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의료진 시설 장비, 환자안전 위협 … “환자 중증도에 맞는 중환자실 등급화 필요”

우리나라 의료기술은 세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응급-중환자실-일차의료 영역은 여전히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의료개혁의 주요 과제가 된다. 특히 중환자 진료체계는 가장 위급한 생명의 불씨를 살리는 의료최전선 현장으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근거를 갖춘 표준화된 치료가 중환자실의 사망률을 줄인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중환자 진료체계의 지역별 병원별 치료 성적의 편차는 매우 크다. 또 지난 코로나19 감염병 유행 시 중환자실 시설이 감염 전파에 매우 취약하고 적은 인력으로 많은 환자를 돌보는 후진적 구조임을 확인됐다. 그러나 이후 개선 논의는 짧고 노력도 체계적이지 않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근 상급종합병원 구조개편을 추진하면서 중증환자 중심으로 전환을 시행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중환자실 강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찾아본다.

우리나라는 영상검사 피부미용 내시경시술 수술 등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의료 분야가 많다. 하지만 여전히 후진국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중환자의료 분야다. 응급분야와 더불어 중환자 의료는 환자의 생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의료개혁 논의에 주요과제로 다뤄야 할 필요성이 높다.

22일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대한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는 “우리나라 중환자 전문인력은 매우 부족하고 시설은 신종 감염병 유행 시 사용할 수 없는 병상 구조”라며 “저평가된 수가는 받드시 정상화하고 환자 중증도에 맞는 중환자실 등급화를 추진하고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의료진들 사진 대한중환자의학회 제공

◆고령화, 반복되는 감염병에 중환자실 수요·중요도 부각 = 중환자실은 대부분 △감염 △외상 △출혈 △수술 △심뇌혈관계 질환 등으로 중환자가 응급실 병실 수술실 등 세가지 경로로 들어가게 된다.

중환자실은 중증의 환자를 24시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전문적인 치료를 시행하기 위해 특수한 시설, 의료장비 및 전문인력 등 자원을 갖춰야 한다. 물론 치료과정에서 발생 할 수 있는 위험상황에 즉시 대처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대한중환자의학회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사스 메르스 코로나와 같은 신종감염병을 경험하면서 중환자의료체계 개선 필요성을 확인하고 경각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중환자의료체계 개선이 필요한 배경에는 △중환자 수요의 급격한 증가 △반복되는 신종 감염병발생으로 인해 중환자 의료체계 붕괴 △지역별 병원별 치료 성적의 큰 편차 △근거중심의 표준화 치료가 중환자실 사망률을 줄인다는 결과가 있음에도 아직도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있다.

중환자 수요는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8년 성인 환자수가 연 30만명에 이르렀다. 인구 고령화와 고난이도 치료의 발전으로 중환자 자체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코로나19 대유행이 일어나고 중환자의료체계가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유행기간 중환자실 이용 자체가 크게 감소했다. 중환자실 입원 자체가 통제되면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중환자(초과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민경 연세대 외과 교수는 지난달 4일 ‘중증·응급환자 중심, 중환자실 진료체계 개편방안 토론회에서 “신종감염병으로 인해 실낱같이 유지되던 중환자의료체계의 부실한 면모가 더 확연하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지역별 병원별 치료 성적 편차 매우 크다 = 현재까지도 지역별 종별 중환자실 수준 편차가 크게 나타난다.

2017년 보험청구 자료를 이용한 지역별 중환자실 사망률과 병원 사망률을 보면 지역별로 많게는 30%까지 편차를 보인다. 또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구분을 해서 보면 종별로 원내 사망률이 인공호흡기를 하고 있는 중환자에 대해 40% 이상 차이가 난다.

2023년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자료를 보면 중환자실을 잘 이용하고 있는 순서대로 1등급부터 5등급으로 나눴을 때 서울 경기권에 비해 다른 지역으로 갈수록 3등급 이상인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근거 중심의 표준화가 치료가 중환자실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는 여러 결과들이 보고됐다. 그럼에도 표준화 치료를 시행하기 위한 제반 사항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담전문의 유무에 따른 전체 병원 내 사망률과 인공호흡기 착용 환자의 사망률도 차이난다. 전담전문의가 있는 병원에서 확실히 사망률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3년 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를 분석해보면 실제 30일 90일 1년 내 사망률이 전담전문의가 없는 그룹에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도를 보정한 사망률에서도 전담전문의가 있는 경우가 없는 경우보다 병원 내 사망률이 22%까지, 1년 내 사망률은 15%까지 낮게 분석됐다.

또 간호사 1인당 환자 비율이 적은 1등급부터 9등급까지 비교해 보면 1등급일수록 사망률이 낮아지는 것을 확연히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중환자 검사 투약 등을 하나로 진행하는 묶음 치료를 잘 수행할수록 중환자실 재입실과 요양기관으로 퇴원 비율이 확연히 낮았다.

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대한중환자의학회 제공

◆중환자실 전문인력·적정시설 부족 = 이런 표준화 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인력과 적절한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환자실의 전문인력과 적정시설은 부족한 상황이다.

중환자실 전문인력 기준 자체가 허술하다.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중환자실에는 전담의사를 둘 수 있다’고 돼 있다. 없어도 된다는 말이다.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는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 1명이상을 두면 허용되도록 했다.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은 1명 이상의 전담전문의 갖추고 있지만 종합병원에는 전담전문의가 있는 경우가 37.5%에 불과하다. 적은 인력으로 표준화 진료에 어렵고 소진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올해는 전공의 부재 상황이 더해지면서 중환자실 인력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된다. 연간 80명이상 배출되는 중환자의학 세부 전문의도 모두 중환자실로 유입되지 않는 현실이여서 신규 인력의 유입도 난항이다.

중환자 전담간호사의 국가별 현황을 보면 미국 일본 호주 영국은 간호사 1명당 2명 혹은 2명 미만의 환자를 담당한다. 우리나라는 상급종합병원은 2.5명, 종합병원에서는 5.5명의 환자를 관리한다. 인공호흡기를 포함한 많은 기계를 보면서 다양한 종류의 약물을 중환자에게 투여하는 간호사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간호사 1명이 관리하는 환자가 많을수록 관리가 어렵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시설에 대한 투자도 미미하다. 상종 지정 기준에는 전체 병상의 10%를 중환자실로 하라고 돼 있지만 격리실에 대한 적절한 제한은 없다.

김 교수는 “감염병 치료의 기본이 되는 격리병상의 최소기준이 매우 낮은 상태”라며 “코로나를 거치면서 증설 중이지만 아직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환자실에 과감한 투자와 지역네트워크 구축 = 선진국형 중환자실을 위한 중환자실 수준 향상을 위해 단순한 수가 보상을 넘어 인력-시설 목표와 성과지표를 통해 중환자실 등급화를 이루고 이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한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홍 교수는 “모든 중환자실에 대해 일괄적으로 투자를 하게 되면 비용이 굉장히 늘어 날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종합병원 요양병원 등 공간이 다양하고 질적으로 차별화가 이뤄져 있으니 환자 중증도에 맞는 중환자실 등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시간 숙련된 간호인력의 중환자실 근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김정현 중환자간호사회 회장은 “중환자실 근무 간호사 평균 경력이 3.4년으로 최소 경력수준이고 매년 25%가 중환자실을 떠나고 있다”며 “숙련된 간호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 교대근무 가능한 근무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개편을 위해 중환자 병실을 늘리면 서울지역 빅5병원만해도 580명에서 700명 정도의 추가 간호사가 필요하다.

중환자실은 병원운영 측면에서 보면 수익이 남지 않는, 투자가 꺼려지는 분야다.

신응진 병원협회 이사는 “행위별수가체계에서 적자인 중환자실에 병원이 투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최소한 50% 정도는 정부가 보조를 해주고 나머지 50%는 행위별수가로 하는 방식으로 유지해야 병원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해서 유정민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 과장은 “상급종합병원이 일반병실을 줄이고 중증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전환을 하는 기점으로 해서 중환자에게 충분한 인력을 투입할 수 있고 의료질을 충분히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 지원 금액에서 30%정도는 성과보상으로 가게 되는데 첫 번째로 중환자 병실에 대한 수가를 올리는 것으로 돼 있고 중증중심으로 중환자 병실이 얼마나 확충돼 있느냐에 따라 병원별 성과보상을 연계한다는 것이다.

이어 유 과장은 “상급종합병원과 진료협력병원과의 상생 네트워크를 만들려 한다”고 밝혔다. 중증도가 높은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중증도가 낮은 환자는 2차병원에서 서로 회송해서 지역안에서 중환자진료 완결체계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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