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민생시장 vs 정치시장' … 송 '윤석열 vs 반윤석열 싸움'

12일 후보 등록과 함께 서울시장 선거 막이 올랐다. 여야 유력 주자들은 선거운동 첫날 이번 선거를 어떤 구도로 치를 것인지 속내를 드러냈다. 상대 후보를 일정 틀 안에 가둬놓고 표심을 움직이겠다는 이른바 프레임 전쟁이 시작됐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통된 전략은 '상대 후보 지우기'다.

추격자인 송영길 후보는 오세훈 후보를 지우고 있다. 그는 1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윤석열정부만 언급했다. 송 후보는 자신을 "윤석열정부의 일방통행식 독주를 막기 위해 견제하는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용산 집무실 이전을 비판하며 "경호에 협조하라는 이유로 빈 총을 든 국방부를 만들고 아무리 미국이 동맹국이라 하지만 외국 군대 바로 옆에 대통령 집무실을 두냐"며 "대한제국 말기 아관파천도 아니고 미군이 허용한 통로를 따라 출퇴근하는 대통령이라니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비판에 비하면 오 후보 얘기는 전체의 10%도 채 되지 않았다. 윤석열정부 1기 내각을 편향된 내각으로 규정하며 "용비어천가만 부르는 오세훈 시장이 국무회의에 들어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내가 들어가야 그나마 메기효과를 줄 수 있다"고 잠시 언급했을 뿐이다.

오 후보는 송 후보를 서울시장 부적격자라 폄하하며 '지우고' 있다. 자신과 송 후보를 민생시장과 정치시장으로 각각 규정하고 "산적한 서울의 과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이제 막 출범한 윤석열정부 견제만 얘기하는 정치시장을 뽑을 것인지 일하는 서울시장을 뽑을 것인지 결정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선거 운동 첫날 풍경도 두 후보의 전략을 드러낸다. 오 후보는 구로구 개봉역에서 출마선언을 한 뒤 구로동 일대를 돌며 취약계층 주거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송 후보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정부 내각 구성과 집무실 이전, 그에 따른 안보 공백 등을 비판하며 반윤석열 표 결집에 주력했다.

두 후보가 이 같은 프레임 싸움에 나선 것은 치밀한 계산에 따른 전략적 판단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 후보는 지난해 서울시장 취임 이후 줄곧 민생 행보를 강조했다. 유권자들 뇌리에 '민생 = 오세훈' 이란 공식을 떠오르게 만들어 중도층까지 지지를 확장, 승세를 굳히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송 후보는 대선 패배로 당이 정비되지 않으면서 후보 선출 과정에서 얻어야 할 출마명분과 선거 동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서울시장을 3번이나 지낸 오 후보와 시장후보 적합도 면에서 열세도 감안해야 한다.

송 후보가 택한 전략은 서울시장 선거를 대선 연장전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마침 윤석열정부는 인사, 집무실 이전 논란 등을 겪으며 좀처럼 지지율 반등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인물 경쟁력에서 앞선 오세훈을 지우고 서울시장 선거를 윤석열 대 반윤석열 구도로 몰고 가면서 지지층은 물론 새정부에 대한 기대치가 떨어진 중도층 표를 최대한 결집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프레임은 현실을 단순화하고 잠재의식에 영향을 끼쳐 유권자들이 선거를 바라보는 관점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며 "민생 대 정치, 윤석열 대 반윤석열 프레임이 선거기간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후보등록 2일째인 13일 오 후보는 임대주택 공약을 발표한다. 송 후보는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찾아 민생공약을 발표한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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