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친환경 항공유 시대의 첫발을 내디뎠다. 인천공항과 일본 하네다공항을 오가는 대한항공 정기노선 비행기에 지속가능항공유(SAF)가 주 1회 공급된다.
이번에 공급되는 SAF는 국내 정유시설에서 폐식용유와 우지 등 유류 성분이 있는 동·식물성 지방과 수소를 원유 정제 과정에 넣어 제조한다. 기존 항공유에 비해 탄소배출을 80% 이상 줄일 수 있다. 투입되는 양은 전체 항공유의 1% 수준이다. SAF 투입에 따른 항공기 출력 변동은 없다는 게 정유사 설명이다.
탄소중립 기류 타고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SAF
여객기 SAF 투입은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사용량이 크게 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여객기에 SAF 사용이 처음으로 승인된 때는 2011년이다. 이후 현재까지 SAF를 활용한 비행건수는 약 71만회에 이른다. 노르웨이 오슬로공항 등 세계 69개 공항이 정기적으로 SAF를 공급받고 있다. 전세계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SAF 장기구매 계약도 지난해 25건에 달할 정도로 증가했다. SAF 생산량이 2021년 1억리터에서 지난해 6억리터로 늘었다. 전체 항공유 사용량의 0.2%에 불과하지만 증가속도가 가파르다. 이에 따라 많은 나라에서 SAF 정책을 도입하고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39개 국가에서 34개 정책을 도입하거나 도입을 검토 중이다. 세계 44개국 197개 기업이 SAF를 제조하고 있다.
앞으로 전망도 밝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5년까지 80억리터, 2050년까지 4490억리터의 SAF가 필요하다고 한다. 현재 생산량은 2025년 요구량의 8%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SAF 생산에 대한 정책 지원이 세계로 확대되는 2030년대에 비약적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SAF 사용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필수적이다. 배터리는 아직까지 석유 에너지밀도에 못미치고 무게도 무겁다. SAF는 에너지밀도가 높고 연비가 좋으며 미세먼지 발생량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격이 3배정도 비싸다.
SAF 활성화는 대규모 설비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항공단체 항공운송활동그룹(ATAG)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SAF에 최소 1조4500억달러(연평균 480억달러)에서 최대 5조달러(연평균 1800억달러) 규모 투자가 요구된다. 또 세계적으로 14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SAF는 이처럼 탄소중립 달성뿐 아니라 신산업 창출 효과도 큰 셈이다.
더구나 석유 등 화석연료는 생산의 90% 이상이 중동 등 22개 국가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SAF산업은 원료가 분산돼 어느 나라나 뛰어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이 더욱 치열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은 이미 SAF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SAF 사용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의무사항은 아니다. 제재를 가하기보다 설비투자 보조금 지급과 생산세액공제를 통해 SAF산업을 지원한다. 일본은 2030년 항공사 연료사용량의 10%를 SAF로 대체하는 것으로 의무화했다. 또한 기금을 통해 설비투자 보조금을 지급하고 생산 세액공제도 시행중이다. SAF사용을 가장 강하게 규제하고 있는 곳은 유럽연합이다. 내년 유럽출발 항공기 연료의 2%를 SAF로 채우도록 의무화했다. 2030년은 6%로 늘어난다.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로 인정할 필요
우리나라는 1월 석유사업법을 개정해 SAF 생산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전에는 SAF가 석유대체연료에 포함되지 않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없었다. 미국 유럽에 비해 제도 수립이 뒤떨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SAF시장 확보를 위해 투자와 기술개발이 진행될 수 있도록 국제적 수준의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줄곧 세계 항공유 수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항공유의 SAF 대체에 제대로 대응해 항공유 수출을 유지하고 국내 정유업 경쟁력을 키울 때다.
반도체 이차전지 첨단바이오 인공지능 등은 12대 국가전략기술에 지정됐다. 이들 기술에 각종 보조금이나 투자세액공제 등이 지원된다. 업계는 SAF 생산 설비를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해외 주요국이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과 비슷한 수준에서 SAF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다.
범현주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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