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한 수증기 몰고 오는 ‘종다리’ … 예전처럼 더위 꺾이기는커녕 열대야 계속

태풍이 달라지고 있다. 오른쪽으로 곡선을 그리며 북동 방향으로 움직이는 대신 남쪽에서 북쪽으로 직진하는 행보를 보이는 태풍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등지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20일 기상청은 “20일부터 제주도와 전남권이 태풍 종다리 영향을 차차 받겠다”며 “20일 오후 6시 서귀포 서쪽 약 90km 부근 해상을 지날 전망(20일 오전 7시 기준)”이라며 “21일 자정 목포 서북서쪽 약 80km 부근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열대저기압 중에서 중심 부근의 최대풍속 △33㎧ 이상을 태풍(TY) △25~32㎧을 강한 열대폭풍(STS) △17~24㎧을 열대폭풍(TS) △17㎧ 미만을 열대저압부(TD)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최대풍속이 17㎧ 이상인 열대저기압 모두를 태풍이라 부른다. 태풍 이름은 각 국가별로 10개씩 제출한 총 140개가 각 조 28개씩 5개조로 구성된다. 1조부터 5조까지 순차적으로 사용한다. 140개를 모두 사용하고 나면 1번부터 다시 사용한다. 종다리는 북한이 제출한 이름이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잠시 휴식 폭염이 계속되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몽마르뜨 공원에 설치된 온도계에 현재 기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비 내려도 야간 기온 상승효과 탁월” = 통상 태풍이 오면 여름철 더위도 한풀 꺾이곤 했다. 하지만 이번 종다리는 다르다. 더위를 몰고 가기는커녕 오히려 열대야를 부추길 전망이다. 열대야는 밤사이(18:01~다음날 09:00) 기온이 25℃ 이상 유지되는 현상이다.

기상청은 “열대 해상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북상하면서 비가 오겠지만 야간 기온 상승효과가 탁월해질 수 있다”며 “남동풍류 유입에 의해 산맥 서쪽 지역 중심으로 폭염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했다.

20일은 제주도와 전남권 경남권에, 21일과 22일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가끔 비가 내리는 곳이 있을 전망이다. 20~21일 제주도 예상 강수량은 30~80mm(많은 곳 중산간, 산지 100mm 이상)다. 제주도는 특히 20일 오후~밤사이 30~50mm(시간당 최대 강수강도)의 강한 강수가 예상되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기상청은 “소나기나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일시적으로 기온이 내려가겠으나 강수가 그친 뒤에는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낮 동안 다시 기온이 올라 무덥겠다”고 예보했다.

폭염특보가 발효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당분간 최고 체감온도가 35℃ 내외로 올라 매우 무더울 전망이다. 낮 최고기온은 △20일 30~36℃ △21일 29~35℃ △22일 29~34℃로 예보됐다.

체감온도는 기온에 습도의 영향이 더해져 사람이 느끼는 더위를 정량적으로 나타낸 온도다. 습도 약 55%를 기준으로 습도가 10% 증가 혹은 감소함에 따라 체감하는 온도가 약 1℃ 증가 혹은 감소하는 특징이 있다. 기온이 30℃고 습도가 95%일 경우 체감온도는 33℃다. 기온이 33℃고 습도가 45%일 경우 체감온도는 32℃다. 덜 덥다고 해서 체감온도가 반드시 낮은 건 아니다.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지 않는 이례적인 태풍들 = 태풍이 과거와 달리 더위를 몰고 오는 이례적인 현상은 태풍 경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북동 쪽으로 전향하지 않고 똑바로 북진하는 태풍들이 나타나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제8호 태풍 바비는 경도와 평행선을 이룰 정도로 남에서 북으로 직진되다시피 해서 이동했다. 같은 해 동해안을 따라 북상한 제10호 태풍 하이선 역시 비슷했다.

이들 태풍은 제트기류에 변화를 일으켜 미국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에 영향을 끼쳤다는 연구결과(국제학술지 ‘지구물리회보’에 실린 논문 ‘서태평양의 태풍 3개가 최근 미국 북서부 대화재의 화재 기상을 강화시켰다’)도 있다.

제트기류는 대류권의 상부 또는 성층권의 하부 영역에 좁고 수평으로 부는 강한 공기의 흐름이다.

여름에서 초가을로 넘어갈 때 북태평양고기압이 일본 남동쪽이나 우리나라 남동쪽에 있으면 우리나라에 접근하는 태풍들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북서진하다 위도 30도 부근에서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 이런 경향성에서 벗어나는 태풍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종다리 역시 경도와 비슷하게 북진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발생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열대성저기압(태풍)은 최근 감소 추세다. 반면 태풍 강도는 커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기상청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2023년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의 최대 발달 강도 분포는 △‘초강력’ 2개(11.8%) △‘매우 강’ 5개(29.4%) △‘강’ 2개(11.8%) △‘중’ 3개(17.6%) 등이다. ‘중’ 이하 태풍은 평년과 비슷했다. 하지만 ‘매우 강’ 이상은 평년보다 많이 발생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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