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희 '후원금' 1년만에 수사 착수

'블랙리스트' 백운규 소환 임박

검경 '캐비닛' 묵혀둔 파일 꺼내나

검경이 문재인정부 장관들을 향해 칼을 벼르기 시작했다.

경찰이 황 희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여기에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 백운규 전 장관의 검찰 소환이 임박했다. 문재인정부 장관들의 수난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달 초 대전에 위치한 한국수자원공사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다.

이번 의혹은 황 전 장관이 지난해 2월 문체부 장관 후보자였을 당시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됐다. 1년여를 묻어뒀던 사건을 정권 교체 이후 꺼내 든 것이다. 당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황 전 장관이 2018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이었을 때 피감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가 혁신산업 육성 단지인 부산 스마트시티에 건물을 짓고 임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주장했다.

법안은 2018년 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황 전 장관은 다음 해인 2019년부터 한국수자원공사 고위 간부에게서 2년에 걸쳐 약 10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지난해 2월 황 의원과 수자원공사 고위 간부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고발 건은 이후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이첩됐다가 지난해 4월 서울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로 이송됐다.

국민의힘 측에선 "여당 의원이 소관 공공기관에 혜택을 주는 법안을 발의한 후 피감기관 간부에게서 고액의 후원금을 수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후원자는 개인적 친분이 전혀 없는 사람으로, 스마트시티 관련 업무와도 무관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수자원공사도 "해당 법안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때 개정 사항이 수익 창출로 귀결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검사 최형원)는 지난 9일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산업부 문 모 국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업무를 담당하는 등 탈원전 정책을 주도한 문 국장은 백 전 장관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9일 김 모 전 산업부 운영지원과장을 상대로 첫 피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동부지검은 또 대전지검의 월성 1호기 사건 수사기록과 공소장 등을 확보해 관련 내용을 분석 중이다. 공소장에는 백 전 장관 등이 원전 경제성 평가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 교체를 지시한 정황이 담겨 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백 전 장관 등이 산하 공기업 사장들에게 부당하게 사직을 강요했다는 의혹이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9년 1월 백 전 장관, 이인호 전 차관 등 4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3월 검찰이 산업부와 산하 공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3년 만에 관련 수사가 재개됐다.

검찰은 공기업 사장들에게 "산업부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이들에게 사퇴를 지시한 윗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백 전 장관뿐만 아니라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으로 산하기관장 인사 관련 업무를 총괄한 박원주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중간 관리자들에 대한 조사 필요성도 거론된다. 나아가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청와대 윗선으로 수사가 뻗어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야당시절 산업부 뿐 아니라 국무총리실, 과학기술부, 교육부, 통일부 등 거의 전 부처에 걸쳐 비슷한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이 수사를 확대할 경우 문재인 정부 전직 장관들이 대부분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

박광철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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