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사항 공시·스코프 3 배출량·산업기반 지표 적용 의무화

ISSB 기준과 일관되게 수정 … 구체적 공시 일정 제시 촉구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와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등 주요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공개한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초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기후공시뿐 아니라 일반사항 공시도 의무화하고, 스코프 3 배출량 공시와 산업기반 지표 적용 의무화 등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와 일관되게 공시 기준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신속한 공시이행과 구체적인 공시 의무화 일정 제시도 촉구했다.

국회 기후변화 포럼은 5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기후 및 ESG 공시 의무화 방향과 시점’을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4개월간 256개 기관 의견 수렴 = 국회 기후변화 포럼은 5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기후 및 ESG 공시 의무화 방향과 시점’을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의 주요 내용과 향후 계획’을 주제로 발표한 이웅희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 4월 초안을 공개한 후 8월 말까지 4개월 간 총 256개 기관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의견을 보내온 곳은 기업이 111곳으로 43%를 차지했고 학계가 59개로 23%를 차지했다. 국내 투자자는 29개로 11%, 해외 투자자는 18개 기관으로 7%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경제 및 사업단체 기타 이해관계자가 각각 4%와 12%를 차지했다.

◆기후뿐 아니라 다른 위험 및 기회 정보도 중요 = 의견 수렴 결과 미 캘퍼스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네덜란드 연기금(APG) 아시아기후변화투자자그룹(AIGCC), 자산운용사 보스턴 트러스트 월든(Boston Trust Walden)과 리걸 앤 제너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LGIM), 유엔 책임투자원칙(PRI) 유엔환경기구(UNEP) 등은 기후공시 외에도 일반사항에 관한 공시도 의무화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KSSB 기준 초안은 ‘기후 관련 공시 사항’만 의무 공시로 하고 1호 일반사항에 관한 공시 여부는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기후변화는 기업의 재무 보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자본시장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다른 지속가능성 관련 주제보다 정량화가 쉬워 기업의 공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해외 투자자들은 “다른 지속가능성 주제와 관련된 위험 및 기회에 대한 정보도 투자자에게 똑같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한국 당국은 모든 기업에 대한 기타 지속가능성 관련 사항의 공시를 신속하게 이행하고, 이를 위한 명확한 일정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전환 리스크 이해하기 위해 스코프 3 정보 필수적 =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보스턴 트러스트 월든, CPPB, LGIM, CPPIB, APG, T 로우프라이스(T.ROWE), AIGCC, 글래스고 금융연합(GFANZ), PRI, MSCI, 블룸버그 등은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의무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스코프 3 정보를 측정하고 보고하는 데 있어 기업의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투자자로서 포트폴리오 보유 자산이 직면한 전환 리스크를 이해하려면 이 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공시기준은 스코프 3 공시를 의무화하고 1년의 유예기간을 주도록 하고 있다.

현재 우리 금융당국은 아직 스코프 3 공시 의무화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의무화가 결정돼도 기업 부담을 고려해 상당한 유예기간이 주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ISSB 산업 간 지표 보고 중요 = 해외 투자자들은 산업기반 지표 적용 의무화도 요구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보스턴 트러스트 월든, BCI, LGIM, CPPIB, APG AIGCC, 글래스고 금융연합, PRI, UNEP 등도 산업기반 지표 적용 의무화를 촉구했다.

MSCI는 “투자자가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 기업의 기후 리스크 노출을 평가하고 전환 계획전략을 평가하는 데 있어 ISSB의 산업 간 지표에 대한 보고가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KSSB 기준과 ISSB 기준이 요구하는 공시 지표는 모든 산업에 적용되는 산업 전반 지표와 특정 산업에 적용되는 산업기반 지표로 나뉜다. 산업 전반 지표는 온실가스 배출량처럼 모든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지표다. 산업기반 지표는 기업이 속한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지표다.

ISSB 기준은 산업기반 지표 공시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해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 기준 적용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KSSB 기준 초안은 산업기반 지표 공시를 기업이 선택하도록 하고 SASB 기준 참고 여부도 기업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공시 의무화 여전히 논란 중 =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자들의 의견을 무시할 경우 한국 기업의 지속가능성 경영 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불신하게 돼 한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기존 투자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기후공시 도입 시점과 적용 대상, 의무화 일정 등에 대해 여전히 논란 중이다. KSSB가 공개한 초안에 대해서도 찬반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웅희 상임위원은 이날 “국내 자본시장의 국제 정합성 확보 및 기업의 법적 책임 완화를 위해 공시제도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국제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수준의 지속가능성 공시제도 도입과 의무공시 초기 단계에 발생할 수 있는 기업의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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