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도이치’ 무혐의되자 공천개입 의혹제기

‘명태균 폭로’ 강혜경 “김 여사가 김영선 공천”

야 “특별수사본부 구성” 여 “명씨 주장 전언 불과”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했지만 김 여사의 사법 리스크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둘러싼 여진이 이어지는 데다 새로 불거진 공천개입 의혹이 구체화되고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제보자인 강혜경씨는 지난 2022년 6월 보궐선거에서 김 여사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공천을 줬다고 밝혔다.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다.

강씨는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일했고,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이자 보좌관으로도 근무했다.

출근하는 심우정 검찰총장 심우정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강씨는 “명씨가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당시 후보를 위해 81회에 걸쳐 여론조사를 진행했다”며 “명씨가 조사비용인 3억7000만원을 김 여사에게서 받아온다고 (2022년) 3월 21일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갔는데 돈은 안 받아오고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대가로 김 여사로부터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았다는 것이다.

강씨는 유튜브 등에서 이같은 의혹을 제기해왔으나 국회에 나와 구체적으로 증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씨는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상현 공천관리위원장이 힘을 합쳐서 창원 의창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만들었고, 김 여사가 공천을 준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이 이른바 ‘반띵 세비’를 명씨에게 지급한 이유에 대해선 “공천에 기여를 했기 때문”이라며 “총 9600만원이 지급됐다”고 밝혔다.

국감장에선 이를 뒷받침하는 강씨와 명씨의 통화녹취도 공개됐다. 녹취에는 “국회의원 누가 주나, 명태균이 때문에 김건희 여사가 선생님 그거 하라고 줬는데” 등 명씨가 김 여사에게 얘기해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았다는 취지로 언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전 의원이 “(명씨의) 덕을 봐서 국회의원이 됐기 때문에 내가 사실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어떻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은 감당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공천과정에서 명씨의 역할을 인정하는 녹취도 공개됐다.

강씨는 명씨가 공천 외에도 김 여사의 공식 일정과 관련해 여러 차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하라는 대로 김 여사가 행동한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 “(명씨가) 꿈자리가 안 좋다고 하니 (김 여사가) 해외순방 출국 일정을 바꾼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사망했을 때 조문을 생략하고 앙코르와트 사원에 가지 않은 것도 관련돼 있느냐’는 질문에도 “관련돼 있다. 명씨가 그렇게 얘기해서 일정이 변경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날 여당 의원들은 강씨의 주장 대부분이 명씨의 ‘전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추가 검증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강씨가 가지고 있는 건 명씨로부터 대부분 들은 것이기 때문에 직접 증거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 했고, 같은 당 박준태 의원도 강씨에게 “거짓말을 잘하는 명씨 말에 의존해서 전언으로 진술하고 있다”며 “명씨 허풍에 속았을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강씨가 제기된 의혹과 직접 관련 있는 자리에 있었던 데다 증언 내용도 구체적이어서 검찰에 대한 수사 확대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창원지방검찰청은 김 전 의원이 명씨에게 9000여만원을 제공한 혐의와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김 전 의원 공천에 관여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특별수사본부 구성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창원지검에서 최선을 다해 수사하고 있다”며 “인원을 보강했으며 필요하면 추가로 투입할 수 있다”고 답했다.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관련 김 여사의 리스크가 완전 해소된 것도 아니다.

앞서 명품가방 의혹으로 김 여사를 고발했던 서울의소리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반발해 항고한 바 있다. 항고는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고소·고발인이 상급기관인 고등검찰청에 기소를 요청하는 제도다. 서울고검은 이 사건을 최근 형사부에 배당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으로 김 여사를 고발했던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도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심 총장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무혐의 처분에 대해 항고가 이뤄지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의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면서 심 총장에게는 이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없는 상태다.

심 총장은 국감에서 ‘고발인이 항고해 서울고검이 수사하게 되면 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이 있나’라는 질의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항고가 이뤄지면 철저히 점검해 지휘하겠다”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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