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특례법 새 법안 … 복지부·지자체가 입양상담 신청 심사 교육 사후관리

지난달 16일 대구·포천 아동학대(2016년 여름 은비사건 등) 진상조사 결과와 헤이그협약 이행을 위한 입양특례법 전면개정안이 제안됐다.


그동안 민간에 전적으로 입양상담 신청부터 사후관리까지 맡기다 보니 입양아 학대나 파양 등 부작용이 이어졌다. 이에 아동이익을 최우선으로 입양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와 전문가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지난해 '아동권익보호를 위한 입양 및 학대 예방제도 개선방안 결과 보고회'에서 "우리나라 입양절차는 1950년대 한국전쟁으로 급증한 고아와 혼혈아동을 해외로 입양시키기 위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에는 입양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문화가 형성됐다"며 "더불어 입양은 좋은 일이며 숭고한 사랑의 실천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최선이니 입양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기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렇게 간소화 절차를 통해 아동들을 입양하는 과정은 은비사건 같은 비극을 낳기도 했다.

은비는 1차 입양 전 위탁가정에서 입양되지 못한 채 입양기관으로 돌려보내졌지만 입양기관에서는 절차를 간소화해서 2차 입양을 시도했다. 2차 입양 전 위탁부모와 아동 선보기, 결연의사 확인, 가정위탁 시작이 모두 같은 날 이뤄졌다. 별도의 가정방문이나 단계별 평가도 없었다. 특히 2차 입양 전 위탁부모가 양육의 어려움을 호소해 입양기관 원장이 긴급중재로 개입한 후에도 은비의 양육 상황이나 복리상태를 평가하지 않고 같은 날 입양 전 가정위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결국 5개월 만에 은비는 응급실로 실려 갔고 온 몸의 멍과 상처를 본 의사가 경찰에 신고했으나 제대로 된 조사와 보호는 이뤄지지 않았다. 예비양부모 집으로 돌려보내진 은비는 다시 의식불명에 빠져 사망했다.

허술하고 비전문적인 입양과정은 은비의 사망뿐만 아니라 입양가정을 아동학대 속으로 파멸시켰다.



허술한 입양실천, 아동학대로 이어져 = 입양특례법은 법원의 입양 허가 결정이 난 후 아동을 입양가정에 보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입양 전 위탁'은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공적 개입도 없이 입양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

아동에게 입양이 최선이라는 판단, 입양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아동의 인수와 보호, 입양아동과 입양부모의 연결, 입양 전제 위탁 결정까지 거의 모든 입양절차가 민간기관인 입양기관 단독의 결정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1년 입양특례법의 개정으로 그나마 법원의 개입이 이뤄졌으나, 모든 절차를 거친 후 사후적으로 입양을 승인하는 정도의 역할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입양특례법상에서 입양단계별로 입양심판과 허가절차만을 법원이 관장할 뿐 신청, 상담 입양부모교육, 입양아동 입양적격심사, 결연, 입양 전 위탁, 사후관리와 서비스 등을 모두 민간입양기관에서 맡아 진행하고 있다.

은비사건은 어떤 공적 개입도 없이 입양기관장의 전권으로 이뤄진 민간주도 입양의 비극적 사례를 보여 준다.

이런 조사 결과 위에 제안된 입양특례법 전부개정안에는 모든 아동에 대한 입양절차가 아동 이익 최우선에서 진행한다는 원칙이 담겼다. 특히 민간입양기관에 일임되어 있는 입양절차에 헤이그협약에 맞게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취지가 덧붙였다.

만약 개정안대로 바뀌게 되면, 입양신청을 친생부모가 하면 지자체가, 입양부모가 신청하면 보건복지부가 맡는다. 상담, 아동의 입양적격심사는 지자체에서, 입양부모 교육, 결연, 사후관리와 서비스는 복지부가 진행한다. 입양전 위탁, 입양심판 허가는 법원이 담당한다.

해외입양아 친생부모 찾기 지원 강화 = 입양특례법 개정안 작성에 참여한 소라미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원가정 양육 우선의 원칙에 따라 "친생부모가 입양부모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개입할 길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입양이 의뢰된 경우에도 친생부모가 원할 경우 입양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직접 아동을 양육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입양절차 진행상황과 아동의 상태를 통지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소 변호사는 해외입양인의 친가족 찾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입양인(아)과 입양인의 자녀, 친생부모, 형제자매까지 입양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런 입양특례법 개정 작업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입양부모들의 자발적 단체인 한국입양홍보회 정영란 사업팀장은 "원가정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보호하자는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 "입양의 날을 법안에 삭제한 것은 입양홍보를 하지 않겠다는 입양을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입양 의뢰한 미혼모의 인권도 보호해야 하는데 이를 훼손하는 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입양특례법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냈다.

입양특례법전부개정안 저지를 위한 전국입양가족 비생대책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법안에는 국제 입양뿐 아니라 국내입양에 대한 차별과 왜곡된 시선과 그리하여 마침내는 입양보다는 그래도 시설이 좋을 거라는 함의가 담겨 있다. 이 법안의 주요골자는 해외입양을 곧 완전히 금지시키고, 국내 입양은 굉장히 까다롭게 하여 마침내는 한국이란 나라에 입양이란 단어가 불온하고 불행한 하나의 징표로 남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주장의 근거를 묻기 위해 비대위 측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인터뷰를 거부했다.

입양기관들은 보건복지부가 주관부처인 사회복지기관들이여서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입양절차를 관장하면 입양 실무를 진행해온 입양기관들은 앞으로 무엇을 하라는 것이냐"는 불만이 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입양가족이나 아이를 보호해주는 내용은 하나도 없고 마치 모든 입양가족은 아이를 학대할 수 있으니 입양가정의 신상을 과도하게 공개하겠다는 법 개정'이라며 개정시 입양가족도 참여해 달라는 청원과 '생부 생모가 청구하면 입양아동의 정보를 공개한다는 부분은 제발 삭제해 주시기를, 잘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혼란과 괴로움을 줄 수 있다'는 등의 내용들이 올라와 있다.

이와 관련 남인순 의원은 "입양제도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고 입양이 아동의 권익을 최우선시하고, 입양 절차에 있어 공적개입을 강화하자는 것"이라며 "친생부모 찾기 지원은 해외입양에 한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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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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