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2주기 기록, 유족 25명 목소리 담아

책 출간 “진상규명 이뤄지면 덜 슬프겠죠”

이태원 참사 가족이 길 위에 새겨온 730일의 기록을 담은 도서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창비)가 21일 출간됐다.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이 펴낸 책은 유족 25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1주기를 맞아 출간한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가 생존자들의 이야기라면 이번 구술집은 부모 세대 유족의 이야기다.

작가기록단은 책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2년의 경험을 통해 참사는 그 골목에만 머무르지 않았음을 보았다”고 밝혔다.

희생자 은지씨의 아버지 송후봉씨는 연대의 행동으로 슬픔을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송씨는 딸이 입었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지나가면 자신의 딸도 저럴 때가 있었다는 생각에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운전면허를 땄던 딸이 그걸 써보지도 못하고 갔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당시 국가가 나서 유가족들이 서로 연락할 수 있게 도와주고 모일 수 있는 장소도 마련해 줬더라면 아이를 먼저 떠나보낸 원통한 마음이 지금보다 덜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유가족의 슬픔을 풀어주지 못하니 우리 스스로 찾아서 연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참사 원인이 군중유체화가 아니라는 신애진씨의 어머니 김남희씨는 아직도 딸 사망 후 첫 이송 상황에 대한 기록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정부에서 유가족을 대상으로 참사에 대해 어떤 브리핑도 하지 않았고 관련 정보도 제공해 주지 않았다”며 “참사 원인은 군중유체화가 발생할 때까지 행정기관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참사는 그 이전에 생겨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누적돼 일어났다”며 “그 구조적인 문제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책에서 유족들은 활동의 이유가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은 것 때문이라고 했다. 그날 어떤 구조가 작동했고 어떤 구조가 작동하지 않았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으로 진상규명이 돼야 한다고 했다.

책에는 호주인으로 한국을 방문했다가 희생된 그레이스 래치드씨의 어머니 조앤 래치드씨의 이야기도 실렸다. 이태원참사 희생자 159명 중에는 외국인 희생자 26명이 포함돼 있다.

그녀는 “호주 대사관은 너무 정치적인 사안이라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우리 가족이 알고 싶은 것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진실을 알고 싶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정부가 제대로 조사해 다시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책에는 부모뿐 아니라 희생자 고모 3인의 이야기 등도 실렸다.

“특별법이 통과됐으니까 우리가 원하는 진상규명, 그런 게 다 이뤄진다면 그때는 좀 다를까요? 조금 덜 슬프겠죠. 그때는 그렇게 울지 않을 겁니다”라고 유족들은 말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기록집 발간 간담회를 22일 서울 중구 별들의집에서 진행한다. 오는 27일에는 같은 곳에서 북토크쇼도 개최한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박광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