육 리포터 ldy@naeil.com

김기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