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민 의원 “서울디지털국가산단서 20곳” … 무단 입주, 불법 집합교육 진행

정부가 관리·운영하는 국가산단에 불법 다단계 의심 업체가 입주해 영업과 집합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장철민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전 동구)이 한국산업단지공단(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산단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올해만 20개 다단계 의심업체가 불법 입주해 사업을 진행하다 적발됐다. 이중 16개 업체는 산업집적법 위반(국가산단 목적 외 사용, 무단입주)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들 업체는 ‘소프트웨어개발 및 공급업’으로 위장해 입주한 후 국가산단 내에서 금지된 물품판매 독려나 자체 개발 코인을 홍보하는 집합교육을 진행했다.

불법 입주로 적발된 A 업체는 바이오 기술을 접목해 자체 개발한 코인이 중국계 거래소 ‘핫빗’에 상장됐다며 홍보하고, 중·노년층을 대상으로 물품 구입·판매를 독려하는 불법 다단계로 의심되는 집합교육을 실시하다 지난 3월 당국에 적발됐다. 알고 보니 입주 당시 산업단지공단에 신고는 커녕 허가조차 받지 않아 입주일조차 알 수 없었다.

B 업체는 자가가 개발한 플랫폼, 앱을 통해 물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면 ‘소비연금’을 적립해준다며 사람들을 끌어 모아 물품 구입을 독려했다. 특히 B사는 보험에 가입하면 납입보험료만큼 ‘소비연금’을 지급한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이들 업체 모두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할 뿐, 실질적인 형태는 이른바 불법 다단계 업체다.

산업단지공단은 국가산단 내 불법 영업과 무단 입주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지만, 입주 전후로 불법 다단계업체를 적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 다단계 업체는 물품을 쌓아놓고 영업하지 않고, 앱과 자체 플랫폼을 통해 물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신종 영업 방법으로 물품을 판매하고 있어 입주 후 다단계 불법 영업을 하더라도 적발해내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에 불법 다단계 의심 입주업체 적발도 익명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제보를 받은 산업단지공단 서울지역본부가 경찰과 함께 합동 단속에 나서면서 실체가 확인됐다.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처럼 위장 영업 신고 후 입주하거나 공단을 거치지 않고, 임대인이 무단 입주시키는 경우 불법업체를 걸러내기 더욱 어렵다. 무단입주한 업체의 경우 산업집적법 38조 2항 5호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무단입주시킨 임대인에 대해서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처벌수준이 낮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법을 위반하더라도 입주제한 업체를 무단입주시켜 공실률을 낮추려 들기 때문이다.

산단 내 불법 입주한 업체들을 방치할 경우 국가산단 조성과 지원 목적과 달리 불법 다단계 업체에 국가산단 조성에 따른 혜택이 돌아갈 우려도 크다. 산업단지는 기업, 연구소, 대학 및 기업지원시설을 일정 지역에 집중함으로써 상호연계를 통해 상승효과을 창출하기 위해 국가가 조성하고, 산업단지공단이 관리한다.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업집적법)에 따라 기존의 구로동 일대 수출산업단지를 지식, 첨단산업 중심의 디지털단지로 2012년 변경·개발했다. 최근 이뤄진 서울디지털국가산단 산단환경조성사업에는 산업부 국비와 서울시 예산 223억여원이 투입되기도 했다.

20개 적발업체 중 3개 업체는 적발 후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퇴거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장철민 의원은 “국가산단은 산업 유관 기업들을 집적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지원하기 위해 국가가 조성한 공간”이라며 “불법입주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임대인의 입주계약 허위신고, 미신고에 대한 패널티를 현행 과태료에서 벌금형으로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입주시 업체 정보를 국세청과 공정위에 조회해 주업종이 입주 가능 업종인지, 공정위에 불법 다단계 등으로 신고된 업체인지 확인 후 입주 허가를 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세풍 박준규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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