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등 자국민 송환에 총력전 … 외교부 "오늘 밤 출발 목표로 협의"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각국 전세기가 몰리고 있다. 자국민을 최대한 빨리 위험지역으로부터 데려오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다. 미국과 일본의 전세기는 이미 우한에서 일부 자국민들을 귀국시켰고, 러시아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른 여러 나라들도 속속 전세기나 군용 수송기 등을 통해 자국민을 귀국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우리 정부 역시 30, 31일 이틀에 걸쳐 총 4대의 전세기를 투입해 우한과 인근 후베이성 일대 도시에 고립된 700여명에 이르는 한국민들을 철수시킬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30일 오전에 출발하려던 첫 일정부터 혼선이 빚어졌다.

전세기편으로 귀국하는 우한 거주 미국인들 | 중국 우한에 머물던 미국인들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보낸 전세기편으로 캘리포니아 주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마치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대기중인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리버사이드 카운티 로이터=연합뉴스


정부는 당초 이날 오전 10시와 정오에 인천공항에서 각각 1대씩 모두 2대의 전세기를 우한으로 보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 1시쯤(중국 현지시간) 우한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교민들에게 보낸 긴급공지를 통해 "오늘(30일) 15시와 17시 임시 비행편에 탑승하기로 했던 분들이 오늘 오전 10시 45분까지 (우한 공항) 톨게이트로 집결하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한다"며 "오전 중에 (일정을) 재공지할 예정으로 일단 대기해 달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당초 운항하려던 임시항공편 일정에 변경이 생겨 주우한총영사관에서 탑승 예정이던 우리 국민들에게 긴급 공지를 했다"면서 "외교부는 변경된 스케줄에 따라 우한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이 최대한 조속히 귀국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당초 예정됐던 시간보다는 늦어지겠지만 오늘 전세기가 출발하는 것은 확실하다"면서 "오늘 밤 출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전세기 출발시간이 변경되면서 전세기 운항 계획도 당초 2대에서 1대로 줄어들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UAE서 중동 첫 우한폐렴 확진자 발생 | 2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에 여행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도착하고 있다. 이날 UAE에서 중동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했다. 두바이 로이터=연합뉴스


당초 2대에 나눠 자리를 띄워 간격을 두고 앉으려 했지만 붙어 앉으면 1대에 모두 탑승하는 것도 문제없다는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국민 철수작전은 세계 여러 나라의 공통관심사다.

28일 특별전세기를 띄운 일본은 29일 오전 우한시에 체류하던 일본인 206명을 1차로 귀국시킨데 이어 30일 오전 201명을 2차 귀국시키는 등 총 416명을 귀국시켰다.

일본 정부는 현재 우한에 체류하는 일본인 중 남은 귀국 희망자 230여명도 이송하기 위해 3차 전세기편도 준비하고 있다.

우한에 머물던 약 200여명의 미국인들도 전세기를 통해 귀국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우한에서 철수한 미국인 201명을 태운 미 국무부 전세기가 29일(현지시간) 오전 8시께 미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동쪽으로 96㎞ 떨어진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마치 공군 기지에 착륙했다. 이 전세기는 최대 240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최종적으로는 201명이 탑승했다.

전세기 승무원들은 비행 도중에는 항공기 위층만 이용하도록 해 아래층 탑승객들과는 격리됐으며, 승무원들은 중국 우한에서도 비행기에서 내리지 않아 감염 위험을 최소화했다. 당초 대피 미국인들을 태운 전세기는 온타리오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미 국무부가 최종 행선지를 변경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측은 이에 대해 "공군기지 물류창고가 탑승객을 수용하기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일본 뿐 아니라 여러 나라들이 자국민 철수작전을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캐나다도 비행기로 자국민을 귀국시키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수아-필립 샹파뉴 캐나다 외교부 장관은 이날 "중국에서 도움을 요청한 약 160명의 캐나다인이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을 캐나다로 수송할 항공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샹파뉴 장관은 지난 27일까지만 해도 "전세기 투입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 같은 계획을 사실상 수정했다.

유럽 국가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프랑스 정부는 우한에 전세기를 띄워 자국민들을 데려오기로 하고 첫 전세기를 30일 보내기로 했으며, 독일 정부도 29일이나 30일께 우한에 군용 수송기를 보내 자국민 90명을 데려올 것이라고 슈피겔이 보도했다.

또 러시아는 중국에 머무는 약 5000명의 자국 관광객들을 다음 달 4일까지 모두 귀국시킬 계획이라고 밝혔고, 이탈리아도 우한과 인근에 거주하는 자국민 대피를 위해 전세기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밖에도 네덜란드 외무부도 다른 유럽연합(EU) 국가 및 중국 당국과 자국민을 중국에서 데려오는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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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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