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 규명과 내부통제 작동 여부 등 검사착수

신한금융지주 차원 ‘내부통제 실패 가능성’도 확인 나서

신한투자증권에서 상장지수펀드(ETF) 선물 매매와 관련해 13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신한금융지주 차원의 내부통제 실패 가능성에 대해서도 집중 검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금융감독원은 신한투자증권에 검사반을 보내 1300억원 손실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신한투자증권이 자제 조사한 결과를 보고했고 금감원은 손실규모가 이례적으로 크고 추가적인 손실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에서 이런 대규모 손실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최근 신한금융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며 “금감원으로 하여금 이번 사고를 철저히 검사·조사토록하고,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 차원에서 내부통제가 이뤄지고 감사도 진행되는데 어떻게 이런 손실이 발생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철저히 따져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검사 기한을 사실상 특정하지 않고 사실관계와 책임 소재를 확인하기까지 계속 검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일단 손실 발생 경위와 윗선 보고 여부, 추가적인 손실 사례 등을 확인하는데 검사를 집중하겠지만 신한투자증권의 자체 내부통제시스템과 함께 신한금융지주의 계열사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최근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 계열회사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 등으로 금융지주의 내부통제 미흡과 부실에 대해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본사에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초청해 ‘라운드테이블’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재원 신한금융지주 의장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고객중심 경영, 주주가치 제고 등을 핵심 아젠다로 설정하고 이행해 왔다”고 밝혔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지난해 심도 깊게 논의했던 자본정책에 대한 면밀한 연구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강화 덕분에 지난 7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신한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등 강력한 내부통제를 언급했지만, 이번 신한투자증권의 대규모 손실 사고는 이미 8월에 발생했다.

금감원은 신한투자증권에 대한 현장검사 착수에 이어 26개 증권사와 주요 운용사에 파생상품 거래 관련해 유사한 손실 사례를 자체적으로 점검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금감원은 이번 거래 손실 이외에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다른 증권사 등으로 검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투자증권은 회사채 발행을 잠정 연기했다. 15일 신한투자증권은 2500억원 규모의 2년물·3년물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오는 16일 수요예측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잠정 연기했다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운용 손실 금액이 확정되지 않았고 회계상 반영도 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를 반영한 후 투명하게 다시 진행할 것”이라며 “무기한 연기가 아닌 자발적 잠정 중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회사채 발행 목적은 선제적 자금확보를 위한 것으로 유동성 문제와는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1일 ETF LP(유동성공급) 업무와 무관한 장내 선물 매매로 인해 1300억원 가량의 운용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8월 초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로 국내 증시가 역대급 폭락을 기록하면서 과대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감추기 위해 허위 스왑거래를 등록하는 등의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는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해 지난 10일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감독 당국에 신고했다.

한편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신한투자증권의 상반기 순이익 2106억원의 이익창출력과 5조4000억원에 달하는 손실흡수력 등을 종합해 볼 때 예상 손실규모는 감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들은 “최근 수년간 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손실을 비롯한 일회성 손실로 인하여 수익성이 저하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점과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강화 요구가 강해진 가운데 이번 사고에 따른 제재로 영업활동이 위축될 경우 사업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기·김영숙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