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경유 3023명 중 1166명만 확인

중국인 등 외국인 명단 확보 못해 '구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가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중국에서 입국한 사람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수조사 주체인 지자체는 신속한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작 소재지와 건강상태, 동선 파악 우선 대상인 중국인 등 외국인 입국자 명단이 확보되지 않아서다.

서울시 등 지자체에 따르면 28일 각 지자체로 우한 시를 경유해 국내에 입국한 사람들 명단이 전달됐다. 서울시는 29일 25개 구청장을 소집, 자치구별 해당자 명단을 배포하는 등 긴급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경남도 등 전국 지자체들은 정부에서 넘겨 받은 명단을 토대로 지자체별 입국자의 소재지와 건강상태 등 기초 조사를 진행했다.

정부 발표만 보면 전수조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듯 보이지만 현장 상황은 다르다. 전수조사 주체는 각 지자체다. 지자체는 정부로부터 명단을 넘겨받아야 조사에 들어갈 수 있지만 현재 받은 명단은 조사 대상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7일 문재인대통령은 중국에서 입국한 6000여명 전체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중 우한 시를 경유해 입국한 내외국인 3023명 명단을 우선 파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복수의 지자체에 확인한 결과 지자체에 전달된 명단은 3023명 중 내국인 1166명에 불과하다. 3023명 중 60%가 넘는 외국인 1857명 명단은 아직 오지 않았단 얘기다. 이때문에 정부 발표와 달리 지자체 전수조사는 일부분에 그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받은 명단은 208명, 인천 94명, 경남도 23명 뿐이다. 3023명 중 내국인으로 대상이 축소되고 이중 해당 지자체로 소재지가 확인된 명단만 전달된 탓이다.

내국인 보호가 우선이며 외국인의 경우 소재, 연락처 파악 등에 어려움이 있다지만 신종 코로나 대응에 구멍이 뚫릴 수 있는 대목이다. 정작 중요한 관리 대상인 중국인 입국자가 모두 외국인 1857명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관계자는 "외국인 명단 파악에 어려움이 있는 건 이해하나 대통령 지시가 내려진지 3일이 지나도록 가장 중요한 중국인 입국자 전수조사를 시작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 힘만으로 어렵다면 세부 인적사항은 둘째치고 우선 명단부터 공유해 함께 동선파악에 나서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명단의 적합성도 부족한 상황이다. 지자체 확인 결과 정부가 전달한 명단은 23일 이전 입국자다. 지자체 관계자는 "확진자 증가 등 위기 상황이 고조됨에 따라 설 이후 입국자 숫자가 줄어들었겠지만 전수조사 대상자 명단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돼야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며 "명단의 신속한 공유, 지자체와 협력, 대상 범위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외국인의 경우 출국 여부를 우선 확인해야 하고 국내 체류자의 경우 경찰청과 협조로 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또한 시민들이 느끼는 위기, 가짜뉴스 범람 등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여전히 중앙 통제 위주 발상이란 지적이 나온다.

위기를 체감하는 지자체들은 정부에 명단 공유를 채근하고 있다. 인적 사항을 정부 혼자 파악하려 끙끙대지 말고 지자체, 민간까지 힘을 합쳐 전방위적으로 대응하자는 것이다.

인천시는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우한을 경유한 입국자 전체 명단을 정부에 요구했다. 실제 대통령이 전수조사를 지시한 것과 무관하게 27일 오후 2시쯤 외교부와 질병관리본부에 공문까지 발송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우한 경유 내국인 입국자 전수조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외국인 입국자 조사가 진행되지 않아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나치게 중앙 데이터에 의존해 위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우한 경우 입국자 현황을 출입국관리소 자료에 근거해 산출한다. 하지만 이 자료는 제한적이다. 특히 외국인 입국자에 대한 자료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제 외국인 입국자 정보는 항공사 여행사 현지가이드 등을 통하면 구체적 내용까지 수집이 가능하다. 일부지만 동선 파악도 가능하다. 인천시 관계자는 "정부가 공식 절차를 걸쳐 민간영역이 보유한 정보를 활용해 외국인 입국자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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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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