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물가안정 목표 달성할 때까지 통화긴축 지속"

한미금리차 역전에 한은 총재, 빅스텝 가능성 시사

미국이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약 한 달 만에 다시 역전됐다. 미국이 연말 정책금리를 4.4%로 상향조정하며 11월,12월에도 0.75%p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말 한미 금리차 '역대 최대' 1.50%p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빅스텝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4연속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 =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1일(현지시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만장일치로 정책금리를 0.75%p 인상하며 금리를 3.00~3.25%로 올렸다. 6월부터 세 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제로금리에서 총 3.00%p 인상했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5.2%에서 5.4%로 높여 잡았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러시아 전쟁 등이 물가에 추가 상승 압력을 야기한다"며 "연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하며 대차대조표를 계획대로 줄여나갈 것"이라는 공격적인 긴축 입장을 유지했다.

문제는 점도표의 대폭 상향조정이다. 미 연준의 향후 금리인상 전망을 확인할 수 있는 점도표 조정 폭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연준위원들은 연말 기준금리를 기존 3.4%에서 4.4%로 올리고 내년에는 4.6%로 올린다고 밝혔다. 올해 말 4.4%에 도달하려면 남은 두 번의 회의에서 12.5%p를 인상해야 한다. 이에 따라 11월과 12월 FOMC에서도 0.75%p 금리인상 가능성은 커졌다.

올해 말 종료될 것으로 기대됐던 금리 인상 사이클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잭슨홀 이후 나의 주된 메시지는 바뀌지 않았다"라며 "연준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2%로 내리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통화긴축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경제전망요약(SEP) 자료에서 올해 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5.4%로 제시, 6월(5.2%)보다 상향 조정했다. SEP상 물가상승률은 내년 말 2.8%, 2024년 말 2.3%로 내려간 뒤 2025년 말에야 연준 목표인 2%로 수렴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보다 1.5%p나 낮은 0.2%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 경기침체(recession)와 경제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파월은 경기침체와 관련해서 "이 과정이 경기침체로 이어질지, 그렇다면 침체가 얼마나 상당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답했다.

◆"0.25%p 인상 조건에서 벗어나" = 지난 7월 연준이 두 번째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뒤 미국의 기준금리(2.25∼2.50%)는 약 2년 반 만에 한국(2.25%)을 앞질렀다가 8월 25일 한국은행의 0.25%p 인상으로 같아졌다. 하지만, 이제 격차가 0.75%p까지 또 벌어졌다. 만약 다음 달 12일 한은 금통위가 베이비스텝만 밟고, 11월 초 연준이 다시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면 두 나라의 금리 차이는 1.25%p로 커진다. 이어 11월 말 금통위가 또 0.25%p만 올리고, 연준이 12월 최소 빅스텝만 결정해도 격차가 1.50%p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 직후 "미국 기준금리 기대가 4% 수준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져 0.25%p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다음 달 빅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p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다음 금통위까지 2∼3주 시간이 있는 만큼 금통위원들과 함께 이런 전제조건 변화가 성장 흐름, 외환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기준금리 인상폭과 시기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환율이 물가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이를 잡기 위해 어떤 정책을 해야 하는지가 (한은의) 큰 의무"라고 말했다. 이는 수입 물가를 부추기는 환율 상승도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 결정 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코스피, 2310대로 하락 … 환율 1405선 등락 중 = 한편 이날 국내 증시는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여파로 1% 넘게 하락하며 장을 출발했다. 이날 오전 9시 25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7.61포인트(1.18%) 하락한 2319.60을 나타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20억원, 479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개인은 홀로 1187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시간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2.68포인트(1.68%) 떨어진 742.21이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41억원, 82억원을 순매도 중이며, 개인만 519억원 매수 중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8원 상승한 1398.0원에 개장한 뒤 바로 1400원을 넘어 오름폭을 확대하고 있다.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6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10시20분 현재 원달러환율은 1405.90원선에서 등락 중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가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올해 금리 전망을 통해 더욱 공격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보이며 특히 경기 침체 이슈 및 주택 관련 인플레 장기화 우려를 표명하는 등 여전히 공격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달러 강세 기조가 확대되고 장기 국채 금리가 경기 침체 이슈를 반영하며 하락한 점 등은 외국인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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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 백만호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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