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이 후보보다 윤석열·안철수 더 높은 지지율 보여

"경선 후유증 여전" 지적 … 이낙연 동행 효과 미지수

국민의힘 "달라졌다 … 20·30 중심으로 선거운동" 자신

이 "광주는 회초리 … 완전히 혁신적인 새 희망 드리겠다"

30%대 박스권에 갇혀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설 민심을 잡기 위해 호남권 공략에 나섰다.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높은 비호감까지 겹쳐 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낮은 2030세대의 표심이 호남지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어 이를 해소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27일 이 후보는 광주공항에서 "앞으로도 죽비이자 회초리로서 더불어민주당을 바로잡아 주실 광주"라며 "그런 광주에 완전히 혁신적인 새 희망을 만들어드리겠다"고 했다. 이날 제시한 광주 공약은 △광주 군공항 이전 적극 지원 △인공지능 특화 대표 기업도시 조성 △미래 모빌리티 산업 육성 △광주역-전남대 일대 스타트업 밸리 구축 △그린수소트램 구상 지원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명문화 등이다.

손 들어 인사하는 이재명 대선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경기도 양주시 옥정로데오거리를 방문, 손을 들어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양주=연합뉴스


◆민주당 몰아주기? 이젠 아니다 = 이 후보와 민주당의 구애에도 20·30세대 표심이 만만치 않다. 호남의 MZ세대는 '민주화 세대'와는 차별화된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 후보에 '몰아주기'하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리얼미터와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말에 실시한 호남지역 여론조사를 보면 이 후보가 광주 전남 전북에서 64.7%, 69.9%, 65.2%의 지지율을 보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이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압도적이지만 70% 밑에서 멈춰서 있는 모양새는 '30%대 박스권'과 비슷하게 '60%대 박스권'으로 읽힌다. 70% 천장에는 '2030세대'가 주저앉아 올라오는 지지율을 저지하고 있다.

광주와 전남에서 20대는 이 후보에 각각 34.9%, 32.5% 등 30%대의 지지율을 보였고 전남에서는 44.8%로 50%를 넘지 않았다. 이 후보에 대한 30대 지지율은 광주(58.5%), 전남(54.0%), 전북(54.0%)에서 50%대에 머물며 전체 평균에 비해 10%p 정도 낮았다.

20대(만 18~29세)는 심 후보나 안 후보, 30대는 윤 후보에 적지 않은 지지를 보냈다.

광주에서 20대는 심 후보에 18.8%, 안 후보에 9.2%의 지지를 보여주면서 윤 후보(8.6%)를 밀어냈다. 30대는 윤 후보에 16.0%를 몰아줬다. 전남과 전북의 20대는 안 후보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였다.

지지후보가 없거나 '모른다'고 답한 부동층도 20대에서 20~30%나 나왔다. 30대는 전북(20.2%)이 다소 높았지만 광주(12.2%)와 전남(13.3%)은 10%대였다. 다른 세대가 한 자릿수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높은 비율이다.

◆2주만에 달라진 여론지형 = 2주 정도가 지난 후 소셜데이터리서치(SDR)가 올해 들어 이달 중순(14~15일)에 실시한 전남·광주 여론조사는 다소 다른 모양을 보였다. 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전체 지지율에서 이 후보는 64.7%로 여전히 60%대를 유지했다. 윤 후보가 16.2%로 올라섰고 안 후보가 9.7%로 상승한 게 눈에 띄었다. 20대와 30대의 이 후보 지지율은 39.3%, 49.7%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20대에서 윤 후보는 32.3%, 안 후보는 15.4%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30대에서도 윤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27.2%로 올라섰고 안 후보에게도 11.8%로 두자릿수 지지를 나타냈다. 반면 심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낮아졌고 부동층이 줄었다.

◆야당도 호남 공략 =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민주당 표밭으로 인식됐던 지형이 달라지면서 국민의힘 등 야당에서도 호남공략에 자신감을 얻고 있다. 국민의힘 송기석 광주 총괄선대위원장은 "바닥 여론은 과거에 비해서는 나쁘지 않다"며 정권교체 바람이 호남에도 불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2030세대는 완전 달라졌다"고 했다.

이에 따라 2030세대를 중심으로 불을 지필 생각이다. 정운천 전북 총괄선대위원장은 "이준석 당대표 선출이후에 1250명 정도의 청년들이 책임당원으로 들어올 정도로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며 "청년 중심으로 대선 그리고 지방선거에 집중하자는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청년 중심으로 선대위원장, 대변인을 뽑고 대학생위원회도 만들었다"고도 했다.

호남층의 여론지형이 2030세대에서 갈라지면서 민주당의 마음이 급해지고 있다. 특히 호남지역 지방의원들의 비협조가 선대위에 포착되면서 해법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날 이낙연 전 대표의 동행으로 이들에게 '이재명 지지' 신호를 보낼 생각이지만 실제로 작동할 지는 미지수다.

여당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호남에서의 높은 지지율은 수도권 호남 향우회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3~4%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하지만 지방의원들의 움직임 등에서 전폭적인 이재명 지지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낙연 대표와 지지층 등 호남 주류가 적극적으로 이 후보를 지원하는 게 핵심인데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고도 했다.

이재명후보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18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민주당 내부 경선 후유증이 남아 있다"며 "지난 주에 호남을 돌았는데 아직 그분들이 우리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약간 유보적인 상태에 있는 분들이 적지 않게 있다는 걸 봤다"고 했다. 정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하고 계시던 분들이 여전히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 일부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도 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